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에서 서울로 갈수록 공기가 점점 따듯해졌다. 색색으로 피어난 꽃들과 봄빛으로 물들어가는 버드나무를 보며 완연한 봄이 왔음을 느끼고 설레는 마음으로 전시를 보러 갔다.
예술가가 이야기하는 삶과 죽음의 연결과 순환을 생각하고, 시간의 흐름 앞에 놓인 모든 존재의 유한함에서 오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생각하고… 그럼에도 찰나를 살아가는 나는 무엇으로 생을 채울 것인지 고민하고 (햄넷 봤을 때랑 뭔가 감상평이 또 똑같…)
미술관을 나와 다시 만난 서울은 어딜 둘러보아도 완벽하게 계산된 듯 간결하고 절제된 미학적인 건물들 사이사이로 노을이 스며들고 있었다.
언제나 자연과 옛 정취가 어우러진 서울을 흠모하며 서울이 가진 아름다움에는 무언의 상실과 허무가 느껴진다고 생각했었는데, 전시를 보고 나니 무언가 알 수 없이 더 슬픈 감정으로 다가왔다.
인간이 만들어낸 매끄러운 표면의 건물들 사이로 굽이치는 한강과 가파른 산줄기, 수 백 년을 견딘 궁궐의 곡선과 아름다움의 이질적인 조합이 너무나 완벽하고 아름답게 느껴져서… 너무나 완벽한 것을 바라볼 때 나는 너무너무 작아지니까, “서울에 산다면 나는 한 없이 작아지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부재를 통해 존재를 증명하는 그의 작품처럼 서울이 거대한 설치 미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영원하지 않은 이 아름다움을 어떻게 더 깊이, 의미 있게 즐기며 살 수 있을까…?
일단 오늘은 포트와인과 초콜릿으로 완벽한 하루를 마무리하고... 내일 마저 생각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