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작은 해독제: 80점에서 멈추는 용기

by 꽉형 헤어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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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의 세계에서 멈춘다는 건 늘 위험처럼 느껴집니다. 조금만 더 하면 더 나아질 것 같고, 한 번만 더 손보면 흠이 사라질 것 같고, 지금 멈추면 어딘가에 문제가 남을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거의 다 됐다”는 자리에서 한 발을 더 내딛습니다. 문제는 그 한 발이, 거의 언제나 다음 한 발을 부른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장의 마지막에서 우리가 제안하고 싶은 해독제는 아주 작습니다. 완벽을 포기하라는 말도 아니고, 기준을 낮추라는 말도 아닙니다. 다만 멈출 수 있는 지점을 하나 정해보자는 제안입니다. 그 지점을 우리는 임시로 이렇게 부를 수 있습니다.
80점.


80점은 수치가 아니라 태도에 가깝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기능한다.”
“이 상태로도 삶은 이어진다.”
“지금 멈춰도 무너지지 않는다.”
이 문장들을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연습입니다. 완벽주의자는 늘 100점을 향해 가지만, 삶은 꼭 100점에서만 유지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삶은 70점과 85점 사이 어딘가에서 충분히 잘 작동합니다.

80점에서 멈춘다는 것은, 일을 대충 하겠다는 선언이 아닙니다. 이미 우리는 충분히 잘해왔습니다. 이 해독제는 더 잘하려는 힘을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힘이 나를 태우지 않도록 브레이크를 하나 달아주는 일입니다. 멈추는 기준이 없을 때 우리는 계속 달릴 수밖에 없고, 달리는 동안에는 방향을 돌아볼 수 없습니다.


이 연습은 아주 사소한 장면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메일을 보내기 전, 한 번 더 고치고 싶은 충동이 올라올 때, 일을 마쳤는데, 괜히 다시 열어보고 싶은 순간이 올 때, 이미 충분히 준비했는데, 아직도 불안이 남아 있을 때, 그때 이렇게 물어보는 겁니다.
“지금 이 상태는 80점인가?”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그 자리에서 멈춰보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불안이 따라옵니다.
“이래도 괜찮을까?”
“혹시 문제 생기지 않을까?”
이 불안은 잘못된 신호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늘 지나쳐왔던 지점을 처음 밟고 있다는 표시입니다. 80점에서 멈추는 용기는, 부족함을 견디는 용기라기보다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몸으로 확인하는 용기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몇 번의 경험이 쌓이면,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80점에서도 관계는 유지되고, 80점에서도 일은 흘러가며, 80점에서도 나는 여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요. 이 깨달음은 완벽주의를 없애지 않지만, 그 독주를 늦춥니다. 삶이 검사대 위에서 잠시 내려와, 다시 숨을 쉬게 됩니다.


이 꼭지의 목적은 거창한 변화가 아닙니다.
완벽주의는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라질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그 힘이 삶을 계속 태우지 않도록,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손잡이를 하나 만드는 것입니다. 80점은 그 손잡이입니다. 언제든 잡을 수 있고, 놓아도 괜찮은.


이제 우리는 다음 장으로 넘어갈 준비를 마쳤습니다. 완벽하게 하려는 마음이 우리를 검사대 위에 세웠다면, 다음 장에서는 또 다른 얼굴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살아버리는 마음을요.
걱정이라는 이름으로 시간을 앞질러 가는 습관을요.


완벽주의가 기준을 높여 우리를 몰아붙였다면, 다음 장의 마음은 시간을 앞당겨 우리를 지치게 합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저주의 또 다른 얼굴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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