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발목을 단단히 붙잡기
올해로 만 28살, 5년 차 기자가 됐다. 지난 2024년 연예 매체에서 경제지로 적을 옮기면서 나는 자주 좌초되었다. 내가 써내야 하는 기사 틀 자체가 아예 바뀌었기 때문이다. 주변 선배들에게 기대보기도 하고, 책이나 영화에 의지하기도 하며 동요하는 마음을 잠재우려고 애썼다.
얼마 전엔 후배에게 농담인 척 "고3 때보다 더 깊이 진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 오만 퍼센트 진심이다. 이른바 '기자질'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스스로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기자를 그만두기 전에 더 좋은 매체로 옮겨서 스스로 만족할 만한 기사를 써보고 싶기도 하고, 하루라도 빨리 이 일을 때려치고 직무를 옮기고 싶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진짜 '내 글', 이를테면 소설이나 에세이를 쓰고 싶은 마음도 있다. 어떤 걸 택해도 글에선 멀어지지 못하겠구나. 그러나 지금은... 요리조리 갈팡질팡.
이런저런 고민들로 인해 너덜너덜해진 정신머리를 안정시키려면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한다. 작년 상반기에는 필라테스를, 하반기에는 PT를 하면서 버텼다. 나는 쉽게 무언가를 시도하는 만큼 매우 쉽게 흥미를 잃어버린다. PT 횟수가 끝나갈 때쯤 어떤 운동을 새롭게 할지 고민하다가 발레를 선택했다. 우리 엄마는 술을 한 잔도 못 마시는데, 내가 초등학생일 때 상갓집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고 꼬부라진 혀로 "나는 네가 태어나면 발레를 시키고 싶었는데..."라고 했던 말이 마음에 콱 박혔었다. 발레라면 흔들리는 내 마음을 잡아줄 수 있지 않을까. 내 몸과 마음의 코어를 단련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수업을 등록했다.
발레 첫 수업 때는 슈즈를 챙겨 신은 채 레깅스와 기능성 티셔츠를 입고 갔다. 다행히 레오타드를 입지 않은 수강생이 나 말고도 더러 있었다. 이 날엔 매트에서 스트레칭을 한 다음 턴아웃과 발 순서, 앙 바, 안 아방, 앙 오 등의 손동작을 배웠다. 기초 중 기초 수업을 들은 게 전부였지만 나는 왠지 앞으로 발레를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았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가서 발레복 쇼핑을 했다. 타이즈, 레오타드, 발목 워머, 슈러그, 쇼츠, 스커트, 롬퍼... 욕심은 끝이 없었고 발레복을 장만하기 위해서라면 허리띠를 졸라맬 각오까지 생겼다.
1월에는 주1회만 수강해서 그런지 아직도 발레 용어를 잘 모르고 몇 안 되는 동작의 순서도 헷갈린다. 한 달 동안 결석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기념으로 이번 달부터는 주2회로 늘렸다. 등과 배에 힘을 단단히 주고 우뚝 서려는 힘으로 2월을 시작해볼 요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