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1. 20180707

by 전영웅

같은 여름이라도, 장마철 서늘한 날 비행기에 오른 네가 그곳에 내렸을 때엔, 덥고 다른 느낌의 공기를 느꼈을 것이다. 그래도, 자주 갔었던 조호바루였으니 크게 어색하지는 않았겠지. 엄마가 옆에서 함께 해주고 있으니 더욱더 말이다. 아빠가 좋아하는 두리안을 너는 싫어하지만, 그것 말고는 너도 좋아하는 음식들이 많고, 네가 잘 지내는 사촌남매들이 셋이나 반겨주니 사실 아빠는 널 보내며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거기에서 공부하는 동안 중간중간 그곳에서나 제주에서 아빠와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일 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너와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사실은, 아빠를 많이 힘들게 하고 있다. 이제 시작이니, 아빠는 마음을 단단히 가다듬고 멀리서 공부하고 있을 너를 생각하며 열심히 일해야겠지. 그리고, 조금 지나 시작될 휴가에 너를 보러 간다는 생각으로 힘든 마음을 이겨내고 있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도 너를 보내고는 기운이 없다고 말씀하신다. 그래도, 네가 해야만 하는 공부에 기대가 잔뜩이신 모습이다. 네가 태어나 아주 작았을 때의 모습부터 보아오신 두 분이, 너의 키가 외할머니의 키보다 커지고 네 발이 아빠의 발 크기를 따라잡는 모습에 대견해하신다. 그리고, 돌아올 때 좀 더 달라질 너의 모습을 벌써부터 기대하고 계시기도 하다.


말이 적어 강요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빠의 결정과, 부당한 기분으로 입이 삐죽 튀어나온 너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엄마의 노력이 지금 너를 그곳으로 보냈다. 물론, 엄마의 다정하고 인내 있는 설명과 설득이 너의 생각을 부드럽게 했고, 지금의 결정과 과정을 받아들이게 했다. 그곳에 머물며 공부하게 된 이상, 아빠는 네가 열심히 배우면서도 자유롭게 즐기고 생활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엄마와 아빠는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기회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생각에 네가 공감해주었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시간이 적응을 잘해 내는 너에게 재미를 줄 수도 있다. 설령 적응을 잘하더라도 조금은 힘든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사촌들과 지낸다 하더라도 엄마와 아빠 없이 혼자 지내야 한다는 점은 너를 힘들게 할 것이다. 아빠는 몰라도 엄마와는 떨어져 지내는 네 인생의 첫 번째 시기이니 당연히 그럴 것이다. 조금은 빠르다. 그렇지만, 평생을 엄마 아빠와 함께 살 수는 없는 일이니, 그런 경험을 조금 일찍 한다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 이른 경험은 아마도, 형제 없이 혼자 살아가야 하는 네가 좀 더 당당하고 씩씩하게 살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아빠가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수없이 많다. 그렇지만, 그것을 한꺼번에 다 말한다는 건 불가능하기도 하고, 네가 아직 이해할 수 없는 말들도 많다. 아빠가 앞으로 종종 쓰게 될 편지들 중 첫 번째인 이 편지에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 딱 두 가지이다.


첫째로, 말을 할 때에는 두 번 생각하고 말해라. 특히 네가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무언가 좀 이상하다 생각할 때에는 바로 말하지 말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다시 생각해 보아라. 적어도 두 번 정도 해 본 생각을 바탕으로 말을 해라. 아직은 초등학생인 네가 친구들과 말하다 보면 생각 없이 말부터 하게 되는 일은 다반사이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너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외국에서 한동안 지내야 하고, 엄마와 아빠가 없이 혼자서 한동안 지내야 한다. 이제까지 살아오며 당연하게 느꼈던 것들을 당연하게 느끼도록 배려한, 엄마나 아빠만큼 너를 배려해주는 사람은 이제 없다. 주눅 들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엄마와 아빠 앞에서와 같이 생각하지 않고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무언가 이상하거나 판단이 잘 서지 않을 때에는 꼭 두 번 이상 생각하고 말하거나 대답하도록 해라. 그러면, 주변에서 너를 좀 더 단단한 아이로 볼 것이고, 좀 더 친해지고 도움을 주려 할 것이다.


두 번째로, 네가 이른 나이에 외국에서 공부하는 것은 너에게는 힘든 일일 수 있으나, 다른 친구들이나 사람들에겐 부러운 일일 수 있다. 물론 많은 또래의 친구들이 외국이나 제주의 국제학교에 입학해서 공부한다. 그렇지만, 그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실력이던 집이 부유해서이든, 가능한 친구들에게만 주어지는 기회이다. 그것을 네가 능력 있는 엄마 아빠를 만나서 가진 기회라던가, 네가 잘나서 잡은 기회라고 생각하지는 말길 바란다. 세상에는 다양한 친구들이 아주 다양한 기회와 환경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각자가 나중에 시간이 지나 행복해지는 방법 역시 매우 다양하다. 엄마 아빠는 아직은 경험이 적은 어린 너에게,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판단해서 조금의 무리를 두고 너를 그곳으로 보냈다. 그것뿐이다. 네가 다른 친구들이나 사람들 사이에서 우쭐해지거나, 자랑 삼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언제나 겸손해야 한다. 똑똑하고 당당하게 행동해야 하지만, 네 스스로가 잘나서 그렇다는 생각은 절대 해서는 안된다. 그런 이기심과 잘못된 자기 판단이 세상을 너무 불행하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네가 떠나던 날 새벽이었을 거 같다. 집 주차장 천정 모서리의 제비집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새끼들이 몸이 너무 커져서 집 모서리에 매달리듯 앉아있더니 한꺼번에 날기 시작한 때가 말이다. 제비들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날았고, 너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긴 시간을 공부하러 떠났다. 같은 날에 말이다. 제비들도 스스로 먹이를 사냥하면서 몸을 더 키우다가 추워지면 남쪽 나라로 날아가겠지.. 너도 이제 스스로 무언가를 해 나가며 너의 행복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아직은 네가 이해하기는 어려운 말일지도 모르겠다. 너의 목적은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네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찾아나가는 것이 삶의 목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 목적을 위한 도구 하나를 잘 연마하기 위해서 그곳에 간 것이다. 잘 모르겠더라도, 아빠의 이 말은 항상 기억하고 있기를 바란다. 그곳에서의 조금 긴 시간을 시작한 너에게 아빠는 무한한 응원을 보낸다. 종종 편지 하마.. 사랑한다,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