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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Oct 28. 2017

느림의 미학

너무 빨리 그리려고 하지 마요

5분도 너무 빨라요

최대한 천천히


우리는 미술 시간에

잘 그린 그림만

미술이라고 배웠어요

조금 못 그려도

단순해도

다 좋은 그림이에요

각자의 개성은

소중하니까요


이게 펜입니다


못 믿으시겠다구요?

이제 펜처럼 보이시죠?


그럼 이건 어때요?


진짜 형광펜이죠

그럼 색칠하면요?


다 똑같은 펜이고

좋은 그림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학교시절

꽉 채우고

전문가가 그린 그림만

좋은 그림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쉽게 나서지 못해요


저는 이제

내일 모레면

40이에요

아저씨죠

자칫하면

꼰데라고

불리게 되는 나이에요


그래서 더욱

조심스러워요

정말 나는

무언가를 강요하는 건

아닐까?

내가 믿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남들은 다른 생각인데도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래도 해볼래요

네모

세모

동그라미

다 그릴 줄 아시죠?


조금 하다보면

색칠하고 싶어요


그게 더하다보면

그림자도 넣고

싶어지고요


더 잘되면

이제 입체도 그려보고 싶어요


그렇다고 한 번에

다 뛰어넘으려고 하지 마세요

그러면 지쳐요 탈나요

천천히 하나씩

매일 꾸준히

그게 참 어려워요


꾸준히라는 말이 주는 무거움을

우린 잘 알잖아요

학창 시절 방학 일기는

끝나기 하루 전날 몰아서 썼죠

매일 쓰면 좋으련만


부디 선 하나씩만이라도

그려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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