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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07. 2019

DiverXO

Restaurant

Madrid, Spain

Calle del Pessamiento 28

+34-915-70-07-66


 “설마 여기가 요즘 마드리드에서 가장 인기 좋다는 그 레스토랑일까…” 밖에서 보기에는 꼭 변두리 중국집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홀의 넓은 아일랜드 앞에서 셰프들이 과학실험을 하듯 진지한 분위기로 음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스페인과 히스패닉, 아시아 식재료와 조리법을 융합해 독특한 요리를 선보이는 디베르쵸DiverXO. 20 ‘젊은 천재 셰프’라 불리는 데이비드 무노즈Dabiz Munoz의 이곳은 미슐랭 투스타 레스토랑이라 하면 떠오를 ‘정중하고 고급스럽고 그래서 부담스럽고 어려운’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날개가 달린 분홍색 돼지가 테이블에 놓여있는데 유쾌함과 엉뚱함을 중시하는 이곳의 상징이라고 하네요. 같이 밥을 먹어야 하나 잠시 고민했는데, 다행이 식사가 시작되자 웨이터가 잘 들어 한쪽으로 치워줍니다. 디베르초의 의미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더니 “별다른 의미는 없고 그냥 재미있고 유쾌하고 신나는… 마지막 두 자 xo는 중국음식 만들 때 바로 그 xo소스에서 따온 거래.” 


 점심과 저녁 모두 테이스팅 코스만 선보입니다. 2주 전에 물어보았을 때 저녁은 예약이 다 찼고, 점심 테이블을 운좋게 예약할 수 있었습니다. 메뉴가 나오기 전 레스토랑의 ‘성명서’를 먼저 받았습니다. 셰프가 자신의 요리 철학을 정리해 프린트를 해서 나눠주네요.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인 이 말입니다. “A Cooking that travels.” 


 너트맥과 폰즈소스를 올린 일본식 에다마메에 토마토와 할라피뇨를 섞은 에멀젼(한국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이 제일 처음 나옵니다. 그 이후로 나온 모든 음식들은 그야말로 동서양의 만남이었습니다. 중국 딤섬의 새로운 해석, 베트남 특유의 소스, 여기에 한국의 김치까지! 정확한 발음과 함께 “김치를 완전 건조시켜 바삭하게 말렸는데, 그 특유의 양념맛은 그대로 유지했다”며 메뉴를 소개합니다. 이봐요, 김치에 관해서라면 내가 댁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다구요…. 오징어 숯불구이, 트러플을 올린 프아그라, 쇠고기 타다키, 메추리 소스를 뿌린 대구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이곳에는 디저트가 없답니다.” 물론 디저트는 있었습니다. 다만 디저트도 메인과 똑같이 큰 의미를 두기에 디저트라 부르지 않는다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말이었지요. 


 상상력과 팬터지로 버무려진 특별한 음식들. 매일 먹으라면 부담스럽겠지만 한번은 가볼 만한 레스토랑입니다. 셰프가 말한 것처럼 ‘롤러코스터’ ‘흰색 캔버스’ ‘두근거리는 마음’을 경험하고 싶다면 더더욱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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