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는 길이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무념무상으로 걸어가는 중이었는데,
길 건너편에서 누군가 손짓하며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혼자 사는 1인 가구에다 동네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날 아는척할 사람은 없을 텐데, 누굴까?
아아.......
환하게 웃으며 날 불렀던 분은 동네 단골마트 사장님이셨다.
몇 개월 전 새롭게 동네 작은 마트 오픈을 하셨었고,
직접 배송 서비스도 하시며 항상 친절하셨던 사장님.
퇴근길에 자주 들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짧게 나누다가
내가 서울살이를 끝내고 부산으로 돌아온 사연도 이야기했었다.
가족과 함께 살았던 집에서 이젠 혼자 지내고 있단 이야길 들으시곤 많이 안타까워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오래되지 않아 갑작스레 전품목 떨이행사를 하며
가계 폐업을 하게 되었다는 안내문이 붙었었고,
마트에는 사장님의 아드님만 나와서 카운터를 보고 있었다.
'365일 초특가세일'이란 문구가 무색할 정도로 빠른 폐업에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지만, 계속 운영해 나가실 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은 것이리라.
이후로도 계속 임대가 붙은 채 새로운 가게가 들어오지 않아서
정리는 잘하신 건지 걱정과 궁금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우연히 지나가는 날 보시곤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어주시는 것이었다.
길 건너편이라 별다른 이야길 나눌 순 없었지만,
눈빛과 표정만으로 "잘 지내고 계신 거지요?" 하고 서로 안부를 묻는 시간이었다.
동네 마트가 폐업한 이후론 가까운 편의점을 주로 가게 되었는데
다행히 편의점 사장님도 친절하신 분인 데다 소주만 사갈 때에도
머거넛 증정품을 병 위에 꽂아주시는 파격서비스를 해주셨다.
어느 날은 '오늘은 이걸로 드셔보세요' 하고 믹스 앤 넛트 대용량 상품을 병 위에 살포시 꽂아주신다.
사실 맛있는 배달음식을 주문해 놓고 가끔 술만 사러 편의점에 가는 건데,
별다른 안주는 사지 않는 날 좀 챙겨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그러신건진 모르겠다.
번화가나 유명 관광지의 항상 사람이 북적이는 가게들보다
동네의 친절한 작은 가게들에게서 느껴지는 정과 인심이 난 참 좋다.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오래오래 왕래하며 볼 수 있는 가게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