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Jun 15. 2018

확률을 예측하다

홍콩식 로또를 사며

홍콩에는 대 육합이라는 복권이 있다

영어로는 Mark Six라고 한다 

한국으로 따지자면 로또인셈이다 

로또는 45개 숫자 중에서 6개를 고르는 데 비해

Mark Six는 49개 숫자 중에서 6개를 고르는 

복권이다 

18.06.17일 추첨 예정

대육합은 일주일에 3번이나 추첨한다

화요일, 목요일 그리고 토요일

내가 산 복권은 이번 주 일요일 추첨 예정인 복권이다 

원래 토요일에 추첨해야 하는데 월요일이 홍콩 휴일이라

일요일에 추첨한다고 한다


숫자가 4개밖에 차이 나지 않으니 

확률에 큰 차이가 없겠지 했는데

우리나라 로또 1등 확률은 8,145,060분의 1인에 비해

홍콩 Mark Six 1등 확률은 13,983,816분의 1이다 

숫자 4개 차이에 확률이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물론 둘 다 영에 가까운 숫자이기에 큰 의미는 없다 

0.00001%나 

0.000007%나 

눈에 보이지도 않는 숫자이기는 하다 


그렇게 어이없는 확률임에도 불구하고

홍콩 10달러에 Mark Six 1 게임을 샀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1,400원쯤 된다 

우리나라보다는 비싼 셈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0%의 확률이지만

이거라도 사면 99.999993%의 확률로 

잃을 가능성이 높지만

좋은 희망 고문(?)을 할 수 있는 값으로 생각했다 


(어쩌면 복권은 빈자들의 세금이지 않을까? 

돈 있는 사람은 사지 않고 

돈 없이 사는 사람들이 확률에 기대어 

작은 희망을 갖게 하는 척하면서 

돈을 뜯어가는 그런 세금 말이다)


문득 확률을 얼마나 잘 예측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숫자를 적으면서 지난번에 나온 숫자는 나오지 않을 거야 

이렇게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보았지만

정작 6개 중에 숫자 3개도 맞출 수 없었다 


그래서 제일 단순한 동전 앞뒤 가리기로 해보았다

홍콩 2달러 동전 앞뒷면

동전 앞면이 나올 확률 1/2

동전 뒷면이 나올 확률 1/2이다 

50%의 꽤 높은 확률이다 


앞면을 F 뒷면을 B라고 하자 


동전을 한 번 던질 때마다

다음번에 무엇이 나올까 적어보았다 

예측값 FBFBFBFBFB

결과값 BBFBFBFBFB

처음 한 번을 빼고는 모두 맞았다 

90%를 맞춘 셈이다 

동전이 앞뒤가 이렇게 나오는 게 맞는 건가?

내 손이 잘못되었나 싶었다 


이번에는 다음 10번에 나올 값을 한 번에 적어보았다 

앞뒤 앞뒤 번갈아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예측값 FBFBFBFBFB

결과값 BFBBBBFBBB

두 번째는 50%였다 

반은 맞추고 반은 틀린 셈이다 


더 해보려다 

의미 없어 보여 멈추었다 


결과값을 보니 예측이 얼마나 

허무맹랑한가 싶었다 

두 번째 실험에서 

뒷면만 연달아 4번 나왔다 

앞 뒷면 맞추기도 이렇게 변수가 많은데

하물며 주식시장과 같이 

큰 시장은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까?

과거에도 상승했으니 앞으로도 상승?

사실 현상에는 아무런 의도도 없다 

다만 인간이라는 우리가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예측하려 할 뿐이다 

변수가 너무 많은데 

나는 그 값을 예측할 수 있다고 자만하는 건 아닌지 

아이러니하지만

복권을 사면서 확률에 대한 자만심을 경계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의 부자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