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밥먹기, 혼자서 일하기

by HER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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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이번달로 작업실을 만든지 딱 일년이 된다. 이 작업실은 크게 절반으로 나누어 한쪽에는 서재가 있고, 또 한 쪽에는 목공소가 있다. 여기서 나는 일을 하고, 책을 읽기도 하며, 피아노를 치기도, 목공을 하기도 한다.


얼마전부터는 작업실에서 10미터 거리에 있는 식당을 다니는 것이 낙이 되었다. 왜 그동안 몰랐을 까 싶을 정도로 자주 가는데, 이 곳에는 메뉴가 없다. 아주머니가 준비해놓은 재료로 마음대로 만드는 6천원 짜리 백반이 전부. 매일매일 음식이 바뀌고, 먹고 나도 텁텁하지 않게 집밥처럼 만들어준다. 돼지수육이나 돼지불고기가 나오기도 하고, 닭튀김이나 닭국, 때로는 직접 만든 오뎅이 나오기도 한다. 아주머니가 매출 극대화라든지, 테이블 회전율 등에는 큰 관심이 없는지, 혼자 오건 둘이 오건 눈치 주는 일도 없이 반겨준다.


작업실 생활을 하면서 내가 소중하게 생각한 것은 혼자 있는 시간이다. 작업실에 오는 날은 보통 밥도 혼자 먹지만 일도 휴식도 혼자서 한다. 이 공간에서 내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프로젝트들은 그 때 그 때 마음과 전문성이 맞는 ‘선수’들과 팀을 이루어 진행한다. 선대인 소장의 책 <일의 미래>에 ‘긱 이코노미(gig economy)’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재즈 공연장에서 일시적으로 연주자들을 섭외하여 공연을 진행하는 gig work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따로 또 같이랄까?


나이가 들면서 내게 남아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여성이 85세, 남성이 79세다. 보통 이 나이에서 현재 나이를 빼어 내게 시간이 어느 정도 남았구나 생각하겠지만, 사실 직업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는 시간, 멀리 여행을 떠나 오랫동안 걸어다니며 돌아다닐 수 있는 시간, 눈ㅍ건강이 허락해 책을 읽고 쓸 수 있는 시간, 목공을 할 수 있는 시간, 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그리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


어제 미국의 페이스북 본사에서 1년간 연구를 하고 돌아온 카이스트의 차미영 교수님을 잠시 뵈었다. 그 곳에서 본 마크 저커버그와 아내 프리실라 찬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알려진 바와 같이 저커버그가 집에 회색 티셔츠 수십 벌을 사놓고 매일 똑 같은 옷을 입는 것은 조금이라도 옷을 고르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여 자신이 해야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의 아내 프리실라 찬 역시 같은 이유로 화장도 거의 하지 않는다고. 소중한 사람과 보내는 시간,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을 앞으로 많이 가졌으면 한다. 2년째에 접어드는 작업실 생활이 좀 더 행복한 시간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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