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통신 #30. 목공학교 2주 수업의 교훈

by HER Report

가구를 만들려면


"수저를 물에 씻은 후에 모이세요!"


뉴욕주에서 예술가로 활동하면서 가구를 만드는 조쉬 보겔(Josh Vogel)은 12명 참여자들이 만든 수저를 들고 모이게 했다. 냉장고에서 그의 아내가 사온 아이스크림을 꺼내고 수강생들이 각자 원하는 맛의 아이스크림을 컵에 담아 먹었다. 고생했다고 먹게 한 것이 아니다. 자기가 만든 수저에 음식을 담아 먹는 경험을 하면서 각자 그 느낌을 나누기 위한 자리였다. 내가 만든 수저는 긴 병에 들어있는 체리나 피클을 덜기 위한 것이긴 했지만, 아이스크림을 담아 입에 넣다 보니 만들 때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수저의 우묵한 부분의 각도가 아이스크림을 먹기에는 편하지 않았다. 목공수업에서 일종의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을 살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수업을 듣게 된 강사 조쉬는 한 주 동안 <Tableware Design and Production> 수업을 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자유롭게 하도록 도와주었다. 내 경우에는 수저, 그릇 2개, 의자(stool)를 만들었다. 식기류를 만드는 수업이다 보니 마무리를 어떤 재료로 해야 할지 논의가 있었다. 예전에는 도마를 만들면서 food safe로 분류되는 콩에서 추출한 기름을 사용했다. 하지만 콩에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 있을수 있기 때문에 조쉬는 식용 미네랄 오일이나 아마씨(Flexseed) 오일 사용을 추천했다. 그는 음식과 나무가 접촉하는 도마도 그렇겠지만, 수저처럼 입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식기를 만들 때에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기름을 마감재로 사용하도록 권해주었다.


접시를 만들기 위해 선반(lathe)을 처음 사용해본 것은 실용적이면서도 재미난 경험이었다. 철저하게 계획하여 오차없이 만들어야 하는 가구와는 달리 선반으로 접시를 만드는 것은 대형 조각도로 나무를 깎아내면서 즉흥적 기술을 발휘하기도 하고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타나는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조쉬와는 달리 첫 주에 <Drawer Making> 수업을 진행한 개럿 핵(Garrett Hack)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밀성을 요구하는 깐깐한 목수였다. 나는 첫 날부터 개럿에게 살짝 '핀잔'을 들었는데, 내가 가져간 대패와 끌의 날이 날카롭게 서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날 가는 방법을 다시 알려주었고, 나는 예상보다 숫돌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는 나무못도 기성못을 쓰지 않고, 하나하나 모두 만들도록 했다. 기성 못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하면서도 자신이 만드는 가구에 맞추어서 쓰는 능력을 만들어주려는 것이었다.


가구를 만들려면 자신이 만들고 싶은 가구가 어떤 모양인지를 그릴 수 있어야 하고(design), 자기가 생각한 대로 만들 수 있는 기술(technique)이 있어야 하며, 그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잘 다듬어진 날선 도구(sharp tools)와 재료(material)가 있어야 한다. 하염없이 숫돌에 날을 갈아대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가구뿐이 아니라 삶을 만들어가는 데에도 똑같은 것이 필요하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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