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하고 편안한 미슐랭 1스타 스시집
레스토랑_가나자와
온통 걸어다니던 가나자와. 여행 마지막 날 마지막 식사를 위해 처음으로 택시를 탔다. 가나자와 역의 서쪽 지역에 자리한 하치야(鮨 八や)에 가기 위해서다. 정말 아무 것도 없이 카운터 테이블만 자리한 공간에 벽에 길게 글씨가 써붙여져 있어서 봤더니 오늘의 코스 메뉴다. 뭐가 이렇게 길어… 설마 이걸 다 먹는다고? 5시 반부터 준비 타임이고 일반적으로는 7시 무렵부터 손님들이 들어오는데, 예약이 어렵다 보니 조금 무리하게 부탁을 해서 5시 반부터 스시 오마카세를 시작했다.
시작은 가나자와에서 특히 유명한 노도구로(눈볼대) 스시다. 살짝 겉을 태우고 간장을 약간 발라 만든 스시가 입맛을 다시게 한다. 장국 대신 특이하게 ‘노도구로 수프’가 나왔다. 노도구로 특유의 향이 매력적이고 독특한 감칠맛이 있어서 맛있게 먹었다. 셰프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이시카와현의 사케를 한 병 시켰다.
정성스럽게 이것저것 준비해 앤티크 유리접시에 담아내준 것은 사시미 모둠. 고등어를 시작으로 바이가이, 도미, 아까니이카이, 아지(전갱이), 오징어, 광어, 가스에비 등이 딱 한 점씩 나온다. 일반적인 스시집은 애피타이저 겸 요리를 한두 개 내고 니기리스시(손으로 쥐어주는)를 12점 정도 내는데, 이집은 창작스시로 구성이 좀 다르다. 각각이 맛도 질감도 향도 달라서 즐거운 한 접시. 사시미만으로 사케 한 병이 끝났다.
그 다음은 김에 밥과 단새우를 넣고 바로 말아서 손에 쥐어준다. 음. 이것도 역시 맛있군. 다시 도미를 살짝 아부리한 스시가 한 점. 그리고는 요즘 제철인 방어를 투텁게 잘라 무와 무순을 얹어 상큼한 맛을 더한 접시가 등장.
그 다음은 역시 요즘 제철인 시라코를 밥에 살짝 비비고 간장과 참기름을 살짝 올려 주었다. 그 다음은 잘 삶은 문어 한 점. 다시 스시가 이어져 게살 위에 가니 미소(게내장과 된장을 섞은)를 올려준다. 겨울에 빠질 수 없는 성게알도 해산물 풍부한 지역 답게 푸짐하게 올려준다. 참치와 고하다 스시가 나오고 아나고로 스시는 끝이다. 마지막은 두툼한 계란말이와 폭신한 다마코야키. 아아아, 그런데 뭔가 아쉽다. 엄청 세련되고 날카로운 느낌은 아닌데 푸근하고 소박한 맛과 분위기가 좋아 두 개만 더 스시를 추가해달라고 하니 아저씨 잠시 당황한다.
이렇게 추가하는 사람이 없는 걸까… 잠시 고민 끝에 엔가와 스시와 시라코 군함말이를 만들어 준다. 하도 잘 먹으니 기분 좋게 웃어주는 주인 셰프. 다시 택시를 불러 타고 돌아왔다. 역시 가나자와는 스시. 마지막 식사로는 좋은 선택이었다…
2017년에는 미슐랭 2스타를, 2018년에는 1스타를 받았다고 한다. 2달 전에 예약을 해야 원하는 날짜가 가능하다는데…. 여행자가 그렇게까지는 어려우니 시간 조절을 잘해서 5시 30분에 식사 가능한지 확인하면 좋을 듯.
1-71-7 Shimeno-nakamachi, Kanazawa-s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