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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약돌 Oct 15. 2021

영어책 읽어주다 가수 데뷔하겠어요.

[ft. 개사 전문가]

장래희망 여러 개 중 뮤지컬 배우 및 가수를 꼭 손에 꼽는(객관적으로 재능은 모르겠다. 단, 음악을 좋아하는 것만은 확실하다.) 딸아이는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영화 <보스 베이비 1, 2>를 연달아 시청한 이후로는,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Blackbird를 부른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란다. BTS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몇 번 듣더니, 피아노로 쳐 보고 싶다고 알려 달라고 한다. 오른손 앞 소절만 겨우 외워서 치는 정도이지만, 스스로 뿌듯해한다.




'영어 그림책 읽어주기'에 도움되었던 방법을 공유합니다.


1. CD 및 펜을 보조적으로 활용하더라도, 부모님의 육성으로 들려주기


현실적 이유로, 그리고 다분히 인간적인 이유로, 매일 실천은 못 하고 있으나,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잠깐씩이라도 아이와 함께 영어 그림책을 읽고 있다.


영어 그림책을 읽어 주다가, 결국에는 아이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찾아 읽도록 하는 것이, 나를 포함 많은 부모들의 바람일 것이다. 그런데 각종 영상이 넘쳐흐르고, 재미있는 놀이 거리, 현란한 미디어가 넘쳐흐르는 시대에, 아이 스스로 책을 꺼내올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 참 쉽지만은 않다.


스스로 영어책을 쌓아 놓고 읽을 만큼 책이 주는 재미에 푹 빠진 아이들을 제외한, '일반적 범주'에 속한 아이들의 영어책 읽기의 경우, 아무래도 한 권 두 권이라도 부모가 읽어 주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영어 그림책 CD만 틀어 놓고, 알아서 들으라고 하면, 아이들이 즐겁게 음원을 들을까? 물론 그런 집들도 있겠지만, 아직 습관 형성이 되지 않았다면, 그리고 아이 스스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요원한 목표일 뿐이다. 영어를 시작하는 단계의 아이들은,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보호자의 개입 없이 CD만 틀어 놓고 음원 들으며 책 읽으라는 미션을 받으면, 영어책 읽기를 의무적 행위 및 재미없는 것으로 인지할 확률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많이는 아니더라도, 한 권 두 권이라도 부모님이 읽어주는 것이 좋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재미있게 읽어 주는가? 싶을 것이다.


'영어'라는 콘텐츠를 두고, 머리 굵은 아이들(고등학생), 성인들과 많이 호흡을 맞추어 봤던 나 역시, 부모라는 타이틀을 달고 선 내 아이 앞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내 아이 또래의 미취학 아동들을 상대한 경험은 전무했기에, 딸아이를 멀뚱멀뚱 바라보며 '어찌 너를 재미있게 해 주랴~?' 싶었다.


그런데, 고마운 점이 있다. 내가 별로 웃겨 주지도 않았는데, 이 아이가 빵빵 터진다. 아이와 책을 읽고 있으면, 내가 몹시도 재미있는 사람이 된 듯하다. 이유는, 자신의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우리 부모들인만큼, 나 역시 내 아이가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를 아는 거다.


2. 아이가 좋아하는 멜로디에, 책의 대사를 입히기


앞서 언급했듯, 내 아이는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영어 그림책을 읽으면서, 내 맘대로 자체 음원 작업다. 그 음원 작업이란, 내 마음대로, 단, 아이가 평소 좋아하는 노래의 멜로디에 그림책 대사를 넣는 거다. CoCoMelon의 노래들이 동일한 악보에 가사만 바꿔 가며 부르는 노래들이 많다는 것에 착안했다. 딸이 좋아하는 노래들의 멜로디를 그대로 가져와서, 그림책 속 주요 장면들을 노래로 불러준다. 이때, 내 노래를 듣고 빵빵 터지며, "나도 나도, 이번엔 내가 부를래~!" 하며 본인이 가사를 입혀서 부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상황에 적합한 표현들을 습득하게 된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BTS의 Dynamite를 예로 들어 보겠다. 내가 아이 앞에서 몇 번 들었더니, 아이도 빠져서 가사를 흥얼거린다. 그런데 Dynamite 노래는 속도도 빠르고, 어린아이들이 따라 부르기가 몹시 난해하다. 이때, 다이너마이트의 멜로디만 빌려 온다. 여기에 아이 그림책 대사를 입혀서 불러준다. 박자가 맞지 않는 경우에는.. 랩으로 대체한다.

Dynamite의 멜로디, 저 위에 <미도시라솔솔파미미>를 빌려 와서, 영어 가사는 아이 그림책 속 대사로 바꾸어 불러 준다.


CoCoMelon의 노래들 속 멜로디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어린이 채널 <코코 멜론>에 This is the Way Song이 있다. 최근 그림책 한 권을 읽으며, 그 멜로디 그대로 따와서, 아래 책 속의 내용을 노래로 불러 주기도 했다. 마침 코코 멜론의 박자와 딱 맞아떨어졌다.


I do not like the way you slide,
I do not like your soft inside,
I do not like you lots of ways,
And I could do for many days
Without eggs.

<BREAD AND JAM FOR FRANCES> by Russell Hoban



최근 아이가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동요를 치고 싶어 하기도 한다. 아이 피아노 책 동요 멜로디도 활용한다.


이렇게 적어 놓고 보면, 무척이나 열정적인 엄마인 듯싶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귀차니즘에, 오늘은 책 읽지 말고 자자고, 내가 먼저 아이에게 으름장을 놓고 건너뛸 때도 많고,


"오늘은 엄마 목 아프니까 혼자 읽어."

"오늘은 늦었으니 어서 자자."

"우리 오늘은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거야. Quiet Time이 필요해."


라며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빠져나가는 날들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읽어 주는 그림책들, 가끔씩 불러주는 '맞춤 제작의 엄마만의 노부영'에 아이는 즉각 즉각 반응한다.


사실 영상 보여주는 것이 제일 쉽고, 그 영상을 신경 조금 써서 다시 한번 반복 듣기 시켜 주는 것은 조금의 노력이 필요하고, 영어 그림책을 읽어 주는 것은 조금 더 많은 정성이 필요함은 분명하다.


그런데, 아이는 엄마와 함께 즐겁게 보낸 시간을 몸으로 기억한다. 또, 이렇게 읽어 준 그림책은, 아이가 오래 기억한다.




며칠 전 우리 집 풍경은 이러했다.


"OO아, 이 노래 들어볼래?"

"와~ 엄마, 이거 <이집트 왕자> 노래다~ 와~ 이 사람 예쁘다, 이 금발!"

"응, 그래? 근데 이 사람 누구 닮은 거 같지 않아? 잘 봐봐~."

"누구??! 설마 엄마 닮았단 건 아니겠지?!?!"

"왜?! 안 닮았어? 이 사람이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야. 엄마 예전에 이 사람 닮았단 말 들었는데?"

"멀 캐리? 어휴, 하나도 안 닮았어. 아빠가 그러는데, 엄마는 <매직스쿨버스> 프리즐 선생님을 닮았대."


다음번 책 읽어주기는, 프리즐 선생님의 모습을 한 '멀 캐리'로 빙의하여 <이집트 왕자> 주제곡의 음원을 빌려와야 하나.


https://www.youtube.com/watch?v=LKaXY4IdZ40

 <When You Believe> by Whitney Huston, Mariah Ca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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