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베짱이 Dec 09. 2022

내가 맘에 드는 것을 고를 수 있는 자유

조그만 것이라도 나에게 주도권이 있다고 느끼게 해 주는 방법들

아기 키우는 부모들은 다 알 것이다. 그 놈의 잠. 밤잠. 낮잠. 잠 때문에 얼마나 육아가 힘들어지고 혹은 즐거워질 수 있는지. 우리 아기는 뭐 나름의 힘든 나날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남들 얘기를 들어보면 그렇게 익스트림 케이스는 아니었던 것 같다. 백일이 되기전에 자기 침대에서 자기 시작했고 나름의 통잠을 자기 시작하기도 했고. 낮잠은 아직도 자기 침대에 쏙 들어가 혼자 잠을 자지는 않아서 옆에서 누군가 있어줘야 잠을 자기 시작한다. 그래도 뭐 안고 흔들어 주거나 안아줘야 하는 건 아니니깐 나름 수월한 편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얘기하고 싶은건 밤잠에 대한 얘기다. 




이렇게 여기까지 써 놓고는 서랍 안에만 넣어놓고 지금까지 브런치를 건들여 볼 여유가 없었다. 뭐 그 이유는 얘기 안 해도 다 짐작이 되는 이유들 :) 하지만 요즘 중요한 성장을 하게 된 일이 생겨서 후다닥 기록하려고 다시 접속 했다.


지금까지 우리아기는 진짜 아기 침대 (crib)에서 쭉 자왔다. 사방이 울타리로 되어있기 때문에 약간 갖힌 느낌으로 혹은 뭔가 안전하고 아늑하다는 느낌으로 (?) 자 왔다. 2살 반이 조금 지나서는 다시 안정기로 들어서면서 잠도 쭉 잘 자고 낮잠도 알아서 그 안에서 잘 잤다. 가끔씩은 안에서 혼자 책도 보고 노래도 한 30분을 혼자 어두운데서 부르다 잠들고는 했다. 근데 이제 아기가 육체적으로 성장을 너무 하면서 이제 곧 이 아기 침대가 너무 작아질 것 같았다. 그래서 마음을 먹고 이 아기침대는 이제 안녕을 하고 어른들이 쓰는 것 같은 침대로 바꾸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또 덜컥 걱정부터 되었다. 이제 사방이 뚫려있는 곳으로 옮긴다는게... 얼마나 또 많은 어려움과 힘듬을 가져올 것인가.. 이제 더이상 갇혀있지 않을 텐데 엄청 처음에 고생하겠구나 하는 걱정을 많이 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처음엔 아이들이 적응하는데 시간도 걸리고, 준비가 되지 않은 아이라면 자꾸 울면서 엄마 아빠가 있는 곳으로 찾아올 수도 있고 등등 무서운 이야기들이 많았다. 하지만 때는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 즈음이었고 우리는 이왕 어차피 해야하는 거 지금 해보자! 하는 용기를 얻고 필요한 물건들을 싹 다 한꺼번에 주문 했다.


매트리스와 침대 프레임과 침대보와 모든 것이 도착하고 나서 우리는 조심스럽게 침대를 조립할 날을 정했고 모든 것을 뜯고 준비를 했다. 드디어 그 날이 왔고 우리는 거실에서 침대를 조립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아이는 옆에와서 방해(?) 혹은 도움(?)을 주려고 했고 우리는 최대한 아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같이 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면 조립 설명서에 있는 1, 2, 3 같은 숫자가 있으면 몇 번인지 찾아서 알려달라, 그리고 볼드와 너트를 맞는 거를 찾아와 달라, 쓰레기를 버려 달라. 그런데 그 고사리 손으로 우리가 시키는 대로 얼마나 잘 하는지. 정말 대견했다. 그렇게 다 같이 책을 보며 열심히 조립해서 우리는 드디어 새 침대를 완성 했다. 

우리는 계속 이 새 침대가 얼마나 편안하며, 예쁘며, 다 큰 아기들이 쓰는 것이라고 강조를 했는데 아이는 특히 자기가 이 침대를 같이 만들었다는 것에 엄청 뿌듯해했다. 그래서는 우리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혼자 점프해서 그 침대에가서 자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이제는 우리도 침대에 들어갈 수 있으니 같이 기대서 책도 보고 같이 옆에 누워도 보고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았다. 이제 이 침대에서 시도때도 없이 나오지만 않으면 되는데...


첫 날 밤, 우리는 책을 읽어주고 잘 자하고 나왔다. 두근두근 혼자 잘 잘까? 걱정하고 있으니 아이가 또 우리방으로 들어왔다. 들어오며 '엄마 코딱지 봐봐' 이러고는 코딱지를 주고 갔다. 그리고는 한 번더 나와서 물을 먹고싶다고 해서 물을 주고 그리고는 다시 침대에 가서 코 잤다 아침까지. 중간에 깨지도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아주 개운하게 자기가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서는 침대에서 스스로 기어나왔고 스스로 되게 뿌듯해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날 이후로 우리 아이는 이제 이 큰 침대에 혼자 들어가서 필요한 게 있을 때 말고는 침대에서 나오지 않고 잘 자는 큰 어린이가 되었다.



처음에 너무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우리 아이는 이렇게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잘 챙겨나갈 수 있는 아이가 되었던 것이다. 낮잠을 자러 갈 때에도 엄마 타이얼드. 피곤하다고 하며 혼자 스스로 걸어가고, 오늘 아침에는 문을 열어도 안 일어나길래 혼자 샤워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샤워 커튼을 열더니 '엄마, 이제 잘잤어!' 하는 게 아닌가. 아직 세살도 안 된 아기가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게 너무나 놀랍고 그리고 이런 아이로 성장했다는게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이제 똥오줌 가리고, 혼자 큰침대에서 잘자고, 말도 조잘조잘 하고. 많이 컸다! 이 즐거운 마음을 기록하기 위해 여기에 남긴다.


12/08/2022

 

작가의 이전글 아이에게서 나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