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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정 받아들이기-감정과의 거리

감정을 읽는 거리와 감정과의 관계

by 김권수

감정을 읽어야 하는 우리

우리는 감정 때문에 살아가고 있지만 언제나 버거운 감정의 도전을 받는다. 일상의 모든 극적인 순간에는 반드시 감정이 개입해 큰 힘을 발휘한다. 기쁜 일에도 슬픈 일에도 감정은 우리의 현실을 해석하고 행동을 이끈다. 시키지 않아도 그렇게 한다. 그래서 “정서는 행동을 이끄는 나침반”이라고 한다. 태양처럼 너무 멀리하면 무기력하게 시들고 너무 가까이 가면 타 죽는 것이 감정이다. 감정으로 인해 삶은 경이롭고 행복하기도 하지만 감정 때문에 삶은 더욱 억척스럽고 힘들다. 사람의 뇌는 감정의 도움 없이는 상식적인 수준의 판단도 어렵게 되어있다. 또한 감정이 과잉 활성화되면 이성적인 판단은 차단되고 생각과 행동은 유연성을 잃어버리도록 되어 있다. 모호한 충동의 노예가 된다.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충만함을 누리려면 감정을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내 감정을 내가 ‘읽는 능력’이 필요다. 행복한 사람의 기준은 감정과 어떻게 관계하고 상호작용 하는지에 달여 있다. 자기감정을 읽는 능력 또는 근력이 얼마나 발달되어 있는가이다. 나는 나의 감정과 어떤 관계일까? 나의 감정과 편하고 친한 관계일까? 나는 나의 어떤 감정과 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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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의 싸움에서 감정을 읽는 거리가 필요

감정과 일정한 거리를 둘 수 있다면 삶은 더 행복하고 덜 불행할 수 있다. 감정을 억제하지도, 감정에 휘둘리지도 않으면서 감정의 선택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감정에 대해 특별히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잘 되지 않는 감정조절을 강조하면 반감이 올라온다. 당연하다. 오랜 시간 동안 우리의 생각은 감정과 감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상대의 말이나 행동이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하면 모욕감이나 화라는 감정이 바로 뒤따르고 감각은 전투적으로 경직된다. 상대가 나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을 고쳐먹어도 감정과 감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의 이성적 판단에 의해 감정이 움직이는 것 같지만 감정은 이성의 뇌가 인식하기도 전에 상황을 먼저 파악한다. 그래서 감정을 이성적으로 억제한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감정을 살피지 않고는 끝나지 않는 싸움이 된다. 감정을 조절한다는 것은 감정과 거리를 만들고 감정을 살피고 읽는다는 의미다. 감정을 함부로 억제하거나 조절하기보다는 감정을 읽어야 한다. 생각이나 감각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감정을 바라보면서 ‘읽을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야 내 감정을 이해할 수 있고 반응과 행동을 선택할 힘도 자신에게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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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존재

일상에서 자신의 감정을 앞에 놓고 보려고 할 때, 사람은 보다 차분하고 수용적이며 자신감이 넘친다. 하지만 느닷없이 나를 점령해 버리는 감정을 앞에 놓을 때까지는 읽는 시간이 필요하다. 친구들과 앉아서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할 때, 나의 감정을 들어주고 읽어 줄 때, 책을 읽을 때, 글을 쓸 때, 일기를 쓸 때, 해질녘 노을에 여유롭게 생각할 때 우리는 자신의 감정과 거리를 만들고 들여다보게 된다. 이런 일이 많아질 때 자신의 감정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생기고 감정의 저항은 줄어들게 된다. 어쩌면 감정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이 우리가 가장 불행한 이유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행동은 감정의 영향이나 소통 없이는 만들어지기 힘들고 감정의 영향력과 우선순위는 그 무엇보다 강력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행동이나 생각만 볼 줄 알지 감정을 읽고 이해하는 데는 젬병이다. 기질적으로 자신의 감정에 덜 예민한 사람도 있고 괴로울 정도로 민감한 사람이 있다. 자신의 감정에 민감한 사람은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감정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하지만 감정에 대한 우리의 흔한 오해 중에 하나가 감정을 자신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감정은 내가 아니다’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떠오르고 확장될 수 있는 대상이다. 자신의 감정과 거리를 만들지 못하면 자신에게 피어오르는 감정을 자신이라고 착각하고 공격한다. 오늘날 우리나라에 ‘자존감’이 핫이슈인 것은 이런 자기 공격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인지도 모른다. 자기감정의 이해와 존중이 자존감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감정은 내가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생존과 같은 중요한 정보일수록 나와의 거리는 좁고 에너지는 강하다. 그렇다고 그 정보가 내가 될 수는 없다. 부정적인 감정에 헤어나지 못할 때 ‘감정은 내가 아니다’라는 의미는 많은 위안을 준다. 엄연한 사실이다. 감정은 내가 경험해야 할 것의 일부분이고 읽어야 하는 대상이다. 우리는 언제나 감정보다 더 큰 존재다.


무의식과 연결되어 어려운 감정

감정은 의식과 무의식을 연결한다. 우리가 인식하는 의식에 영향을 미치지만 무의식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경우가 더 많다. 감정을 정확히 인식하기 쉽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 감정과 감각이 뒤엉켜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렵다. 비행기나 패러글라이딩이 바람을 이용하기는 하지만 그 바람에 휩쓸리면 산산조각 나듯이 추락한다. 사람도 감정을 활용하고 살지만 그 힘에 휘둘리면 우리의 일상은 점점 무기력하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감정은 그 존재의 필요성 때문에 힘이 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감정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감정 때문에 현실을 과장해서 느끼거나 왜곡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감정에 힘 빼기는 감정과 거리를 두고 감정을 살피는 평소 패턴에서 만들어진다. 반응적으로 싫은 감정도 외면하지 말고 읽어주어야 한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내가 아니기에 감정을 읽는다고 감정에 영향받을 필요는 없다. 외면하고 읽지 못한 감정은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와 자신을 역습하기 일쑤다. 정체를 모를 그 감정에 익숙하지 않기에 속수무책일 때가 많다. 그래서 역습이다.


타인의 감정에 영향받는 나의 감정 읽기

감정은 연결되고 전파된다. 나의 다른 기억과 감정을 연결시키고 다른 사람과 연결시킨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 영향을 받고 나의 감정에 타인이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으로부터 느끼는 타인의 감정을 자신의 감정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아니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의 감정을 내가 책임지려고 한다. 감정의 전염이다. 타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관습에 의해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는 나의 문제가 아니다. 타인의 감정을 내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중요하지만 타인의 감정과 나의 감정은 다른 것이다. 타인의 감정을 그대로 떠안아 내가 책임지려는 것이 단순히 동감이라면 타인과 나의 감정이 다르고 타인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 공감이다. 감정을 읽고 조절한다는 것은 이렇게 타인과 나 사이에 연결되는 감정을 거리를 두고 본다는 것이다. 그러면 타인의 감정에 영향을 받은 나의 감정을 인정하고 수용하기도 쉽다. 타인에게 영향을 받은 나의 감정을 ‘나’라고 느끼며 갈등하고 자신을 괴롭히지 않아도 된다. 타인의 요구와 비난에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선택을 명확히 할 수 있다. 선택이 아니라 원하지 않게 타인의 감정에 쉽게 전염되는 것도 내 감정을 읽지 못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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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알아차림

마음챙김 명상에서는 평안히 앉아 자신의 주의를 집중하고 자신의 생각과 감각 그리고 감정을 지켜보는 훈련을 한다. 이때 제삼자가 바라보듯이 판단 없이 자신에게 떠오르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사라지는 것을 지켜본다. 이렇게 지켜보는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자신의 주의가 감정에 끌려가지 않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편해지고 당연하게 된다. 감정을 바라보는 거리가 편안해지면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읽는 힘이 생긴다. 그리고 그 감정이 어떻게 생겨나고 사라지는지, 무시하거나 선택해야 할 감정이 어떤 것인지 좀 더 선명해진다. 평소의 이런 훈련 덕분에 감정을 이해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근력이 생긴다. 감정은 생각보다 속도가 빨라 생각하기도 전에 감각과 함께 우리를 휘감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감정을 읽고 지켜보는 근력을 키우는 훈련이 필요하다.


감성지능은 자신의 감정을 읽고 이해하며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데 자신의 감정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자기인식, 자기조절, 자기동기부여 능력, 공감, 사회성이 포함되는 개념이다. 이러한 감성지능은 미래 인재의 핵심역량으로 거론되고 리더십, 대인관계, 개인의 성과와 삶의 질을 결정하고 영향을 주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개인의 건강이나 행복, 전문적인 성공을 예측하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그런데 이런 감성지능의 가장 핵심적인 바탕은 자신의 감정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개인의 역경을 극복하는 힘을 의미하는 회복력에서도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은 빠지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읽고 이해하고 조절하는 능력은 감정을 억제하는 시대를 지나 이제는 상식적이고 가장 기본적인 행복과 성공의 바탕으로 지목하고 있다. 감정을 들여다보는 거리, 감정을 인식하는 단어, 자신을 감정을 수용하는 힘은 삶을 누리고 음미하는 가장 기본적인 바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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