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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약돌 Feb 24. 2021

수알못 아이 '생존 수학' 꿀팁 (수알못 엄빠 Jr.)

[영유아 숫자 교육 생활 속 꿀팁 Part1]


도심을 벗어난 한적한 지역에서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를 다닌 나는, 책과 교과서만으로 공부했어도 많이 어렵지 않게 전교권의 성적을 받아왔다. 내가 잘했어서가 아니라 주변에 공부하는 친구들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5학년 내지 6학년 무렵에 학교 대표로 뽑히고, 그 지역 대표로 전국 단위 수학 올림피아드에 나가게 되었다. 지금 생각에도 시험 시간이 두세 시간 가량 되었던 듯하고, 전부 서술형으로 풀어내는 방식이었는데, 정말 단 한 문제도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나 자신이 미웠고, 그 순간부터 수학은 내 마음속에서 깨끗하게 지우기로 했다. 고등학교 때는 대학 진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기계적으로 문제를 풀었지만, 수학의 원리 등이 마음에 다가왔던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러다가 수년이 흘러,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전혀 낯설지 않은 모습을 한 어린아이를 마주하게 되었다.




숫자와 유난히 친하지 않은 아이들이 있다. 바로 내 딸이다. 남편은 본인의 어린 시절 모습이라고 한다. (나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은 히스토리를 갖고 있지만, 남편은 나보다 더 했던듯싶다.) 딸은 더하기 빼기에서 10을 넘어가면 난처함을 표한다. 양 손가락이 부족한 것이다.


반면, 수 개념이 뛰어난 아이들도 있다. 이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조카가 그렇다. 조카는 시계 보기도 척척, 두 자릿수 덧셈 뺄셈도 척척이다. 게다가 재미있어한다. (스스로 즐긴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OO야~ 이모가 문제 하나 내볼까? OO한테 도넛이 15개 있는데 할머니께서 7개를 더 주셨네. 그럼 총 몇 개가 되었을까?" 물어보면, ".. 22개요!" 이렇게 즉답이 나온다.


게다가, "모, 저 덧셈 뺄셈 문제지 만들어주세요, 풀어보게요."  극성까지 보인다.


손녀들의 양육에 커다란 지분을 차지하고 계신 친정 엄마는, "2호도 숫자 세기랑 시계 보기 좀 연습시켜 봐~ 1호는 척척하잖아. 넌 어쩜 애 공부를 안 시키니?! 나도 집에서 애들 연습시키고 있어." 하며 압박을 가하신다.


사실 내 입장은 친정 엄마와는 많이 다르다. 어떤 교과목이든 마찬가지겠으나, 아이 수학, 정확히는 산수, 더 엄밀히 따지면 숫자 교육을, 굳이 어렸을 때부터 힘들게 시킬 필요가 있을까 싶다. '어차피 조금 더 커서, 개념을 이해할 시기가 되면 쉽게 깨우치게 될 것을, 왜 굳이 어렸을 때부터 시작해서 힘을 빼야 하지?'라는 생각이었고, 지금도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에서 100까지 세기라든지, 기초 덧셈 뺄셈, 시계 보기 등은 '생존 수학'의 이고, 이를 마스터한 아이와는  일상 대화가 한결 수월해진다. 따라서 수알못 우리 가족이 시도해 보고, 효과를 본 숫자와 친하지 않은 아이의 수학 교육 생활 속 노하우를 올려 보려 한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수 세기, 덧셈 뺄셈, 시계 보기 크게 3가지로 구분해본다.




생존 수학 1. 수 세기 (벽보, 층계 올라가기 책, 목차 활용)


조약돌 하우스 숫자 세기의 생활 속 노하우 3가지는 다음 세 가지이다.


- 벽보 (가장 기본)

- 층계 올라가기 책 (초 초강추)

- 두꺼운 책 목차 활용 (초강추)


(1-1) 벽보 (가장 기본)

1에서 100까지 숫자가 적혀있는 그 큰 브로마이드(벽보)를 욕실에 붙여 놓았다. 욕실 인테리어 따위는 포기한 지 오래다. 아이는 그걸 보며, 숫자 세기를 한다.


(1-2) 층계 올라가기 책 (초 초강추)

그런데, 이런 숫자 벽보보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한 게 있다. 숫자 개념을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는 책들인데, 가령, 조약돌 하우스에서 인기 만점인 책은 일본 작가 이와이 도시오의 100층짜리 집 시리즈이다.

<100층짜리 집> 그림책들

물론 이 책들을 처음부터 숫자 교육의 목적으로 구매한 것은 아니었다. 가장 먼저 구매한 책은 100층짜리 집 지상 편 한 권이었다. 별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도치라는 아이가 100층짜리 집 꼭대기에 살고 있다는 누군가의 초대장을 받고, 집에 들어가 본다는 내용이다. 그 집에는 10층씩 각각 다른 동물들이 살고 있다. 일본 작가 특유의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그림 한 페이지를 보면서도 아이와 2~3분은 대화를 했다. 역할 놀이 하는 거다.


도치와 함께 수없이 오르내린 계단들


"안녕, 쥐돌아, 쥐순아~ 너희는 3층에서 치즈 케이크 먹는구나. 맛있겠다."


"안녕, 도치 너도 한 입 먹어 볼래? 한 층 더 올라가면 부엌이야. 우리 엄마가 설거지하고 계신데, 거기 가면 맛있는 게 더 많단다. 올라가 봐."


이런 식의 대화를 하며, 100층까지 올라간다. 사실 나는 너무 많이 읽어서, 이제는 다른 책 좀 읽자~라고 애원하는데도 딸은 지겹지도 않은지 무한 반복 오르락내리락한다. 첫 책(지상 편) 반응이 너무 좋아서, <바다 100층 + 하늘 100층 + 지하 100층> 등의 책들도 추가로 들였다. 이 책 네 권이 숫자 교육은 다했다~ 싶을 정도로 땅, 바다, 하늘, 지하를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역할놀이를 했다.


(1-3) 두꺼운 책 목차 활용 (초강추)

자, 이렇게 숫자를 익혔으면, 우리 아이에게 활용의 기회 부여해야 한다. 딸이 아끼는 잠자리 독서 목록 중에 무려 247페이지나 되는 책이 있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남편 픽 <이솝 이야기>, 당시 5세였던 딸에게 무려 247페이지짜리 책을 사다 주었다.

내가 골랐다면 절대 안 샀을 책이다. 당시(딸 5살 무렵)에는 아이 수준에 비해 그림은 적고, 글밥이 너무 많게 느껴졌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남편이 퇴근길에 서점에 들렀다가 건져 온 책이다. 한 권에 이야기가 무려 50편이나 있다며, "우리 딸이 좋아할 것 같아~." 하며 들고 왔다.


당시, 이 책을 보자마자 나는 '허걱!'을 외쳤다.

"왜 이렇게 두꺼워? 그림도 별로 없고, 글씨만 잔뜩인데 아직 우리 OO이 못 읽지~ 내가 다 읽어 줘야 하는데 목 아파서 이 책은 패스~!"


그런데, 바로 그 책이, 아이 6세부터는 단순 이야기책을 넘어서, 활용도 만점의 애장품이 되었다.


우선 책 표지를 넘기면, 앞에 목차가 있다. 그 목차에서 아이가 읽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 선택하도록 한다 -> 그다음, 옆에 쪽수를 보고, 직접 찾으라고 한다. 아이는 바로 못 찾았고, 지금도 빠르게 찾지는 못한다.

목차를 보고, 읽고 싶은 이야기 직접 찾아가게끔 하기.

지켜보고 있으면 답답해서, 내가 빨리 찾아주고 싶다. 하지만,  참고, 아이가 스스로 찾도록 한다. "시골 아가씨와 우유 통을 읽고 싶다고? 82쪽이네. OO 이가 찾아봐~." 그러면 아이가 얼추 80쪽 근처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얼토당토않게 120쪽을 펼 때가 있다.


다시 두 번째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120쪽인데? 우리가 찾아야 하는 페이지는 82쪽인데 82가 120보다 클까? 작을까?" 한다. 딸아이가 "더 작아." 라고 대답한다.


 "옳지, 잘하네, 그럼 앞으로 가야겠지?" 하며, 앞뒤 페이지를 왔다 갔다 한다. 시간 소요가 많지만, 이렇게 몇 번 하다 보면, 세 자릿수 읽기 및 상대적 크기 개념도 어느 정도는 마스터를 한다.




생존 수학 2. 덧셈, 뺄셈 (연산지, 어플 <<< 수학 동화)


이번에는, 덧셈 뺄셈이다. 많은 어머니들이 연산지 및 학습지를 시도하시더라. 이 지점에서 의문이 든다. 물론, 이미 원리를 이해한 아이들의 숙달을 위해서라면 그것은 논외로 하겠다. 단, 수개념의 원리 및 체계가 잡혀 있지 않은 아이들의 경우, 가령 나의 수알못 엄빠 주니어의 경우, 기계적으로 덧셈 뺄셈만 빠르게 하도록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딸과 같은 수알못 엄빠의 수알못 아이에게 추천하는 방법은 첫째, 수 개념이 생활에 적절히 녹아 있는 수학 동화책이다. 굳이 고가의 수학 동화 전집들이 아니더라도, 질 좋고 합리적인 가격의 수학 동화책들이 있다. 둘째, 보드게임을 추천받기도 했는데,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매우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단, 내 딸과 같이 숫자와 친하지 않은 아이들 중 일부는 숫자가 들어가는 보드게임 역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변수가 있으니 아이를 잘 살펴야 한다.)


아래에는 연산지/창의 사고력 수학 시리즈, 수학 동화, 수학 어플 등, 수알못 가족이 시도해 본 내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적어보겠다.


(2-1) 연산지/창의 사고력 수학 시리즈 포함 (원리를 이해한, 숫자와 친한 아이에게는 적합)


연산 학습지를 아예 반대하는 건 아니다. 이제 초등 입학을 앞둔 조카의 경우에는 없는 연산 학습지를 만들어 달라고 할 정도로 관심을 보인다. 앞서 언급했듯, 더하기 빼기의 기본 원리를 이해한 아이, 이런 기특한 아이에게는 연산 학습지 제공이 효과가 있겠다. 무엇보다도 본인이 즐겨서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 딸처럼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아이, 숫자에 관심이 없는 아이에게 연산 학습지를 풀리면 역효과가 우려된다.


딸은


5+7=?

7+3=?

2+5=?

4+9=?

11+3=?


이런 연산 학습지를 보면 도망간다.


인스타그램 등에서 잘 알려진 창의 사고력 수학 시리즈들도, 교재 제작에 투입 되었을 고심의 흔적들은 보인. 트렌디한 올케가, 조카들에게 창의 사고력 수학 시리즈를 선물해 줬다. 나 역시 책을 넘겨보면서 '오~ 이 책 훌륭한걸. 요즘 어린아이들 수학책들은 이렇게 나오는구나.' 감탄했다. 찬찬히 살펴 보니, 창의 사고력 수학 시리즈들도 결국에는 스토리텔링형 유아 학습지에 가까웠다.


두뇌에 수개념이 있고, 숫자를 좋아하는 7세 조카는 아주 신나게 혼자서도 잘 해결해 낸다. 반면, 숫자와 친하지 않은 나의 수알못 엄빠 주니어, 내가 옆에 붙어 앉아서 같이 이야기해 주면 신나 하면서 책장을 넘기지만, 내가 없으면 책을 펼쳐 보지도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엄마가 옆에 있으면 숫자 나오는 책도 재미있다고 한다는 점이다.) 항상 내가 붙어 있을 수만은 없기에, 남편에게도 내 역할을 대신해 보도록 했으나, 숫자에 관심 없는 남편은 아이보다 본인이 더 먼저 지루해해서, 아이에게 역효과를 유발했다. 물론, 엄마든 아빠든, 보호자 누구라도 옆에 딱붙, 초밀착해서 하나하나 같이 해 나간다면 좋겠으나, 우리 어른들도 우리만의 시간이 필요하니 쉽지만은 않다.


(2-2) 스토리텔링형 수학 동화 (숫자와 친하지 않은 아이에게도 적합)


수알못 엄마는 수알못 주니어에게 스토리텔링 형식의 유아 수학 동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수 개념을 접하고, 덧셈 뺄셈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가령, 우리 집에 있는 수학 동화책을 보니, 도넛을 팔고 있는 얼룩소 이야기를 통해 도넛 개수 더하기 빼기 원리를 은근슬쩍 흘려준다. 가령, 책에서 "아홉에 다섯을 또 더하면...."을 고민하는 도넛 가게 주인 얼룩소에게, 여우 할머니가 웃으며 말씀하신다.


큰 수를 더할 때는 열을 한 묶음으로 만들어 보렴.
그리고 나머지 수는 뒤에 붙이기만 하면 된단다. 열하나, 열둘, 엘셋, 열넷, 어때 쉽지?

출처 : G 수학 동화 <도나네 도넛 가게> 편


물론, 이런 책들을 한 번 읽고, 바로 덧셈 뺄셈 개념을 터득하는 것은 아니지만, '큰 수를 더할 때는 열을 한 묶음으로 만든다.'부터 시작해서, 손가락으로 더하기 빼기를 해 가며, 딸은 이 책이 너무 재미있다고 한동안 계속 들고 왔다. 더하기 빼기가 재미있는 게 아니라 <도넛 가게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이다.


(2-3) 수학 앱 (보호자 편의 목적, 교육 효과는 있음, 게임 및 영상이라는 점에서는 고민해 볼 부분)


그다음, 수학을 놀이, 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어플들도 많이 나와 있다. 조약돌 하우스도 모 수학 어플을 유료로 결제했다. 2년에 10만 원 정도고, 1년이면 5만 원가량, 1 달이면 4,500원 커피 한 잔 가격이니 뭐~ 이 정도쯤이야 이런 마음으로 결제를 했다.


돌이켜 보면, 숫자 교육의 목적보다는 철저하게 내 편의를 위해서였. 나만의 시간, ME TIME이 필요한데, 아이가 놀아달라고 오면, "잠깐만 $$수학할까?"이렇게 말해 버렸다. (반성 중이다)


먼저 무료체험 3일가량을 해 보니, 아이가 좋아하길래, 2년 치 결제를 했다. 앱을 들어가면 다양한 게임을 통해 단계별 숫자 및 연산 학습을 할 수 있다. 딸이야 좋아서 폴짝폴짝 뛰었다. 게임이니 말이다. 단점이라면 첫째, 게임이라는 점, 둘째, 영상화된 유아 학습지와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점이다. 단, 게임 형식이다 보니 숫자에 관심 없던 아이도 흥미를 갖고 재미있어한다는 장점은 있다.


어플 등의 활용에 있어서 보호자의 지도는 필수이다. 어디까지나 영상이고 게임 형식이니만큼 시간 통제 및 어플에의 접근에 있어서 관리를 해 주어야 한다.




생존 수학 3은 대망의 <시계 보기>이다. 수알못 아이에게 <시계 보기> 알려주기 이야기는 다음 회차에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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