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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나봄 May 11. 2020

나의 세미누드 촬영기 2편

“세미누드를 촬영하려 한다.”


이 말에 보이는 반응은 연령, 성별, 직종 등 다양하게 나뉜다. 보통 내가 직접 만난 사람들은,


“저는 이제 늙어서 찍고 싶어도 못 찍겠어요.”

“네?! 요즘 그런 거 한다는 사람 많다곤 들었지만, 아는 사람 중엔 처음 들어요!”

“일반인도 찍을 수 있어요?”

“왜 찍어요?”


등등의 리액션이었고, 온라인이나 직접 만난 사람 중 미용 쪽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멋있을 것 같단 말을 해줬다. 절대적인 건 아니다. 직접 만난 사람 중, 위의 리액션을 말하고 좋은 얘기를 해준 사람도 있고, 반대로 온라인에서 ‘나이’ 얘기를 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렇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여자가 ‘세미누드’ 화보를 찍는다고 하면,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지 않다. 그리고 ‘화보’에 초점을 두기도 한다. 비싼 돈 내고 화보'씩'이나 찍냐면서. 어느 리액션을 하는 사람이든, 난 항상 “10년 전부터 하고 싶었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어요”라고 답했다.


 이전 편에서 얘기했듯, 우연히 미드에 나온 세미누드 촬영을 보고 멋있어 보여서 단순히 언젠가는 해야지-했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더 중요한 이유 생겼다. 하루라도 젊었을 때, 보기 거북스러운 몸매만 아니라면 내 젊음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사실, 같은 이유로, 이번 화보 사진을 찍을 때 영정사진으로 쓸 사진도 같이 찍었다. 더 예쁜 모습일 때, 그리고 왕이면 전문가에게 머리와 메이크업을 받은 예쁜 얼굴로 영정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 그렇기에, 세미누드가 아니라 그 어떤 사진이라도 나이는 상관없다 생각한다.


(개인 SNS가 아니다 보니, 가립니다.)


이 댓글에 나는,


저는 지금도 어리지만, 더 어릴 때 찍고 싶어서 미루다 미루다 이제야 찍었어요.
40세가 되면 30살이, 60세가 되면 50살이 젊어 보이니까요.


라는 식의 답을 달았다.




 사진 찍기 싫어하고, 평소에 사진을 잘 안 찍는 사람이라도 긴장만 풀면 자연스럽게 촬영 할 수 있다. 문제는 ‘긴장 풀기’라서 그렇지. 근데 막상 촬영하면, 사진사님이 긴장을 풀어주려 하기 때문에 찍다 보면 점점 포즈가 나아진다.


 그래도 몇 가지 팁을 적자면, 입이 벌어지면 벌려라! 사진 찍는 사람 중에 입술을 떼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입술이 살짝만 벌어지는 거라면 훨씬 자연스럽게 나온다. 나도 한때는 입을 벌리면 멍해 보이거나 앞니가 살짝 보여서 이상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벌어지려는 입술을 억지로 닫았었다. 그럴수록 사진은 더 이상했고, 그래서 나중 자연스럽게 벌어지도록 놔둬 봤더니, 내가 생각한 것보다 크게 벌어지지 않았고 표정도 훨씬 자연스러웠다. 내가 생각할 땐 입이 엄청 많이 벌어지는 것 같지만, 실제론 내 생각만큼은 아니었다. 오히려 전보다 자연스럽다. 마치 여드름 같다고나 할까? 나한텐 세상 무엇보다 커 보이는 뾰루지가, 남들 눈에는 잘 띄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보정 후/얼굴만 자른 사진)


 그리고 (일반인) 화보 촬영은 평소 여권 사진이나 증명사진 찍는 것과는 아예 다르다. 일반 사진 찍을 땐, 규정이 있어서 특정 얼굴 각도로 촬영해야 하지만, 화보는 다르다. 사진사가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맞춰준다. 그래서 턱을 당기거나 억지로 미소를 지어야 하는 ‘공식’이 없다. 그러니 표정이나 포즈를 취하려면 과감히 취하고, 눈은 굳이 카메라를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


 나도 평소 사진을 찍으면 찍었지, 누군가에게 찍히는 건 매우 싫어한다. 포즈 연습도 하고 오라 했는데 아예 하지 않았으며, 옷도 미리 입어보고 가지 않는 바람에 난처한 일도 있었다. 세미누드 콘셉트인데 비키니의 브라 부분이 예전에 입었을 때 보다 꽉 끼어서 촬영할 때 어깨를 제대로 펴지 못했다. 그래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내 모습 그대로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꽉 끼는 속옷 때문에 과감한 포즈를 많이 하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보정 후 사진까지 받은 지금, 너무나 만족스럽다.


 그리고 헤어와 메이크업 실장님들이 촬영 중간에 내게 와서 칭찬해 주고, 케어해 주니까 특별대우 받는 것 같아서 들뜨기도 했다. 중요한 건 나라서 나만 잘하면 되지만, 처음 보는 내 예쁜 헤어와 메이크업은 자신감을 줬고, 자존감을 높여줬다. 자신감 하나 없는 콤플렉스 덩어리이자 자존감도 바닥인 나는, 그날 하루 간 내 얼굴을 보면서 공주병 좀 부렸다. 세미누드 촬영과 자존감, 자신감은 전혀 상관없다. 근데 촬영을 하고 밖에 나오니, 나 자신이 조금은 그리고 잠깐은 좋다.


(어쩌면 영정사진/보정 전)




쉽게 할 수 있는 것 말고, 용기 내야 할 수 있는 것.
정-말 죽기 전에 꼭! 이것만큼은 해 보고 싶다는 것.
버킷리스트.
올해 하나는 해보길 권한다. 이것만큼 성취감 높은 경험도 드문 것 같으니.


 참고로, 내가 영정사진 용도로 쓸 사진도 같이 찍을 거라고 하니, 육순 겸 어머니께서도 스냅 촬영으로 영정 사진을 찍으셨다. 이미 주름 많고 늙었지만, 10년 뒤 70세가 되면 지금 나이도 젊었을 때라며 미리 찍어 놓을 걸-하고 후회할 수도 있다면서. 어머니가 찍은 곳은 헤어와 메이크업이 별도여서 내가 샵을 미리 데려갔고, 그날 하루 어머니는 소녀가 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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