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두려움이 시간을 앞질러 가는 순간들

by 꽉형 헤어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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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이 과잉의 상태로 굳어질 때, 그 바닥에는 늘 두려움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두려움은 대개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겁에 질린 얼굴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 두려움은 매우 성실한 표정을 하고, 합리적인 언어를 쓰며, “혹시 모르니까”라는 문장 뒤에 숨어 움직입니다. 그렇게 두려움은 시간을 앞질러 달리기 시작합니다.


두려움이 시간을 앞질러 간다는 것은, 아직 오지 않은 순간을 현재의 기준으로 재단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벌어질지도 모를 최악의 장면을 확정된 사실처럼 끌어와 지금의 선택을 지배하게 합니다. 그때부터 시간은 더 이상 순서대로 흐르지 않습니다. 미래의 공포가 현재를 점령하고, 현재는 그 공포를 피하기 위한 임시 구역이 됩니다.


이 상태에 놓인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편해도, 나중에 더 힘들어질 수 있잖아.”
“지금 쉬면, 나중에 대가를 치를 것 같아.”
이 문장들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지금의 감각은 믿지 않고, 미래의 두려움만 신뢰한다는 점입니다.


키르케고르는 불안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이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불안해집니다.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에, 그중 나쁜 가능성도 함께 떠오릅니다. 문제는 이 가능성을 견디는 방식입니다. 가능성은 원래 열려 있는 상태로 두어야 하는데, 두려움이 앞서 나가면 가능성은 곧바로 판결로 바뀝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이미 유죄를 선고해버리는 것입니다.


두려움이 시간을 앞지를 때, 우리의 선택은 점점 보수적이 됩니다. 실패하지 않는 쪽, 욕망이 덜 드러나는 쪽, 눈에 띄지 않는 쪽으로 몸이 움직입니다. 모험은 사라지고, 안전이라는 이름의 반복이 남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을 살지 않으면서도, 내일의 실패를 피하기 위해 오늘을 희생합니다.


이때 두려움은 아주 교묘한 논리를 가집니다.
“지금 참는 건 미래의 나를 위한 거야.”
“지금 포기하는 건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한 거야.”
이 말들은 얼핏 성숙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 문장이 반복될수록, 미래는 점점 더 커지고 현재는 점점 더 얇아집니다. 결국 우리는 미래를 위해 살았는데, 정작 미래에 도착했을 때 이미 지쳐 있는 상태가 됩니다.


몽테뉴는 이런 태도를 경계하며 말합니다.
“우리의 삶은 대부분 아직 오지 않은 불행에 대한 연습으로 낭비된다.”
연습은 필요하지만, 연습만 하다 보면 무대에 설 힘을 잃습니다. 두려움이 앞질러 가는 삶은 늘 리허설 중인 삶입니다. 아직 시작하지 않았는데, 이미 여러 번 실패한 기분으로 하루를 마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두려움이 앞질러 갈수록 현재의 신호를 무시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몸이 피곤하다고 말해도, 마음이 멈추고 싶다고 말해도, 우리는 이렇게 답합니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현재의 필요는 미래의 공포 앞에서 항상 후순위로 밀립니다. 그렇게 현재는 계속 유예되고, 삶은 계속 미뤄집니다.


아우렐리우스는 이 지점을 정확히 짚습니다.
“현재를 놓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삶을 준비만 하다 끝내는 것이다.”
우리는 미래를 대비하느라 현재를 잃고 있지는 않은지, 이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대비는 삶을 돕기 위해 존재하지만, 삶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두려움이 시간을 앞질러 가는 순간을 알아차리는 하나의 기준이 있습니다. 미래를 생각한 뒤, 지금의 선택이 더 작아졌는지, 더 경직되었는지, 더 위축되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만약 미래를 떠올린 뒤 삶의 반경이 줄어들었다면, 그건 준비가 아니라 두려움의 개입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에 우리가 붙잡아야 할 핵심은 이것입니다. 두려움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앞서 달리지만, 너무 멀리 앞서 가면 길을 잃게 만든다는 사실. 두려움을 없애려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두려움이 현재의 속도를 앞질러 가지 않게 붙잡아야 합니다.

이어서 우리는 이렇게 앞질러 간 마음을 다시 현재로 데려오는 감각의 훈련을 살펴보려 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다시 지금으로 돌아올 수 있는가. 그 질문의 자리로, 조용히 발을 옮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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