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바람냄새가 배인 사람들

by 전영웅

그의 손가락 하나는 벌겋고 단단하게 부어 있었다. 일주일도 넘게 그 상태였다고 했다. 집 근처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해도 낫지 않는다고 말했다. 40대 중반의 그는 당뇨가 있었다. 당뇨약을 제대로 복용하지도 혈당관리를 잘 하지도 않고 있었다. 술과 담배도 심각할 정도로 마시고 피웠다. 그의 벌겋게 부은 손가락을 살피고, 이제까지의 과거력을 파악하고 나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일단 약을 처방해 주지만, 호전이 없으면 입원해서 항생제 투여와 함께 당뇨검사와 관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그는 배를 타야 한다고 했다. 당장 오후에 배에 오르면, 15일 정도 바다 위에서 생활해야 한다고 했다. 난감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약을 좀 더 길게 처방해주는 일 밖에 없었다.


그들에게선 한기가 배인 바람냄새가 났다. 병원에 오기 위해 배 위에서 입던 작업복을 벗고 몸을 씻어 비린내를 없앴지만, 몸에 각인처럼 배인 바람냄새는 쉬이 없어지지 않았다. 그 바람냄새엔 한 가닥 가느다란 비린내가 같이 흘렀다. 바닷바람에 검게 탄 얼굴과 뱃일에 거칠고 딱딱해진 손은, 굳이 그들이 하는 일을 말해주지 않아도 자연스레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밖에 없었다. 거친 바람냄새만큼, 그들의 말도 몸도 거칠었다. 술과 담배는 자연스런 일상이었고, 몸도 그만큼 좋지 않았다. 그들은, 그들의 몸과 성정이 가장 편안한 습관이자 자연스러운 삶이라 억지로 각인시키려는 듯,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오랜 시간을 머물다 들어왔다.


그들이 바다에 머무는 시간은 보통 2주에서 두어 달 정도였다. 먼 바다로 나가 조업을 하거나 원양어업을 하는 경우였다. 커다란 배에 인원이 채워지면 출항을 하는데, 배 안의 의료장비라고는 구급약품 몇가지가 전부였다. 그래서 선주들은 선원들의 건강문제에 예민하다. 작정하고 나간 바다에서 선원 한 명이라도 건강에 문제가 발생하면 조업을 포기하고 들어올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이 많게는 몇 천만원이라고 했다. 선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돈을 벌려면 배에 올라야 하는데, 자신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거나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배에 오를 수 없었다. 내 앞에 앉은 그들은 항상 조급했다. 어서 낫지 않으면 안된다며 절박함을 호소했다. 또는 처방받을 수 있는 최대한의 약을 요구했다. 그들에겐, 배 위에서 건강과 연관한 모든 문제에서 의존할 수 있는 것은, 먹거나 바르는 약 밖에 없었다.


작업은 고되고 환경은 열악했다.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망망한 바다 위의 배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갇혀 생존과 삶을 위해 싸워야 하는 일은, 단단한 땅에 발을 항상 딛고 여기저기를 자유로이 다니며 사는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피로와 긴장을 유발한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그들에게 술과 담배는 가장 쉽고 가장 저렴하게 접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그리고, 몸은 망가져간다. 망가지며 생겨난 몸의 틈새들로, 짠내 가득한 바닷바람이 배어들고 채운다. 지병이 있어도 잘 관리하지 못하며, 몸에 문제가 생기면 쉬이 낫지 않는다. 다치기도 많이 다쳤다. 어떤 이는 작업 중 감기는 로프에 배를 맞아 갈비뼈가 부러지고 간과 비장이 파열되었다. 손가락에 갈치바늘이 꿰어 오거나, 생선가시에 찔려 퉁퉁 부은 채로 병원에 오는 일은 너무 흔했다.


그들은 사회적으로도 존중받지 못했다. 어느날 응급실에서 만난 선원환자는 손과 발에 2도 화상을 입은 채 관리가 잘 되지 않아 감염이 동반되며 3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3일 전 어선에서 발생한 화재의 피해자였다. 그 사건은 전국뉴스에서도 방송될 정도로 심각한 해상 화재사건이었다. 3일 전이라.. 어째서 이제서야 왔느냐 물어봤더니 선원은 볼멘소리로 대꾸했다.


“경찰선에 바로 옮겨져서 붕대 감아준 것 말고는 치료받은게 없어요. 조사한다고 이제까지 배에서 방치당했어요.”


답답했다. 바로 후송까지 고려되어야 했을 환자를 이렇게 방치했다니.. 선원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라도 그런 취급을 당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적극적으로 치료하려고 화상드레싱을 시행하고 입원시키려는데 관계자가 나서서 바로 퇴원해야 한다고 했다. 육지로 후송해서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 퇴원의 이유였다.


그들의 건강문제는 가족들에게도 부담이었다. 진료실에 함께 들어 온 보호자들은 환자를 먼저 밖으로 보내고는 나에게 부탁했다.


“제발 술담배 좀 줄이도록 겁 좀 주세요. 정말 심각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심정이었다. 그래서, 어느 환자에게는 방금 시행한 대장내시경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들을 늘어놓으며 술담배를 줄이거나 끊지 않으면 큰일날 거라 협박했다. 심각한 표정의 환자 뒤에 앉은 보호자는 피식 웃으며 ‘거봐 내가 작작좀 하라 그랬쟎아.’라며 추임새를 넣고 있었다. 물론, 그 환자의 대장내시경 결과는 아무 이상 없었다.


제주에 입도한 후로 나는 항상 바다가 보이는 집에서 지냈다. 일하는 병원에서는 조금만 걸어나가거나 차를 몰면 5분을 넘기지 않은 시간 안에 바다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런 바다 위에 어둔 밤이 찾아오면, 수평선을 나란히 뒤덮듯 어선 불빛이 길게 늘어섰다. 대부분 새벽까지 갈치를 낚아 올리는 어선의 불빛이었다. 어화.. 물고기의 불빛이라는 참 아름다운 단어이다. 그러나, 그들을 만난 후로, 배낚시를 이유로 배에 올라본 잠깐잠깐의 경험으로, 그 아름다움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눈이 아프도록 시린 그 불빛 아래에서, 차가운 바닷바람과 파도를 온 몸과 얼굴로 받아들이며, 낚싯줄을 연신 감았다 풀었다 해야 한다. 짠내와 한기서린 바닷바람은 작업복에 물들듯 배어들어 몸을 식힌다. 파도는 이따금씩 작업복과 얼굴을 적신다. 낚시바늘은 항상 조심해야 하고, 낚싯줄에 손이 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손은 장갑을 꼈지만 퉁퉁 불기는 매한가지이다. 어쩌다 부주의하게 갈치이빨에 손이 스치기라도 하면, 살은 칼에 베인듯 피를 내기 시작한다. 아름다움의 이면엔 이유없이 세상에서 대접받지 못하는 그들의 고된 노동이 자리하고 있었다. 노릇하고 먹음직스럽게 구워낸 식탁 위의 갈치나 고등어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 속 모르는 누군가의 거친 성정과 건강하지 못한 몸을 담보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꾸준하게 그들을 진료실에서 만난다. 그들을 마주하며 느끼는 한기 가득한 바닷바람과 어쩔 수 없이 듣게 되는 거친 말들, 그것들에 나는 가끔씩 마음에 생채기가 난다. 하지만, 제대로 치료와 처방이 불가능한 안타까움 역시 나를 힘들게 한다. 그들이 진료를 마치고 나간 창 밖으로는 바다가 그리 멀지 않게 보였다. 작은 어선 두어 척이 느릿하게 범섬 앞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방금 나간 환자에게 술을 줄이고 담배를 끊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었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그들의 가장 쉽고 간편한 방법인 술과 담배를 멀리하라니, 나는 그들에게 얼마나 허망한 사람이 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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