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에서 찌는 보리술빵의 추억

by 달 산


낯선 도시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김


​보리술빵의 추억, 있으신가요?


​어렸을 적, 고속도로를 지나다 차가 막히면 어디선가 나타난 아주머니가 커다란 술빵 한 덩이를 운전석 창 너머로 내밀곤 했습니다.


그 시큼하고 달달한 냄새에 홀린 듯 선뜻 천 원짜리 지폐를 건네고, 뜨끈한 술빵 한 덩이를 받아 온 식구가 나누어 먹었던 기억…


​일어나기 싫은 아침, 부모님 성화에 겨우 따라나선 등산길.


내려오는 입구에 허연 김으로 투명 비닐이 뿌예진 채 탑처럼 쌓여 있던 술빵은 제 기억 속에 늘 함께합니다.


그 어른들의 술빵을, 이젠 제가 이곳 비엔나에서 저만의 추억으로 다시 씁니다.


​한국을 들를 때마다 저는 잊지 않고 보리떡용 가루를 사 오곤 합니다.


술빵용 보리가루를 한국에서 공수해 오면 만드는 법은 아주 쉽거든요.


이곳 비엔나는 팟럭 파티가 많고 성당에서 나눔을 해야 할 일도 자주 생기는데, 그럴 때마다 이 보리술빵은 언제나 인기 메뉴입니다.


사람들이 저를 굉장히 솜씨 있는 사람인 양 착각하게 만드는 고마운 음식이기도 하지요.


​특히 스무 살 갓 넘어 파독 간호사로 오셔서 50년 이상을 이곳에 계신 성당의 어르신들께 이 술빵은 특별한 사랑을 받습니다.


막내아이의 학교 선생님도 큰수술 이후 음식을 매우 조심하시는데, 제가 만들어 드리는 이 빵과 채소죽을 너무 잘 드십니다.


​이 소박한 술빵은 이제 제게 비엔나에서의 추억으로 가득합니다.


그리하여 구독자님들과 해외에 거주하시면서 특별한 한국 음식을 고민하시는 분들께 제 작은 '영업비밀'을 털어내 볼까 합니다.


만드는 법: 기다림과 정성을 담아


가장 만들기 적당한 보리가루 500g 기준 레시피입니다.


​보리가루 500g: 종이컵으로 가볍게 담아 깎아서 5컵

​막걸리(또는 맥주) 120ml: 종이컵 2/3컵

​우유 200ml: 종이컵 1컵

​물 100ml: 종이컵 1/2컵

​계란 1개, 콩배기/완두배기 적당량


참고 :보리떡용 가루가 없는 경우.


아래 비율로 섞으시면 됩니다. 단, 보리가루를 밀가루만큼 곱게 갈아야 특유의 부드럽고 폭신한 식감이 살아납니다.


​보리가루 70% : 현미가루 10% : 밀가루 10%
​나머지 10%: 베이킹파우더, 소금, 설탕 약간

( 가능하면 보리떡용 가루를 구해서 하시기를 권합니다)


​[단계별 과정]


반죽하기: 큰 볼에 곱게 간 보리가루와 액체 재료(막걸리, 우유, 물), 계란을 넣고 거품기로 잘 섞어줍니다. 반죽을 들어 올렸을 때 묵직하게 '주르륵' 흐르는 정도가 적당합니다. 보리가루는 따로 발효 시간을 갖지 않고 바로 쪄도 충분히 맛있습니다.

​안치기: 김이 오른 찜기에 종이 호일을 깔고 콩배기 70퍼센트만 넣어 섞은 반죽을 붓습니다.

명 올리기: 처음부터 고명을 넣으면 아래로 다 가라앉을 수 있어요. 4분 정도 먼저 찌다가 남겨둔 콩 고명을 예쁘게 뿌려 멋을 내보세요.


​찌기: 타이머를 30분에 맞추고 중불에서 푹 쪄주세요.


찜기 뚜껑 사이로 구수한 보리 향과 달큰한 술 냄새가 피어오르면, 비엔나의 제 주방은 순식간에 한국의 어느 따뜻한 골목으로 변신합니다.


​완성: 30분 뒤 젓가락으로 찔러보았을 때 묻어 나오지 않으면 바로 꺼내지 말고 뚜껑을 덮은 채로 한 김 식혀주세요.

그러면 수분이 싹 흡수돼서 훨씬 촉촉하고 맛난 보리술빵이 완성됩니다.


마무리: 오늘도 추억을 쪄냅니다


​완성된 술빵은 드시고 싶은 각도만큼 썰어서 나누어 드세요.


남편은 늘 욕심껏 '45도'로 잘라먹곤 하네요.


​고속도로 위, 천 원짜리 한 장으로 맛보던 행복이었던 술빵은 이제 비엔나에서의 제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추억이 되고 있습니다.


이 소박한 빵 한 덩이…


​저는 오늘도 보리가루를 섞으며 다짐합니다.


이곳 비엔나에서 더 많은 이들과 이 구수한 추억을 나누며, 나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해서 쪄내기로 말입니다.


여러분께도 제 영업비밀이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오늘도 맛있는 비엔나의 추억을 들고 독자님의 댁으로 방문할께요^^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