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야마 여행, 오마치도&푸르타스
오카야마는 일본 최고의 과일 산지 중 하나로 복숭아, 포도 등이 특히 유명하다. 과일을 이용한 온갖 디저트, 아니 과일 메인으로 먹게 되는 파르페의 원점 같은 곳. 오카야마에 왔으니 무조건 파르페와 빙수를 먹어야 한다. 여긴 과일 천국이니까. 어디에 갈까 인터넷을 뒤지다 H가 유기농 과일을 팔기도 하고 타르트와 파르페 등도 맛있다는 '오마치도&푸르타스(omachido&frutas)’를 발견해서 그곳에 가겠다고, 운동도 할 겸 쉬엄쉬엄 걸어가보자고 꼬드긴다. 한 시간... 까지는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한 시간 걸었는데 절반 정도 왔다는 것. 네비가 걸어서 연결되는 길을 알려주다 보니 차로 가면 금방 갈 곳도 빙빙 돌아가야 한다. 지쳐서 어찌어찌 도착했는데, 일단 겨울이라 딸기만 풍부한 상황, 새해를 앞두고 영업을 4~5일 가까이 쉬다 보니 다른 재료도 많이 안들여놓아서 대부분이 매진.... 두 시간 걸은 데다가, 내가 먹고 싶었던 메뉴는 이미 완판이었으니 투 스트라이크! 사랑이고 의리고 뭐고, 맛마저 없으면 쓰리 스트라이크입니다, 남편이여...
일단 딸기타르트 한 조각. 바삭한 생지 위에 부드러운 커스타드, 설탕을 살짝 입힌 싱싱한 딸기가 잔뜩 올라간 타르트는 합격! 그 다음은 이 집의 시그너처인 '딸기 밀크 빙수'. 부드러운 얼음을 갈아서 잔뜩 올리고 우유 살짝 브리고 딸기를 올린 아주 간단한 빙수인데 왜 이렇게 맛있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은 믹스푸르츠 파르페인데 상큼한 과일과 부드러운 크림, 아이스크림이 어우러져 한입씩 줄어드는 것이 아까울 정도였다. 남편, 다행이요. 맛이 없었으면 먼 나라에서 험한 꼴 당할 뻔 했어.
별다를 것 없는 재료와 이미 아는 맛인데 뭐 이리 맛있나 생각해보니 이게 다 내가 두 시간을 걸은 탓이었다. 얼마나 오래 걸었던지 목도 마르고 더워서 땀까지 흘리고, 정신은 몽롱하고. 이런 상황에서는 무얼 먹어도 다 맛있었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 집 맛있었습니다. 물론 돌아가는 길은 택시로! 워낙 외진 곳이라 지나다니는 택시는 없는데, 친절한 직원이 택시를 불러주어서 잔뜩 부른 배를 통통 두드리며 편하게, 15분만에 호텔로 돌아왔다.
* '파르페와 빙수를 최상의 상황에서 먹으려면 늦여름을 추천해 드립니다. 온갖 과일 다 나오는 이때야말로 ‘과일 파르페 천국' 지도까지 있는 오카야마의 진짜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계절이니까요. 한여름엔 타르트를 안할 때가 많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