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2. 20180715

by 전영웅

말이라는 건 네가 살고 있는 세상의 모습이다. 너는 한국어를 말하며 자란 한국인이고, 그래서 한국이라는 세상에 익숙하다. 반대로 말하자면, 너는 한국어를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왔던 한국이라는 세상을 자연스럽게 대한 것이다. 물론 세상을 구성하는 건 말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말이라는 건, 세상을 구성하는 것들 중 하나일 뿐이다. 그렇지만, 가끔 너도 느꼈을 것이다. 다른 말을 하는 사촌형제들이나 네게 영어를 가르쳤던 학원 선생님에게서 가끔씩 너와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거나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을 말이다. 그들은 특별한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지만, 그것을 보는 너에게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때론 그런 말과 행동이 왠지 멋있어 보이고 마음에 들었을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서로가 하는 말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해도 반 이상은 맞는 말이다.


아직은 잘 모를 수도 있다. 말이라는 건, 자신의 생각과 연결되어 있다. 각자의 생각은 다 같이 모여 사는 사람들에 의해 생각의 큰 덩어리가 된다. 그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풍경이 되고 문화가 된다. 그러니까, 말을 배운다는 것은 네가 이제껏 살았던 세상과는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느끼고 익숙해지는 과정인 것이다. 너는 한국말이 사용되는 한국사회에서 살아온 사람이기에 한국에 대해 새로운 느낌이 별로 없을 것이다. 이제 너는 영어로 말하게 되면 그것은 영어를 사용하는 세상에서 영어를 말하는 사람들을 경험하고 그들의 생각에 익숙해질 것이다. 혹시 중국어나 다른 언어를 배우게 된다면 그 말을 사용하는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지금같이, 영어나 중국어를 사용하는 세상에 직접 들어가 배우고 경험한다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렇게 너는 세상의 다양한 생각과 문화를 배우고 경험하면서 생각이 넓어질 수 있다. 그것이, 네가 떠날 때 어느 삼촌이 써 준 편지 안의 ‘다름’이라는 뜻과 연결되어 있다. 다른 세상에 경험하고 익숙해지면, 너는 다양한 모습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넓은 사람이 될 것이다.


그래서, 말은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 밖을 나설 때, 가장 유용한 무기이자 수단이 된다. 우물 밖으로 나왔는데, 소통의 수단이 없다면 우물 밖은 넓고 신기한 세상이 아니라, 두렵고 조심스러운 세상이 될 것이다. 게임으로 말하자면, 너는 아주 높은 레벨의 칼을 인벤토리에 넣어 둔 것이고, 그 칼을 사용할 수 있는 레벨이 되기 위해 열심히 경험치를 쌓고 있는 것이다. 높은 레벨의 칼을 휘두르며 싸우게 될 날을 기대하며 공부해라.


다시 말하지만, 아빠는 네가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고 그곳에 보낸 것은 아니다. 말을 배우고 자연스럽게 적응해서 좀 더 넓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네가 배운 말들이, 네가 세상을 사는 동안에 아주 훌륭한 무기가 되어, 너를 자유롭게 만들기를 바란다. 네가 배울 말들은,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 안에 네가 서게 될 때, 두려움이나 주저함이 사라지게 도와줄 것이다. 앞으로 주어진 일 년의 시간 동안 열심히 배우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놀면서 잠시 그곳의 사람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되도록이면 그곳의 말로 대화를 하면서 말이다. 혹시 네가 다른 형제들보다 말을 잘 못한다고 주눅 들지 말아라. 좀 더 따라잡아야 한다 생각하고 그들의 말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해라. 다른 형제들은 너보다 몇 년을 먼저 그곳에서 살았으니, 너보다 더 잘하는 건 어쩔 수 없이 당연한 일이다.


라이가 털갈이를 하느라 털이 엄청 빠지고 있단다. 마당이 라이의 털로 하얗게 변할 지경이다. 제주도 엄청 더워졌다. 비도 오지 않고, 열대야도 시작되었다. 네가 있는 그곳보다 더 덥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땀이 많은 아빠는 요즘 그래서 조금 힘들다. 네가 블로그에 쓴 마인크래프트 이야기도 잘 봤다. 생각보다 스토리를 구성하고 풀어가는 능력이 대단하더구나. 조금만 더 노력하면 좀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쓸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글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지식에서 나오는 생각을 바탕으로 쓰는 것이다. 네가 마인크래프트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것은,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즐기면서 게임의 세계관과 내용들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듯 말이다. 블로그에 글을 쓰기를 즐기다 보면, 너도 좀 더 깊고 넓은 생각으로 다양한 글을 쓸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게임이라는 한정된 바탕 안에서만 글을 쓰지는 말아달라는 아빠의 부탁이다. 그리고,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너의 무언가를 보여주다 보면, 어떤 때에는 악플 등으로 상처를 입는 경우가 반드시 생긴다. 글은 자신의 얼굴이다. 악플은 그것을 다는 사람의 못난 얼굴을 드러낼 뿐이지, 악플로 네가 받는 상처는 너에게 별 의미를 주지 못한다. 그러니 상처 받지 말고 흘려듣는 연습이 필요하다. 의미 없는 상처로 쓸데없이 기분을 다치지 말아라. 그래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언젠간 달릴 수도 있는 악플에 대처하길 바란다. 아들은 잘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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