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을 늘리는 방법, 지나치지 않는 축복 찾기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이랑 천왕봉을 올랐다. 그것도 사람들이 가지 않는 대원사 코스였다. 방학 보충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가려고 굿은 날씨도에도 감행한 산행이었지만...우리는 길을 잃고 죽을 뻔한 적이 있다. 가던 길은 절벽으로 변해 있었다.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오니 같은 곳을 빙빙 돌고 있음을 한 참 후에 알았다. 긴장은 공포로 변했다. 공포에 질려 계곡을 따라 내려오다 해는 저물고 계곡 위로 올라가 텐트를 쳤다. 모든 것이 젖어 계곡물에 생라면을 먹고 불안하게 자는데 새벽에 폭우가 쏟아졌다. 극한의 공포에 우리는 하나님을 외치며 기도를 했다. 그렇게 절박하게 기도하다 치쳐서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50cm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갯속에서 계속을 내려오다 결국 계곡 사이의 길을 찾아 구사일생! 살아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얼마나 외치며 노래를 불렀는지 모두 목이 쉬었다. 내려와서 꽁치 통조림을 생으로 먹으며 기뻤다. 30년이 넘었지만 그때만큼 절박한 공포와 감사 다행스러움을 느낀 적은 없었다. (스토리는 길어서 아주 짧게)
우리는 생애 최고의 불행과 공포감에서 인간은 하는 수 없이 의식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현재의 불행에서 희망을 찾는다는 것, 그 희망은 대단한 증거가 아니라 아주 사소한 것들이 존재하는 다행스러움 정도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행스러운 증거를 해석하는 마음이 우리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의 여백 살리기, 작은 내적통제의 힘
긍정에 배신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불행한 상황을 떨칠 수 없을 때가 있다. 감각과 신경은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는 것이 현실인데 무작정 긍정적으로 살라고 하면 그 피곤함은 더 깊이 파고든다. 어쩌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에는 불행한 상황을 무조건 덮어 두라고 강요하는 듯해서 저항감이 드는 것은 아닐까? 불행이 운명처럼 마음에 착 달라붙어 있을 때 ‘그나마 다행인 이유’를 찾아보자. 그러면 불행에 쏠린 마음에 여백이 생기고 힘겨운 상황을 소화할 힘을 가지게 된다. 다행인 이유를 찾는 것은 불행을 거부하지 않고 인정하면서도 그나마 자신이 선택할 작은 힘을 부여한다. 상황을 인정하고 자신을 위로하고 스스로 힘을 주는 순수한 의지를 발견하게 된다. 힘든 상황에서도 내가 선택할 의지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사람은 스스로 통제력을 잃었다고 생각할 때 더욱 힘들어진다. 힘든 상황에 굴복하는 것이나 무작정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통제력 면에서 달라질 것은 없다. 하지만 인정하고 다행인 이유를 찾게 되면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통제력이 살아나게 된다.
불행 속에서도 잃어버리지 않는 삶
때로는 불행한 상황이 지나고 보면 행운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행운이든 불행이든 나름의 해석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내가 설 수 있다. 기회를 놓친 것에 절망하지만 그것 때문에 생각할 수 없었던 새로운 기회를 잡고 사는 사람도 많다. 1962년 비틀스 밴드가 음반 계약을 따낸 뒤 멤버 중 한 명이 밴드에서 해고되었다. 그가 바로 비틀즈의 전 멤버 피트 베스트였다. 그를 대신하여 들어온 멤버는 링고스타였다. 해고된 베스트는 술로 세월을 보내고 고소도 하고 자살까지 시도했다. 하지만 그는 비틀즈에서 쫓겨났기 때문에 아내를 만나 결혼도 하고 아이를 낳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세계 최고의 전설 같은 음악가는 되지 못했지만 자신이 생각할 수 없었던 안정적인 삶과 행복에 대한 새로운 가치로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인생에는 불행의 모습으로 행운이 오고 행운의 모습으로 불행이 오기도 한다. 불행한 시간이 연속되거나 힘들게 노력한 결과가 드러나지 않을 때 우리의 초점은 불행에 맞춰지기 쉽다. 그리고 그 불행을 증명하는 증거를 수집한다. 이때 ‘살아봐야 안다’, ‘끝까지 가 봐야 한다’라는 말은 위로가 된다. 불행의 순간을 억지로 한판 뒤집기는 못하더라도 그나마 다행한 이유를 찾을 때 현재를 잃어버리지 않는다. 그래야 지금의 불행이 기회였다고 판명 나는 순간에도 잃어버리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
가진 것을 늘리는 방법
행복을 계산하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가진 것에서 원하는 것을 나눠서 행복을 계산한다. ‘행복 = 가진 것/ 원하는 것’ 이런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줄이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또 가진 것을 늘리는 것보다 원하는 것(욕망)을 줄이는 것이 쉽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리는 원하는 것, 욕망 때문에 살아 있음을 느끼고 활력을 가지며 노력하고 산다. 무조건 원하는 것을 줄이는 금욕적인 모드가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 원하는 것을 줄이는 것보다 가진 것을 늘려보자. 그런데 가진 것이란 평가가 상당히 주관적이다. 건강을 잃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더 많은 돈과 명예를 얻지 못해도 건강한 것만으로도 많이 가졌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이미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가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많이 가지고도 그 가진 것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면 언제나 부족한 법이다. 가진 것을 늘리는 방법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가진 것을 찾고 누리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이때 다행인 이유를 찾는 마음의 습관은 불행의 상황에도 가진 것을 늘리는 좋은 방법이다. 힘들고 불행한 상황 속에서도 그나마 가진 것을 누리고 가진 것을 늘리는 방법이다. 다행인 것을 찾을 때 험한 일상에도 지치지 않고 누리는 여백을 만들 수 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우리의 삶을 지키는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던 작은 희망들이다. 희망이 아니라 쳐다보지 못했던 작은 사실들일뿐이다. 그 작은 것들조차 다행이라고 여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가진 것을 늘리고 행복을 지켜나가는 것은 맞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훈련되어 왔듯이 오늘부터 사소하게 다행인 이유를 찾는 사소한 훈련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어찌 보면 최악일 수 있는 상황에서 너그럽게 살고 있는 이유는 매일 자기 전에 찾았던 다행인 이유의 사소한 행보인지 모른다.
https://blog.naver.com/lastvalue/222421948827 마음을 챙기는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