소설을 읽는데 가족법인이 보였다

세무 렌즈로 읽는 가녀장의 시대

나는 참 재미없는 사람이다. 소설을 읽으면서도 세무를 떠올린다.


브런치 독서클럽을 마무리하고 이슬아 작가의 책을 받았다. 브런치에서 보내준 책이었다. 펼치자마자 빠져들었는데, 빠져들면서도 머릿속 어딘가에서는 계속 딴생각이 흘렀다. 낮잠출판사. 가족법인. 경비 인정 여부.

어쩔 수가 없다. 국세청을 다니며 생활했던 습관이 여전히 남아 있다.


낮잠출판사 대표 이슬아의 사업장은 2층이다. 나머지 층은 개인 용도다. 세무적으로는 깔끔하다. 사업 공간과 개인 공간이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으니 2층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법인 경비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사람이다.


아버지 웅이는 대표 이슬아의 출판 업무 출장에 운전을 한다. 회사 매출과 연결된 택배를 처리하고, 세금계산서를 발급한다. 이건 된다. 법인의 매출에 직접 대응하는 업무이기 때문이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건비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일을 했고, 그 일이 법인의 수익과 연결된다면 경비로 인정된다.


단, 조건이 있다. 적정한 급여 수준이어야 하고, 실제 근무 사실이 입증되어야 하며, 4대 보험에 등록되어 있어야 한다. 장부에 숫자만 올라간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웅이가 이슬아의 강연장에 모시고 갔다가 돌아온 것은 다르다. 강연료는 이슬아 개인의 소득이다. 출판사 매출이 아니다. 그 강연을 위해 운전한 비용을 출판사 경비로 넣으면 안 된다. 법인의 돈으로 개인의 일을 처리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어머니 복희는 이슬아의 지도 아래 거절 메일을 대신 작성한다. 도서 주문 확인, 발주, 재고 파악, 파본 회수, 회계장부까지 맡는다. 이것도 된다. 특정 책의 판매와 직접 연결되지는 않더라도, 출판사라는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업무이기 때문이다. 세법에서는 이를 기간 대응 비용이라 한다. 매출과 일대일로 연결되지 않아도, 사업 운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지출이라면 경비로 본다.


그러나 된장찌개는 안 된다. 가족이 함께 먹은 밥은 법인의 어떤 매출과도 대응하지 않는다. 사업 유지를 위한 필수 지출도 아니다. 세무서 입장에서는 법인 돈으로 개인 식비를 충당한 것이다.


감사의 의미로 지급한 보너스도 마찬가지다. 지급 규정이 없고, 어떤 성과에 대응하는지 불분명하다면 인정받기 어렵다. 가족이기 때문에 더 엄격하게 들여다본다.


웅이와 복희의 시간은 아마 처음부터 끝까지 딸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운전을 하면서도, 거절 메일을 쓰면서도, 재고를 파악하면서도 — 그 마음의 출처는 하나였을 것이다.


그저 소설을 읽는 독자가 되어야 하는데, 나는 어느새 업무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재판관이 되어 있었다. 죄와 벌을 다스리는 저승사자처럼. 언젠가 소설을 조금 더 소설답게, 인간적으로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