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과 종로 5가 사이에 있는 목공도구 전문가게인 덕영상사. 허름하게 보이지만, 이 가게에 들어갔을 때 나의 심리는 아마도 패션을 좋아하는 여성이나 남성이 백화점 구두나 가방 매장에서 느끼는 흥분과 비슷할 것 같다. 구두나 가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남이 보기에는 비슷한 것을 여러 개 사 모으듯이(어디 구두와 가방뿐이랴, 안경, 신발, 주방도구, 그릇에 이르기까지), 남들에게는 비슷한 기능으로 보이겠지만 목공을 하는 내 입장에서는 일단 좋은 도구가 눈에 띄면 사고 보게 된다.
도구와 인간, 정확하게 말하면 도구와 인간의 뇌는 어떤 관계일까? 프린스턴대학 심리학과에서 신경과학을 연구하는 사빈 케스트너(Sabine Kastner) 교수는 인간과 붉은털원숭이(rhesus monkey, 과학실험에 흔히 쓰이는 원숭이)에게 도구(예: 망치)와 도구는 아니지만 손에 잡을 수 있는 물건(예: 막대기) 등을 보여준 뒤,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를 통해 둘 사이에 차이가 있는지 살폈다. 그녀가 2011년에 강의한 제목을 보면 “단어, 도구, 그리고 뇌: 왜 인간은 또 하나의 원숭이가 아닌가(Words, Tools and the Brain: Why Humans Aren’t Just Another Ape)”이다. 인간의 뇌에서 물체(objects)을 담당하는 부위는 머리 뒷쪽에 위치한 두정부피질(parietal cortex)이다. 여기에는 물체를 인식하고 카테고리화하는 시스템(ventral system)이 있다. 우리가 피아노를 피아노라고 인식하는 것은 바로 이 시스템 때문에 가능하다. 반면, 이 시스템 근처에 위치한 Dorsal System은 물건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그 물건에 닿을 수 있는지를 담당한다. 쉽게 말해 두 시스템은 What(물체를 인식하는 ventral system)과 Where(공간을 담당하는 dorsal system)를 각각 담당한다.
이 실험에 따르면 원숭이의 뇌가 단순히 물체에 다가서서 잡아내는 것만 인식한다면, 인간의 뇌는 물체에 대해 보다 상세한 정보를 처리하고, 그 정보에 의거하여 보다 복잡한 기능, 예를 들면, 물체를 만들거나 사용하는 방법 등을 처리한다. 케스트너 교수 연구팀은 인간이 일반적인 물체에 비해 도구를 보여주었을 때 인간의 두정부피질에서 더 활발한 반응을 관찰했지만, 원숭이의 뇌는 그렇지 않았다. 이는 막대기와 같은 물건이 아닌 망치나 대패와 같은 도구를 볼 때 인간의 뇌는 즉각적으로 망치질이나 대패질과 같은 행동을 연상하기 때문이다. 케스트너는 도구에 따른 경험치에 따라 사람들이 각기 다른 뇌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목공 도구에 대해 목수와 신경과학을 연구하는 자신은 매우 다른 뇌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한번은 주말에 아내와 함께 덕영상사에 들어섰는데, 아내와 나의 뇌는 매우 다른 반응을 보였을 것이라는 점이다:) 각각의 도구가 어떤 역할을 할지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나와 달리 아내는 “비슷한 도구를 이미 갖고 있는데 왜 또 산다는 걸까?” 하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
그나저나, 계산기도 아니고 주판을 꺼내어 계산하는 덕영상사 사장님은 형에 이어 이곳에서 40년째 목공 도구를 팔아왔고, 이제는 나이 들어 딸에게 사업을 물려주고 있다. 제품 가격을 일일이 딸한테 전화하여 물어보시더니 “에휴, 내가 나이들어 너무 게을러지고 큰일났어… 제품 가격도 외우지 못하고…”라고 하시는 모습에 살짝 짠하기도 했었다. 그래도 따님이 사업을 물려받아 인터넷 쇼핑몰도 열어 공구를 편하게 살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그래도 공구는 직접 가서 만져보면서 사야 제맛이니, 나도 나이가 들긴 들었나보다.
*참조: The Brain Science Behind Our Obsession With Tools (By Kiona Smith-Strickland, Jun 3, 2013, Popularmechanic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