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간쯤 되면 중국음식으로 내 몸이 필요로 하는 MSG를 보충하곤 하는데 이번 여행은 좀 빨리 중국음식을 먹게 되었다. 유럽 최대 규모의 차이나타운이 자리한 런던 소호, 내셔널갤러리를 가느라 근처를 지나다 익숙한 분위기에 끌려 점심을 먹으러갔다. 거의 15년 만인데 분위기는 그대로. ‘세상에서 가장 싸고 불친절한 음식점’을 셀링포인트로 잡았던 웡케이도 그대로 영업중이다. 사실은 그렇게 불친절하지 않다. 그냥 접시를 대충 테이블에 내려놓는 정도? 맛도 웬만하다. 얼마나 불친절한지 확인하러 오는 사람들 때문에 오히려 유명해져서 장사도 잘된다.
주머니 가볍던 옛날 런던 여행을 추억하며 웡케이를 살짝 구경하고 트립어드바이저 추천 딤섬집 Superstar로. 사실 이 주위 중국음식점들은 대충 비슷한 맛이다. 아주 맛있지는 않아도 또 맛없는 것도 아닌. 산라탕을 먹고 딤섬을 몇 종류 시키고 볶음밥에 공심채와 프라이크랩을 먹고 포춘쿠키를 깠다. H는 ‘앞으로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문구가, 나는 ‘머리보다 마음을 따르라’는 문구가 나왔다. 뭔 말이냐. 머리보다 마음을 따랐더니 지금과 같은 꼴인 걸 ㅠㅠ.
매일 미술관에 들려 엄청나게 많은 작품을 보면서 이상한 허기를 느낀다. 압도되서 기가 빨리는 기분이다. 어쩌자고 저렇게까지 잘 만들었나 싶은 작품 앞에서 세상에 천재는 이미 다 태어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여기에 대단히 열심이지도 뭐 하나 잘 하는 것도 없는 나에 대한 실망이 어우러져 허기를 만들어 낸다. 이런 허기에 대해 기름진 중국음식으로 위로와 보상을 해준다. 그 위로와 보상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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