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Feb 23. 2019

그림의 씨앗을 기르는 방법

그리는 재주는 없지만 몸으로 느낀 것들

그림을 그린 지 5년쯤 되어가니

초보 딱지는 이제 겨우 뗀듯하다

그렇다고 막 그림이 자연스럽게 그려지거나

내 그림을 보며 '우와 멋있다'이런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다만 그저 '오늘도 그림 하나 그렸구나' 이 정도의 생각은 든다


하지만 그렇게 5년을 그리고 나니

그림의 요령이라는 게 조금은 생겼다

일상예술가로 가는 비밀이자

그림의 씨앗을 기르는 방법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1. 꾸준히 그린다

매일 하루에 선 하나라도 그리려고 노력한다

그림 한 편을 그리기로 목표를 잡으면 너무 막연하다

그리고 너무 거대하다

그런 목표는 달성이 쉽지 않다

선 하나 그리기 얼마나 쉬운가?

그래야 하나가 두 개가 되고 세 개가 되고

결국엔 그림을 완성하게 된다


빈센트 반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다

"예술은 끊임없는 노력을 요구해

어떤 상황에도 멈추지 않고

일하며 계속 관찰하는 거야

끈질긴 노력이란 무엇보다도

꾸준한 작업을 의미하지"


고흐도 꾸준히 그렸다는데

초보인 나는 더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매일 하면 좋겠지만

한 번에 많은 시간이 아니라

끊어지더라도 꾸준히 하자


2. 그리고 싶은 것들은 찍어 놓는다 

그림을 그리는 데 적어도 3분이 걸린다. 

보통은 10~30분 정도 걸린다.

자세히 그리다 보면 2시간을 훌쩍 넘기는 경우도 있다. 


물론 현장에서 느낌을 살려가며 그림을 그리면 더 좋겠지만

아직은 화가가 전업이 아닌지라 시간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찍어 놓는다

찍어 놓은 사진들은 폴더에 잘 모아두었다가

나중에 그림을 그리고 싶은 시간이 되면 찾아본다


내가 하는 방법은 사진을 찍고 나서 즐겨찾기 버튼을 눌러놓는다

그러면 나중에 즐겨찾기 사진 중에서 고르면 되고

다른 그린 그림은 즐겨찾기를 해제하면 되기 때문이다.


3. 못 그려도 괜찮다

매일매일 그리지만 완성이 되지 않는 날도 많다

두 달이 걸려서 완성한 그림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성이 되지 않은 그림이

미완성작이거나 나쁜 그림은 아니다


그냥 본인을 전위 예술가로 생각하자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예술 말이다

남 눈치는 이제 그만 보고

자신의 생각대로 그리자


때로는 부족한 부분이 주는 느낌이 좋을 때도 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난 후 그림 실력이 나아지면

채워주고 싶은 욕구가 마구 일어나 완성을 하기도 한다


지금 당장 못해도 괜찮다

먼 훗날의 실력자가 될 내가 다시 채워줄 테니


기준을 조금만 낮추자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4. 실물과 다르게 그려라

사진에 나온 것을 그리다 보면 선도 비뚤어지고 흐트러진다

가끔 짜증이 난다

정말 4차원의 그림이 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실물과 똑같은 것은 사진이지 그림은 아니다

물론 세밀하게 묘사하여 실물과 유사하게 그리시는 분도 있지만

그건 예술의 한 영역일 뿐 모두가 그렇게 그려야 하는 건 아니다


예전 어느 미술관에서 원본 사진과 그림을 같이 전시해 놓았던 것을 보았다

원래 인물은 그림에 있는 인물과 반대 방향에 있기도 하고

옷의 색깔이 바뀌어 있기도 했다

서 있는 사람을 앉아 있는 사람으로 바꿔 그리기도 했다.  


거장도 그렇게 했는데 초보 화가인 내가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을까?

실물과 다르게 그려지는 것이 오히려 나만의 개성에 가까울 것이다.


5. 천천히 그리자

나 역시도 잘 안 되는 부분이다

그림을 그릴 때 선을 최대한 천천히 그려보자

생각보다 잘 안된다

나도 모르게 호흡이 빨라지며 펜의 속도는 점점 올라간다


그렇지만 천천히 그렸을 때 선도 더 느낌이 있고

실수도 적게 한다


호흡을 가다듬고 선의 속도를 최대한 늦춰보자

그림을 그리며 느껴지는 호흡의 편안함은 

명상과 같은 효과를 내며 그로 인한 마음의 평화는 덤이다


6. 사람들은 내 실수에 관심이 없다

내 눈에는 그림의 티만 보인다

'저건 음영이 이상해'

'이건 선이 비뚤어'

'앞뒤가 뒤죽박죽이야'


가끔 선을 잘못 그려 앞에 있어야 할 선이 뒤로 가면

어떻게 지울 수도 없고 난감하다


그런데 신기한 건 사람들은 전체적인 그림의 느낌을 본다

조금 선이 비뚤어도 색깔이 이상해도 나만 그렇게 느껴질 뿐

다른 이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다르거나 틀리더라도 괜찮다

남의 눈에는 안 보이니까


7. 나의 연습기간은 30년이다

미국에 그랜마 모제스라는 화가 분이 계신다. 

미국이 국민화가라 불렸던 여류 화가다. 

https://www.youtube.com/watch?v=EyYf51Ghjnw

그런데 이 분이 그림을 시작한 것은 78세가 되어서였다. 

그때부터 30년 동안 그림을 그렸다. 

100세가 넘을 때까지 그림을 그려 미국의 국민화가가 되었다. 


나도 이제 그림을 시작한 지 5년쯤 되었다. 

나도 30년쯤 그리면 모제스 할머니처럼 국민화가는 될 수 없을지라도

최소한 개인전을 열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누구든 가슴속에 그림의 씨앗은 갖고 태어난다. 


다만 어떤 사람은 재능이라는 땅이 비옥하여 씨앗을 뿌리자마자 금방 자란다. 

성장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니 더욱 열심히 하게 된다. 


하지만 비옥한 땅(많은 재능)을 갖고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주 척박한 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물을 주어도 마치 씨앗이 자라지 않는 듯 아무 변화가 없어 보인다. 

그럴 때 포기하면 아예 그림의 씨앗은 싹을 틔우기도 전에 땅 속에서 사그라들어 버린다. 


내 그림의 씨앗은 아직 땅 속에 있어 보인다. 

아직 제대로 된 싹을 못 틔웠기 때문이다. 

아마도 노력이라는 물을 10년은 더 주면 확실히 깨어나지 않을까? 

앞으로 5년 뒤 내 그림의 씨앗은 멋지게 피어나지 않을까?

그런 꿈을 꾸며 오늘도 계속 그림을 그린다. 



제 그림은 브런치에 올라와 있습니다만, 

2016년에 그렸던 그림을 동영상으로 편집했던 것이 있어서 첨부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R9M83BE2aY

매거진의 이전글 #54 분홍빛 리코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