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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웅 Mar 10. 2020

[아들에게] 동물농장, 20200122


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비평가이자 소설가이다.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 영국 식민지였던 미얀마에서 영국 하급관리였던 아버지에게서 태어났다.  영국으로 건너가 이튼스쿨을 졸업하고 다시 영국경찰로 미얀마에서 근무했다.  그러다, 식민지 지배의 위선을 느끼고 직업을 그만두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조지 오웰은 철저하게 경험에 기반한 글을 쓰고, 인간의 가난과 위선을 제대로 바라보며 계층적 글쓰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정치나 사회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풍자하는 소설을 썼다.  아빠가 조지 오웰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조지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라는 에세이집에서, 자신은 경험과 양심에 따른 글을 쓴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의 글은 경험과 양심 때문에 깊이와 통찰이 살아 있다.  


  경험에서 나온 그의 책은 대표적으로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과,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 있다.  실제로 그가, 파리와 런던에서 돈 없는 부랑자로 살아가며 겪었던 일화들을 글로 펴낸 책이고, 영국 북부의 광산지역에 거주하는 광부들과 그 가족들의 가난한 일상을 함께 경험하고 느끼며 쓴 책이다.  두 책에서 다시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바로, 가난을 똑바로 바라 본 것이다.  그리고, 가난은 그들이 스스로 자초한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사회구조가 그들을 내몰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조지 오웰은 가난을 경험하고, 느낀점을 양심 그대로 서술하여, 통찰적인 결론에 이른다.  조금 어려운 말로, 그래서 그의 글은 어쩔 수 없이 정치적이다. 


  그의 경험과 양심은 그를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게 만들었다.  1930년대 스페인은 프랑코가 주도하는 독재세력에 맞서 전쟁을 벌이는 저항세력이 있었다.  특이한 점은, 이 저항세력들은 스페인 내부에서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주로 좌파라 불렸던,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자들이 모여 결성한 국제여단이 존재했다.  그래서 1930년대의 스페인 내전은 전 세계 지식인들과 좌파들의 이상과 양심의 시험장이었다.  조지 오웰도 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답게, 스페인 내전에서 경험하고 느낀 점을 서술한 책이 ‘카탈로니아 찬가’이다.  그는 이 책에서 스페인 내전의 실제 모습은 이상이나 양심과는 다름을 폭로한다.  그리고, 그는 이 전쟁에서 목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영국으로 돌아온다. 


  이후에 쓴 소설이 ‘동물농장’과 ‘1984’이다.  

  동물농장은 농장에서 인간을 몰아낸 동물들이 스스로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이야기이다.  쉽고 재밌는 이야기는 언뜻 보면 우화로 보이지만, 이 소설은 인간의 역사에 존재했던 어느 독재자를 철저하게 풍자하고 비판한 소설이다.  1900년 초반의 러시아에서는 무능한 황제를 몰아내고,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공평하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레닌과 스탈린과 트로츠키라는 지도자들이 나타나 ‘소비에트 연방’ 즉, 소련을 건설한다.  레닌이 물러난 이후 스탈린이 권력을 잡았는데, 현실주의자인 스탈린은 이상주의자인 트로츠키와 반목하다가 결국 트로츠키를 축출한다.  여기서 소설 속 인간들은 러시아 황제이고, 영리한 돼지 나폴레옹은 스탈린, 그리고 스노볼은 트로츠키로 볼 수 있다.  이후 이야기는 나폴레옹이 독재자가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이 경멸했던 인간들과 점점 같아짐을 확인하며, 인간에게서 해방되었지만 먹을 것은 더 열악해짐을 깨닫는 과정이다.  현실의 역사에서, 스탈린 독재가 보여 준 반인간적인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분명히 짚어야 하는 부분은 영리한 돼지 나폴레옹이 독재자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은 나폴레옹 혼자의 영리함 때문이 아니다.  비밀경찰 격인 개들이 존재했고, 나폴레옹의 옆에서 동물들을 선동하는 스퀄러가 존재했다.  독재는, 한 사람만이 아니라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나의 구조를 만들어 분위기를 몰아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독재는 언제나, 괴롭고 경멸했던 해방 이전의 체제, 그것과 별다를 것이 없는 세상으로 되돌아간다.  지배하는 권력만 다를 뿐이다. 


  동물농장은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갉아먹는 독재에 대한 비판이다.  그가 경험했던 스페인 내전의 패배와, 작품이 쓰여지던 당시 실제했던 소련의 독재를 철저하게 비판함으로, 불안이 가득했던 세계적 상황 속에서 독버섯같은 독재의 발현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후 그는 ‘1984’라는 소설을 쓴다.  그의 마지막 작품은 1984는, 빅브라더라는 존재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독재의 미래에, ‘우리는 어떻게 살게 될 것인가’ 상상하며 경고하는 내용이다.  


  조지 오웰은 철저하게 경험하고 비판하는 글을 썼다.  동물농장은 처음에는 어린이도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우화로 오인당할 만큼 쉽게 쓰였지만, 실은 철저하게 독재를 비판한 날카로운 소설이다.  그의 글은 언제나 긴장과 날이 살아있었다.  글은 언제나 배경을 가지고 있고, 글쓴이의 생각이 담길 수 밖에 없다.  경험과 통찰과 긴장과 비판이 언제나 살아 있었던 조지 오웰의 글을, 아빠는 너무 사랑한다.  그래서, 아빠의 글쓰기의 원칙의 한 축으로 존중하고 존경한다.  네가 동물농장을 읽을 때, 아빠는 조금 놀라고 반가웠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을 잘 모르고 읽은 것이긴 하겠다만, 아빠는 너에게 작가와 작품의 이러한 배경들을 설명해 줄 수 있어 기쁘다.  앞으로, 이렇게 종종 책 한 권씩 설명하고 권유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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