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클로스가 등장하니 지갑이 열리지 않을 수 없다
광목과 소창 행주를 잔뜩 쌓아놓고 쓰시는 엄마를 보면서 “귀찮게 뭘 그런 걸 써. 그냥 키친타올 쓰시지” 이야기했는데 내가 직접 음식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주방 청소를 하다 보니 알게 되었다. 한 끼 먹고 치우며 나온 페이퍼 키친타올 양이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키친타올과 키친클로스를 함께 사용하는 선에서 타협을 보았는데 그 덕에 주방 그릇장 한 칸이 온갖 곳에서 사들인 키친클로스와 행주로 가득하다.
가장 자주 사용하는 것은 역시 소창으로 만든 행주. 무인양품이나 이케아, 이런저런 인터넷 쇼핑으로 자주 사들이는데 빨수록 섬유 조직이 촘촘해지고 부드러워져서 30, 40장 단위로 잔뜩 쌓아놓고 쓴다. 오염되면 바로 애벌빨래해야 얼룩이 안 남고 가끔 푹푹 삶아 주어야 하는 게 관건이긴 하다…
여행 가서 그릇이나 냄비처럼 무거운 것 사들고 오기 힘들 때면 아쉬운 대로 키친클로스를 사는데 일본 나라 지역을 가면 눈을 반짝이며 행주를 산다. 직물 제조가 발달한 지역인지라 ‘나라후킨’, 나라 지역의 행주가 유명하다. 섬유 올이 성겨 모기장처럼 보이기에 ‘카야 후킨’이라고도 불리는데, 디자인과 사이즈가 워낙 다양해 사고 사도 또 사고 싶어 진다. 핀란드나 스웨덴을 가도 다양한 패브릭과 식물 셀룰로즈로 만든 키친클로스가 기다리고 있다. 이제 한국에도 소개된 윌리엄 소노마나 케스 키드슨, 크레이트 앤 배럴 같은 곳에 가면 계절마다 다양한 키친클로스가 등장하니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다.
음식 재료와 음식 위에 씌워두거나 아끼는 그릇의 물기를 닦던 역할에서 손을 닦는 용도로, 그다음에는 싱크대와 가스레인지의 더러움을 닦는 일에서 마지막은 주방 바닥을 닦는 걸레로. 몇 번이나 역할을 바꿔가며 열심히 일을 하는 키친클로스. 이 작은 천 한 장이 나에게 준 편리함과 깨끗함에 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고는 고작 주말에 한꺼번에 모아 세탁기 돌리고 뜨겁게 삶아 햇빛에 말려주는 것에 지나지 않으니 이 일이라도 열심히 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