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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werld Mar 17. 2023

신경성 폭식증과 거식증, 식이장애 - 치료4

세 번째 진료 이후 증상 변화와 네 번째 진료까지의 과정 기록

세 번째 진료 이후 처방 약을 적용한 주부터 네 번째 진료까지(2023-0313) 일주일 간의 기록


그동안의 진료과정 동안 높낮이는 있었지만 이번 주는 유난히 힘들었다. 일단 용량이 올라간 약의 소화가 되질 않아 화요일부터 계속 속이 답답하여 탄산수를 찾고 헛 트림(?)을 하고 가슴을 크게 치면서 답답함을 호소했다. 전에도 이런 느낌이 살짝 있었고 보통은 1-2일이면 적응이 되는 듯하여 이번에도 수요일까지는 참아 보았으나, 이것 때문인지 먹토가 다시 잦아졌다. 이게 약 때문인지, 나의 의지가 다시 약해진 건지, 일종의 PMS 때문인 건지 이번 주는 지난주 보다 더 쉽고 잦게 무너졌으며, 그로 인한 자기 상실감 또한 크게 전해졌다. 그러다 보니 화가 나기 시작했다. 지난주에 분명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왜 선생님은 용량을 계속 올리시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어 진료 시에 여쭤보기 위해 적어두고 일단 병원에 전화하여 상황을 전했다. 하루에 2번 나눠 먹은 약을 1회로만 나눠먹고, 식사 전이 아닌 식사 후에 복용하는 것으로 변경 조치를 안내받았다. 수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현재 먹고 있던 피임약에선 하얀 약으로 바뀌며 생리가 진행되었고 호르몬으로 탓을 하긴 싫지만 그것만이 이유처럼 식욕이 커지고 먹토가 매 끼니 마다로 잦아졌다. 가장 심각했던 건 목요일 저녁이었다. 일이 일찍 끝나는 날이었기에 친구와 집에서 김치전과 막걸리를 만들고 마셨는데 분명히 배가 너무 부른데도 김치전에 대한 욕망이 끝나지가 않아, 있는 부침가루를 모두 털어 마지막 장까지 만들어 먹고선 화장실로 달려가 다시 먹토를 시전했다. 문제는 술을 워낙 못 마시는 몸 탓에 이미 머리가 아파졌는데 토를 하면서 이 고통이 더 심하게 오며  이전에는 이런 적까지는 없었는데 두통에 구토에 오한이 겹쳐 왔다. 이 고통은 새벽을 넘어서도 계속되었고 잠 한숨도 잘 수 없었다. 거의 죽다시피 골골대며 밤을 보내고 (물을 마시면 빨리 깬다는 소리에 물도 의식적으로 많이 마셔보았으나 달라짐은 없었고 놀라실지 모르겠지만 막걸리 3잔 마시고 이러고 있는...) 다음날 일어났지만, 선약에 제때 갈 수 없이 서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 양해 전화를 모두 돌리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러고 나서 11시쯤 일어나니 훨씬 상태가 좋아졌고 심하게 배가 고파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집어먹기 시작하자 걱정이 되어 황태 해장국을 배달시켰다. 아직도 안 깬 거 같아 해장국을 먹으면 100프로 완치가 될 것 같은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해장국을 정말 천천히 꼭꼭 씹어 먹었는데 문제는 다 먹고 나서 화장실로 달려들어가 너무 자연스럽게 다시 먹토를 해버렸다. 이건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나와버리는 상황이 더 심각해진 느낌이었다. 목요일 내내 이렇게 흘러 보내고 다행히 토요일엔 언니네 집에 가게 된 날이었다. 사람들이 많다 보니 먹토가 불편한 상황이었고 그 기회를 잘 이용해 절대 먹토의 생각이나 행위를 하지 말아야 지란 생각으로 정말 잘 버텼다. 그래서 목 밑 침샘도 좀 가라앉은 느낌이었다. 요 며칠 내내 심한 먹토로 목 밑에 침샘의 부음이 크게 느껴졌기 때문에 다행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날 식사 시간이 나의 규칙적이었던 식사 시간과 틀어지게 되면서 저녁이 애매해졌다. 간식을 많이 먹어 저녁이 그렇게 필요하진 않았을 것 같았는데 막상 자려고 누우니 배가 고팠다. 일단은 너무 다행히도 피곤한 게 더해 그냥 잠이 들었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어제 친구들에게 받은 과자부터 무작정 열고 먹기 시작했다. 먹기 편하고 쉬운 거... 그러다 또 자책감이 몰려왔고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주는 수요일부터 망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을 몇 번이나 다잡으러 노력했다. 토 일요일만큼은 하지 말자 하지 말자 스스로 백번도 넘게 다짐하고 참고 어쨌든 다시 월요일이 왔다.


  4번째 진료이자 3주 차, 지난주 원장님과의 상담이 좋았기에, 원장님에게 예약을 해두었고, 메모해 두었던 진료 상담 내용 중 얼굴을 뵙자마자 나도 모르게 왜 약의 용량을 높이셨는지 원망 가득한 얼굴로 여쭤보고 있었다. 선생님은 이내 당황하셨지만 그 대답은 내가 기대하던 답변이 아니라 병원을 바꿔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식이장애가 일반 병이 아니기에 전문으로 하는 병원들이 있음을 알지만 그런 곳들은 식이장애를 또 너무 특별히 대하는 것 같아 그마저도 부담스러웠고 일단 집과 거리도 있었고 가격도 만만치가 않았기에 선택하지 않은 거였는데 "원래 식이장애는 약을 강하게 쓰는 편이에요... "라는 선생님의 확신 없는 대답을 듣고 있자니 "선생님... 원래라는 말이 누구에게나 맞을까요?"라고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식이장애를 인지하고 나서부터 보기 시작한 진솔님의 유튜브에서 언급한 내용을 살짝 적어보자면 식이장애는 뇌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약물로는 그래서 40-50% 정도가(뇌로 인한 작용) 치료된다고 보면 되는 건데, 그분은 나보다 훨씬 이전에 여러 곳을 다녀 보았기에 식이 장애에 대한 인지가  부족한 의사 선생님들에게 받은 상처도 커서 자기 같은 처지에 있는 분들에게 무조건 병원을 추천하는 마음이 어렵다는 말이 언뜻 기억났다. 그럼에도 일단 내가 선택해서 온 것이고 이분에게 내가 좋은 실험실의 양이 되어보고자 "선생님 저는 정말 그전 주에는 잘하고 있단 자신감도 있었거든요 그 약의 용량이 작다고 말씀하셨지만 다시 돌아가도 될까요?"라는 웃음을 띠어 말을 하자마자 선생님이 옳다구나라며 얼굴에 웃음이 살아나시며 그렇게 하자고 하신다. 마음이 좀 편해지셨으려나.. 보통 상담 시간이 15분 내외이기 때문에 -1주일 약을 포함하여 진료비가 2만 원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전문 식이장애 병원의 상담 진료비에 비하면 아름다운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 곧 일어서야 함을 알았지만, 선생님께서 마음에 뭐가 자꾸 걸리시는지 눈은 시계를 쫓으면서도 가라고 안 하신다.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 처음으로 여쭤보셨다. 아! 그리고, 이 원장님이 가장 의심스러웠던 건 이제야 나의 키와 몸무게를 물어보셨다는 것이다. 아직은 겨울이라 옷을 입은 나의 겉모습만으로는 나의 체형 등에 대해 절대 알 수가 없을 텐데 식이장애로 상담을 온 사람에게 4차 진료가 되고서야 몸무게와 키를 물어보시는 상황이 놀라웠다. 여하튼 다시 상담으로 돌아가 저번 주, 나에게 그래도 경종을 주셨던 질문에 대해 고민했던 사항들을 먼저 이야기 꺼내보았다. 언니와의 통화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왜 나는 스트레스 및 감정의 불안정함을 일반 다른 사람들처럼 먹는 것으로 푸는 것을 거부할까요? 결국은 살이 찌는 게 두려운 게 맞는다는 인정이 들었다. 물론 먹는 것으로 인한 잠시의 기분 나아짐보단 좀 더 정서적으로 안정된 방법을 찾고 싶기도 했다만, 후자에도 결론은 살찌는 게 무섭다는 게 결론이 나왔다는 이야기와 그로 인해 저는 살이 찌는 게 무서운 건데 왜 그럴까라는 한 번 더 가본 생각에 대해서도 공유드렸다. 말랐거나 혹은 지금 제 몸의 매력 포인트로서 언니와 다른 나의"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살이 찌면 나의 장점과 매력이 없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 같다. 그럼 왜 그럴까 또 생각을 해보았다. 분명히 이 대답에는 사회에 형성된 바비 인형의 아름다운 미의 기준과 교육,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과 매스미디어가 큰 탓도 있겠지만 내가 그것을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에서 생각이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며 불현듯이 생각났던 상황이 있었다. - 기억이 언제나 나의 감정으로부터 인해 생성되는 것이다 보니 이게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여하튼 나에겐 아직도 이렇게로 기록되어 있으니 - 아버지가 하루는 나에게 "너네 언니는 너무 이쁘다. 연예인이다 어딜 가도 사람들이 물어보는데 너는..."이라고 하셨었다. 장난으로 말씀하셨지만 그게 아직도 기억나고 아버지에게 커서 여쭤본 걸 보면 상처로 남아있긴 했나 보다. 아버지에게 나이가 들어  그 이야기를 꺼내면 "아이고 내가 왜 그랬을까 근데 그건 정말 진심이 아니었어. 그리고 지금은 네가 너무 아름답고 예뻐 그거 알지?!"라고 이야기하셨다고 선생님께 이야기하자마자 선생님께서 "음.. 그 대답을 듣고는 어땠어요? 아마도 내가 지금 말라서 지금 이 상태여서 예쁘다고 하시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을 거 같은데요?"라고 질문하셨다. 그렇게 생각했다고 나의 생각을 인지해 본 적이 없었는데 그래서인가.. 그래서 내가 아직도 그런 생각들에서 벗어나질 못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의 상담은 이제는 정말 끝내야 했기에 거기까지 마무리하고 병원을 나섰다.


이전 글부터 봐주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분명 나의 이 식이장애 문제가 급한 건 사실이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이 식이장애부터 우울증까지 전반전으로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주고 싶었기에 틈이 날 때마다 마음 다스리는(뭔가 이렇게 말하면 너무 거창하고 느끼해서 피하고 싶지만 그래도) 강연들을 찾아 듣고 있기 때문에, 이번 주에 가장 크게 와닿았던 영상을 항상 글 하단에 공유하려고 한다. 그래서 오늘 공유하는 영상은,

세바시 인생질문의 - 부정적 생각이 자꾸 들 때 긍정적 태도로 바꿔주는 효과 직방 마법의 주문

으로서 이전 글에서도 공유한 영상과 겹치는 비슷한 내용들이 있었지만 이분의 말이 더 재미있어(ㅎㅎ)이 영상의 이해도가 쉽고 좋았던 거 같아 이 영상 꼭 추천해 봅니다. 쓰면서 다시 보니 한 주간 잊었던 마음가짐을 다시 돌려놓네요. 아.. 간사한 나 자신..

- 나는 누구인가? 인생 곡선 그리기

- 나의 장점 단점 강점 적어보기/ 나다움 내가 가장 좋은 나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

1. 80%만 일하기/ 성취욕구 버리기/ 쥐어짜기 안됨 - 신체의 사인 듣기

2. 50%의 사람들에게만 인정받기

3. 사회적 가면은 역할과 사회적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와닿았던 "외적동기" "내적동기"

외적동기(돈 혹은 비교 혹은 열등감뿐)로는 절대 오래가지 못한다. 우리를/나에 모티베이션은 내적동기를 향한 행위 자체에서 오는 기쁨 보상 사랑 등이 이 감정들을 느끼며 소속감 안정감을 느끼고 정의나 가치를 위해 일하게 된다. 나에게 주어진 것(능력 강점 장점 등)들로 내가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 내 삶의 의미/를 아는 사람들이 내 재능을 더 빨리 찾고 그것을 더 발전하려 하며 그 과정에서 성장하고 나누며 감사하며 의미 있는 하루하루를 살 수 있게 된다.


https://youtu.be/6u7Hu7eQuiw

  네 번째 진료 이후의 과정과 다섯 번째 진료는 다음 글에 정리할 예정이며, 나의 진료과정을 기술하기 시작하며 다시 한번 나의 상황에 대해 돌이켜보며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나의 기록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정말로 이 글을 누군가는 보고 도움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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