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 거리를 돌아다니다 호텔 앞 광고판에 크렘 브륄레 사진과 함께 애프터눈 티타임이 있다길래 '무조건' 들어갔다. 크렘 브륄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로, 조금이라도 특색이 있거나 제대로 된 크렘 브륄레를 만들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아무리 배불러도 시켜서 먹는 편이다.
사실 크렘 브륄레는 10번을 먹으면 만족한 것을 먹는 경우는 절반 이하이다. 지금까지 맛본 크렘 브륄레 중 가장 맛있었던 것은 2015년 프랑스 투르(Tour) 지방의 다고베르(Dagobert)라는 식당의 노천 테이블에서 먹었던 것이다(http://her-report.com/archives/3211). 윗면은 얇은 유리처럼 단단하면서 따뜻하며, 그 속의 커스타드 크림은 싱싱하면서 차겁다. 크렘 브륄레는 입 속에서 딱딱함과 부드러움, 따뜻함과 차가움을 동시에 맛보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The Oxford Companion to Food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이 용어가 처음 쓰인 것은 1691년이라니 그 역사가 꽤 오래 되었다. 프랑스에서 19세기에는 한 동안 크렘 브륄레라는 용어가 자취를 감추는데, 묘하게 이 때는 영국에서 Burnt Cream이라는 용어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크렘 브륄레는 영국의 캠브릿지 대학의 트리니티 칼리지와도 인연이 있는데, 실제 트리니티 칼리지의 웹사이트에는 짧게나마 크렘 브륄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첫 시작은 크렘 브륄레가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처음 만들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하면서, 19세기에 이곳에서 The Burnt Cream이라 불리는 푸딩 메뉴가 있었으며, 이후에 이는 Cambridge burnt cream 혹은 Trinity cream이라는 이름으로 다수의 요리책에 그 요리법이 실리기도 했다고 하며, 지금까지도 가끔씩 트리니티 칼리지 식당에서는 이 메뉴를 선보인다고 한다.
이 호텔에서 맛본 크렘 브륄레와 제과들은 다고베르의 맛까지는 아니지만 맛있었다. 딱딱함과 부드러움은 있었지만 따뜻함과 차가움의 대비를 느끼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었다. 디저트보다 더 좋았던 것은 그 공간이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아무도 카페안에 없었고, 바깥으로는 예쁜 정원이 보였고, 햇살이 환하게 카페안을 비추며 여유로운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참고:
The Oxford Companion to Food (by Alan Davidson)
"Trinity Burnt Cream" (Trinity College, Cambridge, Historical Overview)
"The Creme Brulee Crisis, And a Foolproof Solution" (By Amanda Hesser, The New York Times, 1997. 10.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