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근황
요즘 푹 쉬다 못해 아주 이렇게 늘어지고 마음대로 살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밤낮 바뀐 생활을 하고 있다. 식사시간도 내 멋대로, 일어나서 자는 것도 내 멋대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게 아니라서 하루 루틴을 말하기가 힘들지만 요즘은 드라마와 각종 예능을 몰아보며 지낸다. 인생에 있어 이렇게 나태한 순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늘어져서 끊어질 것 같은 테이프 끈처럼 지내다가도 막상 끊어지기 직전에 정신줄을 잡고 아침 전화영어를 무사히 마친다던가 하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나태함과 여유로움의 중간 선상에서 위태로운 줄다리기를 하는 기분이랄까.
그동안은 노는 것도 빨빨 돌아다니며 나름 열심히 논다는 얘기를 들어왔던 사람인데, 그와 반대로 최근엔 집콕 생활을 하며 나태하게 지내니 뭔가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오미크론 양성반응이 나와 한동안 격리 생활을 했었던 것이 한몫한 것도 있지만.
어느 책에서 본 것인데 지쳤다면 충분히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라고 하더라. 작년엔 정신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힘들고 에너지 소모가 많은 사건이 몇 있어 피로했지만 그 와중 다행인 것은 다시 털고 일어나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는 것. 물론 한순간 짠하고 치유되진 않았어도, 가끔 울컥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가랑비에 옷 젖듯 괜찮아진 날 마주할 때마다 스스로 대견스럽게 여기고 있다. 신이 인간에게 내린 축복 중 하나가 망각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고통스러운 일을 서서히 잊어 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축복인 것 같다. 끝이 없을 것 같던 어두운 터널도 언젠간 끝이 있는 것처럼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와 웃으며 예능 한편에 깔깔대는 순간이 온 것이 그저 감사하다.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다 보니 그래도 밤이 되면 가끔 깊은 사색에 빠지거나 감성에 젖는 시간이 찾아오기도 하는데 그럴 땐 좋아하는 노래를 찾아듣거나 이렇게 일기를 쓰며 내 감정을 풀어내는 게 하나의 해법이라 이 또한 감사하다. 뭔가 사람이 초연해지는 기분이 드는 탓은 어쩔 수 없지만. 그 기분이 썩 나쁘진 않다.
병원에서는 밤낮 바뀐 생활과 낮잠 자는 것은 안 좋으니 줄이라고 권고를 했다. 마침 사업하는 친한 친구 사무실에서 일을 도와주게 되어 곧 다시 경제활동을 하게 될 것 같다. 아마 이렇게 긴 글을 쓰는 시간이 더 줄어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될 테고 적어도 밤에 잠을 설치는 일은 줄어들겠거니 한다.
뭔가 갑작스러운 경제활동이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재충전 시간을 가진 것 같다. 오히려 친구가 사장인지라 더 열심히 일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에 의욕이 앞설 정도이다. 최근 관심 있던 분야였던지라 관련 서적도 두 권 사서 읽는 중이었는데 마침 일을 배울 수 있게 되어 설렌다.
어제는 사무실에 놀러 가서 같이 커피타임을 가지며 수다도 떨었는데 우스갯소리로 친구관계 쫑 나지 않도록 내가 일 열심히 잘하겠다고 얘기를 해놓았다. 같이 일하는 기간이 얼마가 될진 몰라도 나를 좋게 보고 일을 맡기는 친구에게 네 선택이 옳았다고 증명해 보이고 싶기도 하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모두 잘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내 선택들 또한 방향이 다소 삐뚤빼뚤 하더라도 멀리서 봤을 땐 그게 상승곡선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