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잼! 우주 예능의 끝판왕!
흥미진진! 우주적 상상력의 끝판왕
지구가 우주적 재앙 앞에서 멸망의 위기에 놓이고, 소수의 영웅이 이를 구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익숙하다. 영화로 치면 <아마겟돈>, <딥 임팩트> 같은 작품이 먼저 떠오른다. 이 소설도 설정은 비슷하다. 그러나 우주적 위기의 내용이 소행성 충돌과 같은 이벤트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무척이나 흥미롭다.
태양이 미지의 미생물에 의해 감염되고 빛을 잃어간다. 이로 인해 지구가 빙하기를 맞이하게 된다는 설정은 도입부터 독자들을 강력하게 빨아들인다. 특히 지적 호기심이 가득한 이들이라면 더더욱 몰입할 수밖에 없다. 이후 전개 역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데다가, 탄탄한 과학적 근거까지 뒷받침되어 있기 때문이다.
태양의 빛을 빨아먹는 미생물 페트로바선의 정체, 태양계뿐만 아니라 우주의 모든 항성계가 이 미생물에 감염되어 가는 현상의 관측, 그중에서도 한 항성계(타우세티)만 멀쩡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해결책을 찾으러 우주선이 발사된다는 설정.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할 것 같은데 작가의 우주적 상상력의 끝은 아직 멀었다.
타우세티에서 또 다른 외계 종족과의 조우, 그들도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 타우세티를 방문했고 그래서 함께 종족 멸망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는 전개, (아, 외계 종족 로키는 머리가 없구나. 어쨌거나.) 그동안 지구에서는 남극에서 핵폭탄을 터트려 메탄가스로 지구 빙하기의 속도를 늦춘다. 주인공 그레이스와 외계 종족 로키는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해결책을 찾아낸다.
읽다 보면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라는 즐거운 물음표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게다가 주인공이 지구로 귀환하는 우주선을 돌리는 과감한 결단, 그리고 끝내 종족을 초월한 우주적 우정으로 훈훈하게 마무리하는 섬세함까지!
와우~ 그야말로 우주적 상상력의 끝판왕이다.
지구가 곤경에 빠져 있다.
태양이 아스트로파지에 감염됐다.
나는 우주선을 타고 다른 태양계에 와 있다.
하드 SF의 쾌감
과학의 퍼즐과 감정선이 동시에 달린다
이 작품은 전자기학, 분자생물학, 천체물리학, 상대성이론 등 셀 수 없이 다양한 과학의 언어를 끌어온다.
하지만 단순한 지식 과시가 아니라, 매 장면이 문제–가설–실험–실패–수정의 리듬으로 설계되어 있다. 덕분에 독자는 설명을 '듣는'게 아니라, 주인공과 함께 퍼즐을 푸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독서’가 아니라 ‘연구실 견학’에 가까운 몰입이 생긴다.
여기에 후반부의 정서가 결정타로 들어온다. 다른 종족과의 조우는 늘 침략이나 공포로 그려지기 쉬운데, 이 소설은 의외로 협업의 드라마를 선택한다. 언어를 배우고, 감각을 맞추고, 서로의 물리적 한계를 이해해 가는 과정은 과학의 문제풀이 못지않게 가슴을 건드린다.
결국 이 작품은 인류 구원 서사이면서 동시에, 종족을 넘어선 관계가 만들어내는 설득력 있는 휴먼(혹은 우주적) 스토리이기도 하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그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오히려 과학적 절차와 문제 해결의 흐름 속에 차분히 섞어 둔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인터스텔라>와 <콘택트>의 잔상이 겹쳐졌다.
<인터스텔라>에서 시간의 비대칭성으로 우주에서 시간을 더디게 겪은 주인공이, 지구에 남겨져 늙어버린 딸들과 통신하는 장면은 어마어마하게 슬픈 순간이었다. 작가가 주인공 그레이스 박사를 독신으로 설정한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다. 가족이 있다면 결코 우주로 향할 수도 없었고, 간다 해도 우주선을 U턴하는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없었을 테니까.
<콘택트>에서는 인류가 외계 종족과 서로의 언어를 교환하고 그들의 언어를 배워 가는 과정이 그려졌는데, 이 소설에서는 오히려 인류의 과학적 성취가 더 뛰어날 수 있다는 설정이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다. 주인공은 외계 종족 로키에게 상대성이론을 알려준다.
그렇다! 우리가 외계인에 비해 무조건 과학 발전이 더딜 것이라는 생각은 편협하다!
노트북 고마움. 우리 과학자들이
수백 년 동안 배울 수 있는 인간 기술.
넌 내 사람들의 역사에서 가장 훌륭한 선물 줌.
- 외계 거미 종족(?) 로키가 그레이스에게 노트북을 선물 받고 한 인사말 -
인류 종말의 위기 앞에서, 구원자의 자질은 무엇?
소설 말미의 질문이 오래 맴돈다.
만약 실제로 지구 종말급 위기가 닥친다면, 인류를 구할 수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과학적 전문성, 창의력, 호기심 같은 능력은 물론 중요하다. 그런데 옮긴이가 덧붙인 것처럼, 결국 마지막을 결정짓는 건 어쩌면 ‘선함’ 일지도 모른다.
작품 속에서도 희망적인 장면이 나온다. 돌아올 가능성이 없는 계획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예상보다 많은 지원자가 나선다.
물론 영웅이 되고 싶은 욕망이 전혀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 선택을 “인류에게 내장된 선함”의 증거처럼 읽고 싶다.
위기 앞에서 서로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마지막까지 붙잡는 인간성일 테니까.
그럼에도 현실적인 고백 하나.
만약 나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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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못 간다. 가족들과 함께 마지막을 함께 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