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취미가 주방에 미치는 영향

by HER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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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음악 듣고 영화 보고. 책을 사모으고 음반도 사모으고 DVD도 사는 데다가 그릇과 스카프도… 누가 나에게 취미가 뭐냐고 묻는다면 이런 것을 빼놓고는 대답 못하겠다. 이에 비해 h는 ‘목공’이라는 확실한 취미가 있다. 워크숍에 참여하고 선생님께 수업을 받기도 하며 서랍장이나 테이블처럼 가구를 만들었고 스푼이나 서빙보드를 만들기도 한다. 이번엔 도마다.


캄포나무로 만든 도마는 나무 자체의 향도 좋고, 항균효과도 있어 오래 전부터 인기다. 쓰고 있는 도마를 바꾸려던 차에 캄포나무 원목을 샀다는 말을 듣고 바로 주문 넣기. 목재가 커서 도마와 서빙보드를 몇 개 만들기로 했는데 드디어 첫번째 도마가 완성되었다. 나무를 켜 수평 대패로 다듬고 주변을 갈아내며 그라인딩을 하고 콩을 주재료로 한 Tung 오일을 바르고 말려 사포로 갈아내는 일을 세 번 반복했다고 한다. 공장에서는 한 시간에 몇 백 개 나오는 도마인데 이렇게 하나 만드는 데 열흘 가까이 걸리니 효율이나 채산성을 따진다면 시간과 노력이 과다하게 드는 일이다.


플라스틱 도마를 쓰다 두툼한 나무도마를 쓰니 칼질하는 느낌이 다르다. 소리도, 감촉도. 칼자국마저 정겹게 난다. 쓰고 난 후 그늘에서 잘 말리면 되니 관리도 그리 어렵지 않을 듯. 기계로 다듬은 일률적인 매끄러움 대신 오랫동안 매만지고 다듬은, 하나 뿐인 수제 도마 덕에 기분이 좋아졌다.


남편의 취미가 골프나 낚시, 자전거 타기나 프라모델 만들기가 아니라 목공이어서 이럴 때 참 다행이다 싶다. 치즈보드와 도마를 한 개 더 만들고 행주건조대, 버터보관통, 파티용 목재 볼도 필요하고 나무주걱과 스푼도 더 있어야 하고… 아직 만들어야 할 것이 많이 남아있으니 긴장 풀고, 맘을 진정하고, 힘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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