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zy Factory 2화] - 브로맨스♥
예전의 난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왠지 모르게 거칠고, 무뚝뚝하며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수면이 부족하고 피곤한 상태로
항상 시간에 쫓기며 일하다 보니,
부족한 맘의 여유가 얼굴에도 드러나서 그렇게 생각했었던 것일까.
실제로 경험해 보니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며
텃세 부리고 불친절한 사람도 있지만,
정 많고 따뜻한 사람 역시 많은 곳이었다.
처음엔 요령이 부족해서 버벅대고 있으면
자신의 일을 잠시 내려놓고 노하우를 알려주시는 달인 선배들.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의 스피드로 물량을 뽑아내는 선배를 보면
달인이란 말이 절로 나왔다.)
무슨 이야기든 편하게 할 수 있어 심적으로 의지가 되었던 입사 동기 등.
사무직에서 만났던 동료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삶의 큰 역경을 경험하여
극복 중인 각자의 사연을 가진 분들이 많았다.
물론 나 역시 마찬가지이며, 이후 글에서 풀어나갈 것이다.
입사동기 중 동생 한 명은
공기업에서 근무하며 견디지 못할 수준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퇴사 후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정말 힘들 만도 했을 법한 게....
범죄자가 출소하면, 갱생을 위해
나라에서 지원하는 여러 제도를 안내하고
대면으로 상담하는 업무였다고 한다.
사기업으로 치자면, 범죄자가 고객인 셈인 것이다.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고 있는 상태에서 상담을 하게 되며,
"나 같은 사람이 있으니 너희들이 먹고사는 거다.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집으로 찾아가서 죽여버리겠다."와 같은
협박도 받았다고 한다.
비록 개인시간이 극히 부족하고, 몸이 고되지만
그때보단 지금 마음은 훨씬 편하다는 의견에
나도 심히 공감되었다.
현장직이 정신적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사무직 특유의 조여드는 압박감은 덜하기에.
브로맨스♥
내가 속한 라인의 조가 아닌,
다른 라인에서 근무하는 분들과는
거의 대화할 일이 없는데...
휴게실에서 동생과 내가
지급받은 팔토시 1개를 놓고, 최소한 2개는 줘야
세탁해 가며 쓸 것 아니냐고 푸념을 늘어놓던 중이었다.
이를 들은 다른 라인 소속의 한 살 많은 형이 말을 건넸다.
필요한 게 있으면, 조장한테 요청하면 더 주니까
말하면 된다고 알려주시며 자신은 작업할 때 팔토시를 쓰지 않으니,
가져다주겠다고 하였다.
다른 것도 아니고 일할 때 필요한 기본장비가
부족한 것을 무심하게 신경 쓰지 않는 상사에게
요청하기가 좀 싫었었는데,
이처럼 팔토시를 무려 11쌍이나 챙겨주셨다.
주간근무에서 야간근무로 교대되는 첫날.
화장실에서 그 형을 마주쳤다.
"형님, 푹 주무시고 오셨습니까?"
"응, 그럼~
니 생각하며 푹 잤지."
"아......... 네!?"
갑자기 훅 들어오는, 부산남자의 애교표현에
피곤한 컨디션에도 멋쩍은 웃음이 나왔다.
새로 입사하는 사람들
새로 입사하는 사람들 역시 각양각색에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으신 분들도 계신다.
대체적으로 첫날에는 다들 표정이 어둡고,
긴장되고 피곤한 모습이 역력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쪽에선 대형 철판을 잘라내는 프레스가
쾅쾅 치는 소음, 로봇이 용접하며 튀는 불꽃 등의 모습에
몸이 조금 얼어붙기도 하고..... 거기서 이런저런 설명을 들으며,
바로 일을 시작해야 하니 낯선 느낌도 많이 들게 된다.
하지만 며칠만 지나면, 머리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자동으로 몸이 움직이는 경험을 하게 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도 익숙해지니,
한결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