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야마 여행
오카야마 현에서 꼭 맛봐야 하는 것은 아마도 마마카리, 바라즈시, 과일파르페가 아닐까? 그중 이번에 꼭 먹으려고 했던 것이 바라즈시다. 오리지널을 맛보려면 3일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데, 여행자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호텔 컨시어주 데스크 직원과 하루 내내 씨름을 하며 여기저기 전화 걸어 확인하고 예약을 하다 보니 3일전 메뉴 주문은 언감생심. 더구나 연말에 송년회로 예약이 꽉 차있고 괜찮은 레스토랑들은 아예 연말 영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운에 맡기고 자리가 취소될 때까지 준비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여기까지 와서 바라즈시를 먹지 않는다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는데 운 좋게 오래된 스시가게인 후쿠즈시에 자리가 나서 서둘러 갔다. 연말 연휴를 앞두고 마지막 영업날이라 그런지 직원들과 손님들 모두 묘하게 비장한 분위기.
일단 직접 만든다는 고노와다를 시켰는데, 바다향이 확 풍기는 것이 맛있다. 손톱 만큼 나오는데 비싸도 맛볼 가치는 있었다(물론 서울의 일식집에서 먹는 것보다야 훨씬 쌉니다). 튀김도 시켰는데 깨끗한 기름에 폭신하고 바삭하게 튀겨주어서 행복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괜찮아!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식사는 바라즈시를 먹을 수 없어서 비슷한 오카야마 치라시스시로 대체. 원래 바라즈시는 커다란 그릇에 밥을 담고 여러 가지 해산물과 채소를 올려 나온다. 언뜻 보면 회덮밥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의 재료를 찌거나 절이거나 구워서 사용하기에 날 생선을 싫어하는 사람도 무리 없이 먹을 수 있다. 이 일대의 특산물인 삼치와 마마카리, 새우, 오징어, 아나고, 관자 등과 함께 죽순, 마, 풋콩, 옥수수, 연근 등 어떤 곳에서는 30여 가지가 넘게 올리는 바라즈시를 여기까지 와서 못 먹다니 억울하다. 억울하고 또 억울하지만 연말에 일본에 온 내 잘못이지 누구 탓을 하겠는가...
이 스시의 유래도 재미있다. 에도 시대 비젠 지역(지금의 오카야마 근방)을 다스리던 영주가 사치를 경계하기 위해 검약령을 내려 그릇 하나에 간단히 음식을 담아 먹도록 했단다. 하지만 어디 사람 마음이 그런가. 허들이 생기면 넘어가는 아이이디어도 나오게 마련. 그릇 하나에 온갖 재료를 담아내면서 검약의 상징이 화려함의 상징이 되었다. 오죽하면 마쯔리 스시(축제의 스시)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그릇 역시 마찬가지. 비젠야키라는, 오래된 전통을 자랑하는 토산 도자기가 유명하기에 전통바라즈시를 전문으로 하는 집에서는 크고 멋진 그릇에 음식을 담아 내고 있다.
이날 먹은 오카야마 차라시 스시는 바라 스시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다양한 재료가 풍성하게 나왔다. 맛국물로 간을 한 계란지단이 특별히 맛있었다. 한 그릇 더 먹는 건 일도 아니다 싶었는데 가게를 둘러보니 슬슬 영업 정리하는 분위기.점심의 거의 마지막 손님이어서 서로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인사를 주고 받으며 가게를 나왔다.
오리지널 바라즈시를 먹으려면 여행 일정을 미리 확정해 서울에서 예약을 하는 편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