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빨리 그리려고 하지 마요
5분도 너무 빨라요
최대한 천천히
우리는 미술 시간에
잘 그린 그림만
미술이라고 배웠어요
조금 못 그려도
단순해도
다 좋은 그림이에요
각자의 개성은
소중하니까요
이게 펜입니다
못 믿으시겠다구요?
이제 펜처럼 보이시죠?
그럼 이건 어때요?
진짜 형광펜이죠
그럼 색칠하면요?
다 똑같은 펜이고
좋은 그림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학교시절
꽉 채우고
전문가가 그린 그림만
좋은 그림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쉽게 나서지 못해요
저는 이제
내일 모레면
40이에요
아저씨죠
자칫하면
꼰데라고
불리게 되는 나이에요
그래서 더욱
조심스러워요
정말 나는
무언가를 강요하는 건
아닐까?
내가 믿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남들은 다른 생각인데도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래도 해볼래요
네모
세모
동그라미
다 그릴 줄 아시죠?
조금 하다보면
색칠하고 싶어요
그게 더하다보면
그림자도 넣고
싶어지고요
더 잘되면
이제 입체도 그려보고 싶어요
그렇다고 한 번에
다 뛰어넘으려고 하지 마세요
그러면 지쳐요 탈나요
천천히 하나씩
매일 꾸준히
그게 참 어려워요
꾸준히라는 말이 주는 무거움을
우린 잘 알잖아요
학창 시절 방학 일기는
끝나기 하루 전날 몰아서 썼죠
매일 쓰면 좋으련만
부디 선 하나씩만이라도
그려봤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