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킵(keep)’한다는 것

by HER Report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최근 바에 술 한 병을 ‘킵’해놓고, 한 달 동안 두 번 방문하여 마셨다(물론 혼자서 다 마신 것은 아님:) 두 번 모두 큰 워크샵을 마무리한 날, 몸도 마음도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기분좋게 마셨다. ‘킵’이라는 단어를 머리에서 되뇌다가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1. 리더십 코치로 전세계에서 손꼽는 마셜 골드스미스는 변화(change)와 유지(keep), 긍정과 부정을 두 축으로 하여 ‘변화의 바퀴(Wheel of Change)’라는 것을 만들었다. 긍정적 방향에서 변화가 새롭게 만들어내야 할 것(Create)이라면 부정적 방향에서 변화는 없애야 할 것(Eliminate)이다. 반면 긍정적 방향에서 유지해야 할 것은 보존해야 할 것(Preserve)이라면 부정적 방향이지만 또 ‘킵’할 것은 받아들여야 할 것(Accept)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스스로 변해야 할 것과 ‘킵’해야 할 것에 대해 끊임없이 구분하게 된다. 운동이나 독서처럼 새롭게 습관 들여야 할 것이 있고, 과음이나 과식처럼 없애야 할 습관이 있는가 하면, 일기쓰기처럼 잘 하고 있어서 계속 ‘킵’해야 할 것과, 마음에 들지 않는 직장이지만 당분간 다니는 것처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당분간 ‘킵'(받아들여야) 할 현실도 있다. 모든 것을 바꿀수도 없고, 마음에 들든 아니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다.


2. 여행을 가거나, 혹은 마음의 안정이 필요할 때 집 근처 텅빈 성당에 가는 ‘땡땡이’ 가톨릭 신자이지만,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기도문은 신학자인 라인홀트 니버(Karl Paul Reinhold Niebuhr)가 쓴 것으로 알려진 (기원에 대한 논란이 있기도 하다) 평온을 비는 기도(Serenity Prayer)이다.


주여, 우리에게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God, give us grace to accept with serenity the things that cannot be changed, courage to change the things that should be changed, and the wisdom to distinguish the one from the other.


평온함과 용기, 그리고 무엇보다 바꿀 것과 ‘킵’할 것은 구분하는 지혜를 바라는 이 기도문은 오래전부터 마음에 와 닿았다. 오늘은 한 수녀원에서 80여명의 수녀님들과 워크샵 진행중이다. 수녀님들이 그룹으로 나뉘어 토론하는 동안 빈 성당에 가서 ‘평온을 비는 기도’를 했다.


‘킵’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줄 알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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