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종 인식과 2종 인식, 그리고 3종 인식
에티카 5부 후반부
스피노자는 정리 21부터 <3종 인식>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정리 25. 정신의 최고 노력과 최고 덕은 3종 인식을 통해 사물을 이해하는 것이다.
정리 26. 3종 인식을 통해 사물을 이해하는 정신의 능력이 더 클수록 3종 인식을 통해 사물을 이해하려는 정신의 욕망도 강해진다.
정리 27. 있을 수 있는 정신의 최고 만족은 3종 인식으로부터 생긴다.
정리 28. 3종 인식으로 사물을 이해하려는 노력 혹은 욕망은 1종 인식으로부터는 생길 수 없으나, 2종 인식으로부터는 생길 수 있다.
정리 31. 3종 인식은 영원한 한에서의 정신을 형상적 원인으로 가진다.
정리 32. 우리는 3종 인식으로 이해하는 모든 것에 기쁨을 느끼며, 이 기쁨은 원인으로서의 신 관념을 수반한다.
정리 33. 3종 인식에서 생기는 신에 대한 지적 사랑은 영원하다.
정리 38. 정신이 2종 인식과 3종 인식을 통해 사물을 더 많이 이해할수록 나쁜 감정에 의해 영향을 덜 받고 죽음도 덜 두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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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종 인식> : 감각을 통해 사물을 상기하고 그것에 대해서 어떠한 관념을 형성하고 표상하는 것 (=표상, 불교 용어로 색수(色授) )
<2종 인식> : 공통개념. 타당한 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 (=이성, 불교 용어로 정견(正見) )
<3종 인식> :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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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종 인식, 2종 인식, 3종 인식은 에티카 2부에서부터 나온 개념들이다. 잘 이해가 안가서 조사를 해보았는데, 위처럼 쉽게 말하자면 1종 인식은 감각을 통해 인식이며 불교 용어로 색수(色授)에 가까우며, 2종 인식은 공통개념을 통한 이성으로 정견(正見)에 가까운 개념이고, 3종 인식은 초월, 깨달음에 가까운 용어인 듯 하다.
(정리 25)에서 말하듯이, 스피노자가 제일 중요시하는 인식은 3종 인식이며, 3종 인식을 통해 정신의 최고의 덕과 노력, 그리고 행복과 기쁨을 느낄 수 있으며(정리 32), 3종 인식은 2종 인식으로부터 생길 수 있다(정리 28). 이를 정리 28 증명에서 그는 ‘우리가 어떤 사물을 명석판명하게 이해할 경우, 그 사물 자체를 통해 명석판명하게 이해하거나 아니면 그 자체 스스로 명확한 어떤 사물을 통해서 명석판명하게 이해하기 때문이다.’라고 언급한다. 또한 뒤에서 정신의 본질은 인식에 있으므로 정신이 2종 인식과 3종 인식에 의해 사물을 더 많이 이해할수록 ...결과적으로 정신의 더 큰 부분이 나쁜 감정에 노출되지 않는다.(정리 38)‘
스피노자가 말하는 2,3종인식을 통한 정신의 행복을 도출하는 방식은 내가 하고자 하는 자기윤리학의 <자아의 의지를 높이는 방법>과 꽤 유사해 보여서 인상이 깊다. 스피노자는 사물에 대한 이성을 통한 명확한 인식(2종 인식)을 통해 3종 인식에 도달하려고 하며, 그러한 인식은 ‘그 사물에 대한 명확한 인식 혹은 다른 사물을 통한 명확한 인식’을 통해 3종 인식에 도달하고자 한다. 예컨대, 나를 명확하게 인식하려면 나에게 영향을 주는 외부 사물들의 명확한 인식을 해야 한다. 이는 내가 외적기제와 내적기제를 통해 나의 자아를 명확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외부 사물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있으면 나쁜 감정에 의해 영향을 덜 받고 죽음도 덜 두려워해진다는 (정리38) 스피노자의 말도 매우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자기윤리학 과정을 거치면서 나에 대해서 과거에 비해 더욱 명확한 이해를 하게 되니까, (아직은 부족하지만) 막연한 두려움이 줄어드는 기분이 든다. 자기윤리학을 마치고 <부록>의 형식으로 자기윤리학 이후 나의 감정을 정리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나는 ‘자아’에 집중해 ‘자아’ 속의 내적기제와 외적기제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에 그친다면(2종 인식) 스피노자는 더 나아가 그 이상(3종 인식)을 추구한다는 점에 있는 것 같다. 솔직히 2종 인식까지는 꽤 이해가 잘 가고 공감도 잘 가는데, 3종 인식과 신에 대한 이해는 아직까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듯 하다.
지금까지의 지식으로 추측을 해보자면, 3종 인식은 2종 인식을 통해 도출되는 하나의 평온함인것 같다. 아까 말했듯이 2종 인식을 통해 나와 나에게 영향을 주는 내 주변 사물을 많이 이해할 수록, 나의 슬픔과 두려움은 줄어든다. 이것이 삶이 이어지면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극대화되면 마음이 정말 평온해질 것 같다는 생각도 지금은 드는데, 그것이 3종 인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