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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돕는 살림을 합니다

아침마다 침구를 정리하는 일, 아이들 등원 전에 집안 정리를 마치는 일,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는 습관

이 모든 것은 오직 나를 위함이다.


결혼 10년 차. 신혼 때부터 지금까지 아침에 일어나면 침구를 정리했고 온 집안을 정리했고 보이는 집안일은 미루지 않고 바로 했다. 물론 아이가 태어나서도 당연하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미니멀을 알기 전에는 물건 정리에 내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었다면

이제는 물건 때문에 내 시간을 빼앗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슬기로운 엄마 생활 인스타를 보시고 살림 팁을 많이 얻어간다고 하신다. 나의 삶의 일부분이 도움이 된다고 하니 그저 신이 나고 감사하다.


친정아버지는 말은 무뚝뚝하게 하시지만 엄마가 외출을 하시면 다 큰 딸들 밥상을 손수 차려 가져다 주실 만큼 다정하고 헌신적이셨다. 밤새 모기가 있나 살피시고 잡으시고 이불은 잘 덮고 있나 몇 번을 들어와 살피셨던 기억이 난다. 교육적으로 좋다 나쁘다와 상관없이 나는 아빠를 생각하면 따뜻하다. 당연히 결혼 전에는 밥은 물론이요, 설거지도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이랬던 내가 결혼 10년 차가 되니 주부 9단은 아니라도 주부 5단은 되지 않나 싶다. 


이렇게 나만의 살림을 잘 살게 된 이유는, 
첫째. 꾸준하게 했다는 것이고
둘째. 잘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결혼하기 전 밥을 해본 적도 없고 설거지도 제대로 한 적이 없는 내가

남편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정시에 퇴근을 해서 늘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신혼 때는 살림보다 요리가 더 어렵게 느껴졌는데 

시켜먹거나 반찬을 사서 먹거나 양가의 도움을 받는 일 전혀 없이 오롯이 혼자 해내었다


하기 싫어도 하고/ 그냥 하고/ 매일 하고/ 요령 부리지 않고 매일같이 당연하게 밥을 했다

그리고 조금 더 맛있게 조금 더 잘 차려주려고 노력했다


살림도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지만 대충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궁리했던 것 같다. (사실은 내가 편하기 위해 한 꼼수에 가까운 고민이었다. 이 꼼수는 살림에 엄청 도움되었다)


꾸준하게 하고 조금 더 신경 써서 했더니 이제는 살림과 요리는 크게 힘들지 않고 척척 해내는 나를 본다.


그런 나도 완벽하게 살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내 삶의 모토는 슬기롭게/간결하게/꾸준하게 이다!


꾸준하려면 쉬워야 한다. 어려운 일은 꾸준히 할 수가 없다


나는 집안일을 쉽게 한다. 나는 집안일을 가족을 위해 하지 않고 나를 위해 한다. 일이 밀리면 진짜 일이 된다. 밀린 일은 하기 싫은 데다 힘들기까지 하다. 그래서 밀리지 않도록 자주자주 집을 돌보아 준다.


그 기본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하는 나만의 살림 루틴, 집 돌보기이다!

별거 없다. 아침저녁으로 집안을 정돈하는 것이다. 

이 말인즉슨, 아침저녁만 정돈하고 나머지 시간은 흐트러짐을 허용한다는 말이다!


나에게는 살림이 어렵지 않은 이유는 허용하는 시간과 허용하는 공간을 가지기 때문이다!

허용하는 시간 - 아침저녁 시간 외의 모든 시간( 아이들과 함께 있는 낮시간은 집안 정리는 내려놓는다)
허용하는 공간 - 흐트러져도 되는 공간 (실내복을 두는 수납함이 그렇다)

모든 시간과 모든 공간에 완벽하려고 하면 지친다. 지치면 오래갈 수가 없다.


허용하는 공간(실내복을 두는 수납함. 항상 드레스룸 서랍장 위에 놓여있다)

결혼하고 바로 만든 공간은 실내복을 던져두는 공간이다. 출근하면서 벗은 실내복은 잘 개키고 걸어둘 필요 없이 이 공간에만 툭 던져두면 되도록 했다. 바쁜 아침시간 고마운 공간이기도 하고, 나를 편하게 하는 살림이다


허용하는 공간(칠판 도구들을 두는 서랍장 하나)

나의 홈오피스에는 칠판이 있는데 붙박이장 작은 서랍장 하나에는 칠판 용품이 다 들어있었다. 나의 정리는 물건이 제자리에 있는 것!이다. 물건을 찾는데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 싫기 때문에 사용했던 물건은 제자리에 바로 가져다 두는 것을 철저히 지킨다. 그래서 이 공간에 대해 불만이 없었는데, 며칠 전 키보드 박스가 튼튼하고 좋아 보여 넣었더니 이렇게 정리가 되었다. 그래서 나의 허용하는 공간은 2에서 1로 줄었다!


허용하는 시간(아이들이 있는 낮시간의 집은 정리하지 않는다)
왼쪽 - 코로나로 가정보육을 하고 있는 평일 낮시간의 거실                                              오른쪽 - 혼자있는 평일 낮시간의 거실


아이들이 있어서 결국 어질러질 것이라고 아침 정돈을 거르는 일은 없다. 

또 먹을 건데 이는 왜 닦아?라고 하면 이 닦는 타이밍을 잡을 수 없다.

집안일도 쌓이면 진짜 일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있건 없건 아침 정리는 기계적으로 한다.

그리고 낮시간의 집은 어떤 모습이던 허용한다. 대신 저녁시간 온 가족이 함께 또 한 번 정리한다.

저녁 마감을 잘하면 아침에 깨끗한 집을 맞이 할 수 있다. 아침을 위해 저녁을 돌보는 것이다.


아침 정돈으로 아이들만 없으면 혼자 있는 시간은 늘 정돈된 모습이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아이들 등원 후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나는 집안일을 하지 않는다. 귀한 나의 시간에 독서를 하고 일을 하고 신문을 보고 휴식을 취한다. 물론 눈에 보이는 집안일은 미루지 않고 하기도 한다. 


나는 우선순위에 따라 철저하게 루틴에 따라 살아가지만, 나를 옭아매지는 않는다. 나의 공간과 나의 시간에 여유를 준다. 그것이 나를 편안하게 하고 나의 살림을 즐겁게 하고 내 삶을 윤택하게 한다


나를 돕는 살림. 나는 나의 꼼수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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