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모기+이앓이와 싸우는 아들, 그걸 지켜보는 나

전쟁 같은 밤

by 휴리릭

밤 11시, 밤 9시 30분, 밤 11시 30분, 밤 11시...


이번 주 아들이 잠이 든 시간입니다. 밤 9시가 되기 전에 잠이 들던 아들이 이번 주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냥 잠만 못 자면 다행인데, 졸린데 못 자서 힘든지 짜증을 내고 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들이 신생아 때부터 잠투정이 심해서 한동안 힘들었는데, 돌 이후로 안정적인 수면을 하던 아들이 17개월에 갑자기 잠투정을 하니 저도 피로가 가득합니다. 신생아 때는 그래도 안아주고 달래줄 수 있는데, 이제는 아들이 12kg이라는 거죠. 안아주는 것도 오래 할 수가 없으니 아들은 더 짜증을 내고... 그렇게 이번 주 내내 전쟁 같은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열대야


이번 여름 들어서 아들이 자다가 깨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가보면 아들 머리에 땀이 흥건할 때가 많았죠. 밤이 돼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다 보니 아들이 자다가 결국에 깨버리더라구요. 이번 여름은 워낙 더워서 처음에는 에어컨을 틀어놓고 잤었어요. 그런데 하루 종일 에어컨 바람을 쐰 탓인지 아들이 감기에 걸렸습니다. 마른기침이 생각보다 오래가더라구요. 그래서 그 뒤로는 아들이 잠들면 에어컨을 끕니다. 대신 더울까 봐 창문도 열어주고, 방문도 열어주고, 선풍기도 틀어주고 하는데 아들이 깨서 소리 지를 때 가보면 어느새 또 땀이 흥건합니다. 수건으로 땀을 좀 닦아주고 다시 토닥토닥해서 겨우 다시 재웁니다.

요새는 밤에 날씨가 조금 선선해지니 제가 더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창문을 열어두었다가 제가 자러 들어갈 때 기온을 느껴보고 창문을 어느 정도 열지 정합니다. 밤에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면 아들이 또 감기에 걸릴 수도 있고, 비가 오면 빗물이 방으로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에 이번 여름은 제 잠귀가 상당히 밝아졌습니다. 아들도, 저도 밤에 숙면을 취하기가 쉽지 않네요.


sleep.jpg 여름아, 꿀잠을 돌려다오!



모기와의 전쟁(feat. 수목원)


최근에 아들과 서울 시내에 조그맣게 있는 숲에 다녀왔습니다. 주말인데 집에만 있기는 너무 답답하고, 코로나 때문에 실내 방문은 최대한 자제하다 보니 찾은 곳이 이곳이었죠. 주말임에도 아침 일찍 문 열자마자 갔더니 다행히 사람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일반 도로도 있지만 차량이 통제되고 있어서 아들 데리고 다니기에는 좋더라구요. 길거리에서는 자동차 때문에 아들이 걷는 걸 항상 보고 있어야 하고, 여기저기 못 가게 막아야 했는데 오랜만에 아들이 넓은 곳에서 마음대로 걷고, 뛰었습니다.


KakaoTalk_20210826_225603153_01.jpg 차량이 통제되어 마음껏 도로에서 뛰어다닐 수 있었습니다.


거기까지는 좋았습니다만,,, 문제는 팔에 모기를 물린 것이었습니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무더워서 그런지 집에 모기가 없었는데... 무더위가 살짝 꺾이기도 했고, 나무와 풀이 많은 곳에 가다 보니 독한 산모기에 물린 것 같습니다.

집에 와서 보니 모기 물린 두 군데가 빨갛게 붓기 시작합니다. 버물리 같은 걸 붙이면 아들은 바로 떼 버렸고, 아이스팩으로 시원하게 냉찜질을 조금 해주니 그때는 조금 가만히 있다가 또 한 번씩 긁기 시작합니다.


KakaoTalk_20210826_225603153.jpg 독한 모기는 사라진 후에야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죠.

그래도 깨어있을 때는 괜찮았습니다. 노는 것에 정신이 팔려서 모기 물린 걸 못 느꼈기 때문이겠죠. 문제는 잘 때 발생했어요. 자려고 누웠다가 모기 물린 곳이 간지럽다고 느끼면 그때부터 계속 긁기 시작합니다. 제가 못 긁게 손도 잡아보고, 붕대로 감싸 보기도 하고, 냉찜질도 해주기도 하고, 이것저것 다 해봤지만 모두 잠깐뿐이었습니다. 긁으려는 아들과 못 긁게 막으려는 제가 한동안 사투를 벌입니다. 못 긁게 하니 아들은 짜증도 내고, 더 움직이니 더 덥고 그러다 보니 또 짜증을 내고... 둘이 한참 동안 사투를 벌이다 겨우 잠이 듭니다. 아들뿐만 아니라 지쳐버린 저도 잠이 듭니다...

아직 날이 밝지 않았는데 싸한 느낌에 눈을 떠보니 아들이 잠결에 팔을 또 긁고 있습니다. 자는 동안 몰래 붙여뒀던 버물리는 이미 온데간데 없습니다. 눈을 감고 한 손으로 아들 팔을 잡고 다시 잠을 청해봅니다. 오늘 밤도 참 길고도 길군요...



이앓이와의 전쟁(feat. 어금니)


아들 양치질을 시키다가 어금니 쪽에 이빨이 자라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앞에 이빨 8개가 난 이후 한동안 조용했었는데, 드디어 양쪽에 한 개씩 하얀색을 보이며 어금니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육아 선배들 중에 어금니 날 때 힘들었다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저도 긴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최근에 아들이 잠을 못 자는 이유가 어금니 때문인가 싶은 생각도 들더라구요. 문제는 이건 모기와는 다르게 어떻게 해결해주기도 어렵다는 거죠. 저도 아들만한 시절에 같은 고통을 겪었겠지만 기억이 없으니 어떤 고통인지 상상도 안 되구요.

이앓이 때문인지 요새 낮에도 한 번씩 짜증을 내거나 소리를 지릅니다. 물론 다른 원인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요새 부쩍 그러는 걸 보면 이가 나는 것이 아파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앓이.png 새로운 이가 나려면 아픔이 필요한 거겠죠.



성장통의 시간


아기들은 하루가 다르게 폭풍 성장하기 때문에 잠에서 깨고 소리를 지른다고도 하죠. 몸을 마사지도 해주고, 모기 물린 곳을 안 가렵게 해주기도 하고, 온도와 습도도 쾌적하게 조절하고... 최대한 노력해보지만 이번 주 아들은 잠에서 계속 깨거나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네요.


'이것 역시 곧 지나가리라.'

이 명언을 되새기며 마음 수양을 하고 있습니다. 육아를 시작하면서 수많은 위기와 시련의 시간들이 있었죠. 하지만 잘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 찾아오더라구요. 아들이 성장해서 그걸 이겨내는 순간이요.

신생아 때는 '나무처럼' 누워있으라는 지침에 따라 아들 옆에 조용히 누워서 아들 자는 걸 지켜보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그럴 수준이 아니네요. 그렇다고 12kg의 아기를 계속 안고 있을 수도 없지만, 어제는 그런 아들과 3시간 동안 사투를 벌였습니다. 밤 11시가 넘어도 잠이 들지 않는 아들을 안았다가 달랬다가 눕혔다가 하려니 등에 땀이 흥건해지더라구요.

이제는 '매니저처럼' 아들의 수면을 도와줄까 합니다. 아들이 슈퍼스타라고 생각하고, 매니저인 제가 이것저것 꼼꼼하고 섬세하게 챙겨줘야죠. 우리 예민한 슈퍼스타 아들님을 위해서ㅎㅎ 육아의 밤은 길고도 끝이 없습니다.




오늘 밤 제가 좋아하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 '친구야 너는 아니'가 생각납니다. 부활 김태원 님이 노래로도 만들었으니 노래로 들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친구야 너는 아니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사실은 참 아픈거래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아줄 때
사실은 참 아픈거래


친구야 봄비처럼 아파도 웃으면서
너에게 가고픈 내 맘 아니
향기속에 숨겨진 내 눈물이 한송이
꽃이 되는 것 너는 아니


우리 눈에 다 보이진 않지만
우리 귀에 다 들리진 않지만
이 세상엔 아픈것들이 너무 많다고
아름답기 위해선 눈물이 필요하다고


엄마가 혼잣말로 하시던
얘기가 자꾸 생각이 나는 날
이 세상엔 아픈것들이 너무 많다고
아름답기 위해선 눈물이 필요하다고


친구야 봄비처럼 아파도 웃으면서
너에게 가고픈 내 맘 아니
향기속에 숨겨진 내 눈물이 한송이
꽃이 되는 걸 너는 아니


우리 눈에 다 보이진 않지만
우리 귀에 다 들리진 않지만
이 세상엔 아픈것들이 너무 많다고
아름답기 위해선 눈물이 필요하다고


엄마가 혼잣말로 하시던
얘기가 자꾸 생각이 나는 날
이 세상엔 아픈것들이 너무 많다고
아름답기 위해선 눈물이 필요하다고


우리 눈에 다 보이진 않지만
우리 귀에 다 들리진 않지만
이 세상엔 아픈것들이 너무 많다고
아름답기 위해선 눈물이 필요하다고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사실은 참 아픈거래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아줄때
사실은 참 아픈거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