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의 연애를 돌이켜 보며

겁쟁이의 연애

by 고구마

뭔가 낯부끄러운 얘기지만 내가 그간 해온 연애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내 연애는 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끝이 났다. 나는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고 연애를 해 왔었는데 내가 상대를 차든, 상대방이 나를 차버리든지 간에 왜 난 남들이 다 하는 연애를 잘 못할까 의문이 생기곤 했다. 의문을 넘어서 근래 들어서는 콤플렉스가 될 만큼 내가 연애 고자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얼마 전 고등학교 동창 친구와 밥을 먹고 서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던 중 이 주제가 나와서 우린 여기에 대해 열렬한 대화를 나눴는데, 사실 난 이미 정답을 알고 있는 답장너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에게는 보여주는 내 진솔한 모습. 힘들 땐 투정도 부리고 열받을 땐 욕도 하는 내 성격을 친구 외에 이성에겐 보여준 적이 없다. 딱 한 번 21살 어린 연애에서 내 모든 면을 보여주었다가 가스라이팅만 당했던 최악의 파워을 연애를 경험하고 난 후부터 아마 난 이성에게 마음속 깊은 곳에 적개심을 품고 있었으리라.


그 후의 연애를 돌이켜 보자면 항상 깊이 있는 연애가 아닌 '연애 놀이'에 그친 만남이었던 것 같다. '밥은 먹었어?' '응응 나도 사랑해!' 식의 어떻게 보면 무미건조하고 얕은 형식상의 대화는 상대도 나도 질렸었겠지.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나는 그 사람들을 진실되게 사랑하지 않았다. 거쳐간 수많은 구 남자친구들은 내게는 똥차 오브 똥차였는데 한번 읊어보자면, 성관계 후 다음날 새벽 전 여자친구에게 돌아가면서 미안하다던 놈, 봉구비어에서 만원 가격에 더치페이 하자던 놈, 낙태하는 건 살인이라면서 피임은 하기 싫다던 놈 등 우리 부모님이 아시면 마음 아파할 스토리가 많다. 글쎄, 그들도 다른 사람에겐 한없이 다정한 연인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합리화를 하자면, 내가 친구 외 이성에게 내 본 성격을 보여주지 않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런 놈들 때문에 나는 사귈 땐 마음을 덜 주는 것이 헤어질 때 타격이 없다는 것을 나도 모르게 터득했고, 그게 내 일종의 방어기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헤어질 텐데 너네 따위에게 얕보이기 싫은 마음. 내가 잘 먹고 잘 사는 게 너희들에겐 내 최고의 복수니까. 이별을 앞에 두고 그놈들의 면전에다 너희들 같은 놈들 난 진실되게 사랑하지 않았다고 말해버렸으면 아주 통쾌한 복수였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 매번 당하기만 했던 지난날의 억울한 연애가 떠오른다.


그렇다고 내가 열렬히 사랑한 적이 없었다면 그건 아니다.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 6년간의 짝사랑, 대학생 시절 파워 을의 연애, 어학연수 시절 내가 3번의 고백 끝에 사귀게 되었던 일 등. 하지만 밀당 없이 마냥 퍼주기만 하는 연애 또한 질렸던 건지 어쨌든 건지.. 내가 많이 좋아하게 되면 을이 될 수밖에 없었고 난 또다시 진실된 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이별 통보를 당했었지.


이성이든 동성이든 성별을 떠나서 사람을 대할 때 내 진실된 모습을 어느 정도는 내비쳐야 마음이 교류하는 법인데, 친구를 사귈 땐 당연시되었던 것들이 왜 이성 앞에서는 안되었을까 이제서야 문득 깨닫는다. 여기서 나는 또다시 난제에 부딪힌다. 내 어느 부분까지 오픈을 해야 하는 것일까? 과연 진실된 내 모습을 받아 줄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까 조금은 두렵다.


노빠꾸 마이웨이로 겁 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제일 겁쟁이는 나였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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