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하루키 때문이야
부엌에서 스파게티를 삶고 있을 때 전화가 왔다. 나는 FM방송에 맞추어 로시니의 <도둑 까치> 서곡을 휘파람으로 불고 있었다. 그것은 스파게티를 삶는 데 안성맞춤인 음악이었다. 전화벨 소리가 들렸을 때 무시해 버릴까 생각했다. 스파게티가 다 삶아지기 직전이었고,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지금 런던 교향악단을 그 음악적 절정으로 이끌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나는 가스불을 줄이고 거실로 가서 수화기를 들었다. [태엽 감는 새 1. p.19 무라카미 하루키]
저녁식사로 스파게티를 생각했다. 마늘을 두 알 굵직하게 잘라서 올리오 오일로 볶는다. 그다음에 빨간 고추를 통째 거기에 넣는다. 그것도 마늘과 함께 볶는다. 쓴맛이 나기 전에 마늘과 고추를 꺼낸다. 언제 꺼낼지 시간을 맞추기가 제법 까다롭다. 햄을 잘라서 거기에 넣고, 매콤해질 때까지 볶는다. 거기에다 막 삶은 스파게티를 넣어 살짝 건져내 가지고 잘게 다진 파슬리를 뿌린다. 그러고 나서 산뜻한 모짜레라 치즈와 토마토 샐러드... 나쁘지 않지. [댄스 댄스 댄스 1. p.216]
기본적으로 나는 혼자서 스파게티를 삶고 혼자서 스파게티를 먹었다. 누구와 둘이서 먹는 경우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혼자서 먹는 것을 훨씬 좋아했다. 그 무렵 나는 스파게티란 혼자서 먹어야 하는 요리인양 생각했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유는 알 수 없다.
혼자서 스파게티를 먹고 있으면 곧잘 금방이라도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가 방 안으로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비 내리는 날의 오후는 특히 더 그랬다. [스파게티의 해, 하루키 단편]
나는 냄비에 물을 끓여 냉장고 안에 있던 토마토를 살짝 데쳐 껍질을 벗기고, 마늘과 채소를 썰어 토마토소스를 만들고, 거기에 토마토퓌레와 스트라스부르 소시지를 넣고 부글부글 끓였다. 그동안에 양배추와 피망을 가늘게 썰어 샐러드를 만들고, 커피 메이커로 커피를 내리고, 물을 살짝 뿌린 바게트를 포일에 싸서 오븐 토스터에 구웠다. 식사 준비가 끝나자 나는 그녀를 깨우고, 거실 테이블의 빈 잔과 병을 치웠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2. p 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