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Crazy Offic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치는목동 Oct 05. 2024

고시원에서 원룸 이사 후, 날 반겨주던 토끼 가족

[Crazy Office 6화] 서울살이에서 만난 동물들 (3)

같은 건물의 다른 회사로 이직한다는 것


하나의 빌딩 안에 입주한 여러 개의 회사들.


기존 회사를 퇴사하고 층수만 다른 층의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경험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서울에서의 첫 회사에 절친한 동료들이 많지만,


대표님을 비롯해 다시 마주치기 불편한 이들이 있었기에


고민했던 게 사실이다.



회사가 퇴사를 만류할 정도로

떳떳하게 일하고 나온 건데....

뭐 어때. 

잘 지내는 모습 보여주고,

이직 생각하는 후배들의 길도

열어주는 최초의 1인이 되어보자.



이직한 회사 역시 같은 코스닥 상장사였고,


다른 업계였지만 기업의 인사담당자가 주 고객인 점은 동일했다.


이로 인해 두 회사의 대표님이 종종 미팅을 가지시며,


가까이 지내셨는데 어느 순간 의견충돌로 


서로 거리가 멀어졌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이직한 회사로 출근 한지 며칠 되지 않아서, 


전 직장의 대표님을 우연히 마주치니 깜짝 놀라신다.


여기엔 웬일이냐고 물으시는 대표님.



아....

저, 00 회사를 다니게 되어서

출근하였습니다.



그때 대표님이 짓던 씁쓸한 표정과 애써 짓던 미소를 보며,


힘든 시간을 보냈던 나로선 묘한 쾌감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좁은 고시원을 벗어나 원룸으로 이사도 하게 되었다.


새로 이사 온 원룸은 창문을 열면 갑갑한 건물로 가려져 있지 않고,


탁 트인 자그마한 산이 있어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소리,


지저귀는 새소리가 잘 들려서 무척 마음에 들었다.


관악산 둘레길로 연결도 되어있는 뒷산 산책로를 


운동하러 올라가 보았는데........




저 멀리 보이는 저건?



너무나 평화롭게 당당히 자리 잡고 있는 귀여운 생명체들.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토끼가 이 산에서 살고 있었다.


등산객들 말씀으론, 주인이 버리고 가서 몇 년째 산에서 살고 있다고 했고


엄청난 번식력으로 이젠 수십 마리로 불어나게 된 것이었다.


사람을 자주 봐서 그런지 겁내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졸졸 쫓아다니기도 할 정도이다.




새싹의 향기를 맡는듯한 귀여운 토끼.



식사 중이심.



원래 이 벤치엔 내가 앉아 있었는데, 


볕이 뜨거운지 다리 사이로 쪼르르 들어와서 자리 잡는다.


자그마한 산에 이렇게 자유롭게 살고 있는 토끼 여러 마리가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밥을 챙겨주시던 아주머니 등산객이 '잘 있어~'하고 


산에서 내려가실 땐 강아지처럼 쫓아 내려가는 것도 보았다.


영화 쥐라기월드가 개봉했을 때라, 한창 영화 속 장면을


따라 패러디하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토끼님들을 놀라게 해선 안 돼~!!!


........... 왠지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최근엔 흰 토끼와 검은 토끼 부부가 새끼를 낳아서,


흰 바탕에 검은 무늬가 들어간 애기랑 


검은 바탕에 흰 무늬가 들어간 애기들이 총총 뛰어다닌다.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을 혼자서 다녀오기도 할 만큼


귀여운 동물들이 보고 싶었는데..... 이사한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토끼가족들이 날 반겨주어서


고단한 서울살이의 새로운 힐링장소가 추가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커피숍에 갇힌 아기 새 방생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