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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보스 Mar 22. 2023

00.'다시' 웹디자이너가 되려는 준비를 시작했다.

당신은 늦었습니다. 여기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30대 후반. 결론부터 말하자면. 몇 년의 공백 기간을 뛰어넘고. 나는 '다시' 웹디자이너가 되려는 준비를 시작했다. '당신은 늦었습니다' 여기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20대 후반 전공과는 다른 쇼핑몰회사 물류 쪽에서 일을 시작했다. 처음엔 비치웨어 쇼핑몰 물류담당이었고 그다음엔 전시조형제작회사 쇼핑몰 물리관리 일을 했다. 물류쪽일로 3년이 흘렀다.

30대 초반 그린컴퓨터 학원에 가서 UI/UX 모바일 웹과정을 5개월간 듣고 여성의류 쇼핑몰 웹디자이너로 들어가 3년이 넘는 기간 일을 했다.

30대 중반 홍대 퍼스트바리스타학원에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고 베이커리 카페에 들어가서 바리스타로 2년 넘게 일을 했고 일을 하면서 제빵 국비지원 수업을 듣고 같은 가게에서 제빵사로 1년 동안 일을 했다.

30대 후반 '다시' 웹디자이너가 되려는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어떤 일을 할 때마다 들었던 그 소리를 들었다. '당신은 늦었습니다.'




- 무엇을 해야 할까?

퇴사 후에는 항상 고민하던 것이었고. 이번에도 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당장이라도 바리스타로 지원해서 일을 찾아갈 건지 제빵일을 하러 나갈 건지 장사를 할 건지 막노동이라도 뛸 건지 아님 다른 일을 찾을 건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러면서 퇴사 전에 생각하고 있던 웹디자이너에 대한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다시 웹디자이너로 일을 할 수 있을까?


예전에 몇 년 동안 여성의류 쇼핑몰 웹디자이너로 일을 할 수 있었다. 그 당시 그린컴퓨터학원에서 UI/UX 모바일 웹과정을 들었는데 보통 진로를 에이전시나 인하우스를 목표로 공부를 한다. 나는 쇼핑몰 웹디자이너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전에 쇼핑몰 쪽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서 익숙한 곳에 들어가서 일을 이어가고자 했다.


쇼핑몰에서는 웹디자이너로 일을 하면서 상품 촬영이나 배송 포장등의 여러 가지 일들을 했다. 웹디자이너로써 나의 실력은 어땠을까? 내 개인적으로 실력은 그리 좋지 못했다고 생각이 든다. 일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실무적으로 실력을 높이지 못했다는 게 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고. 그리고 현실적으로 포트폴리오에 넣을 만한 것은 없었다.


나는 몇 년의 공백기간이 지나고 다시 시작하는 시점에서 실력을 쌓을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실력을 쌓으려면 에이전시를 들어가든 UI/UX디자이너로 도전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에이전시는 실력은 높일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박봉에 열정페이가 많다는 걸 알고 있어서 제외를 시켰다. IT업계의 UI/UX디자이너는 어떨까 싶었다. 실력을 높이기도 좋고 연봉도 나쁘지 않고 복지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준비할 것도 많아 보이고 지금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패스트캠퍼스에 온라인강의가 있어서 이것을 들으면서 준비를 해볼까 싶어서 결제를 했는데. 며칠 하다가 아 도저히 혼자 무언가를 준비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도와줄 존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 민머리 원장님과의 상담

준비하기 위해 과외를 알아볼까? 싶어서 여기저기 알아보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홍대 근처 디자인학원을 알게 되었다. 일단 UI/UX과정이 눈에 띄었는데. 1:1 수업이라고. 소수로 하는 곳이라는 느낌이었다. 나는 몇 년의 공백기간을 뛰어넘고 준비를 하려니 자신이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다. 무언가 나에게 피드백을 제공해 줄 곳이 필요했다.


고민을 안고서 상담을 하러 갔다. 원장님은 50대의 민머리 아저씨였다. 차분하게 대화를 이어가면서 현재 내 상황과 고민들을 말을 하면서 UI/UX디자이너가 되려고 한다고 했더니. 쇼핑몰 웹디자이너의 경력이 있는데 IT업계의 UI/UX디자이너가 되려면 거의신입으로 들어간다는 건데 괜찮냐는 말을 하셨다. 이 말을 들으면서 문득 망설여졌다. 정말 괜찮은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현재 이것저것 배울게 많아 보이고 그렇지만 일단 포폴을 만들어서 회사에 들어가서 배우는 게 당연하다고. 무언가 미리 배우고 들어가도 회사 들어가면 하는 게 다 다르다는 것이다. 내심 나도 알고 있지만 회사 들어가기 전에 무언가 더 준비하고 들어가는 게 나에게 좋지 않을까 싶은 욕심에 머릿속이 복잡했었다.


일단 원장님의 말을 생각하면서 좀 더 생각하고 다시 연락드린다고 하고 학원을 나왔다. 퇴사를 하면서 어느 정도 생활에 대한 준비를 하고 나왔지만. 내가 몇 개월 동안 준비를 해나갈 수 있을까? 포트폴리오를 만들려면 많은 시간이 흐를 텐데 괜찮을까? 실력이 부족한 나는 더 오래 걸릴 건데 괜찮을까? 당장 일자리를 잡을까? 아니면? 이리저리 고민을 하게 되었다.




- 담당"샘"과의 상담

고민을 며칠 하고는 다시 도전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새롭게 배운다는 게 쉽지 않은데 가능할지. 오래 걸리는 시간을 내가 버터낼 수 있을지.


어쨌든 나는 학원 등록을 하게 되었다.


첫날 담당"샘"과의 만남. 한 공간에는 가운데 한쪽에 "샘"이 있고. 주위로는 책상과 컴퓨터가 있었다. 어떤 분들은 노트북을 사용하고 어떤 분들은 학원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노트북이 없기도 했고 디자인 작업할 때 컴퓨터를 더 선호하다 보니 일단 한쪽 자리에 앉았다.


"샘"은 '노션'을 아냐고 물었다. 응? '노션'이요? 요즘 IT회사에서는 이걸로 사용한다고. 일단 나도 깔고서 로그인을 했다.

https://www.notion.so/ko-kr


노션에 미리 샘이 만들어놓은 페이지가 있었는데. 이곳에서 간단한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일단 기본적으로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어떤 회사를 생각하고 있는지. 연봉은 어느 정도까지 원하는지. 현재 실력에 대한 몇 가지 포토샵, 일러스트, UI/UX과정의 문제를 풀었다. UI/UX과정 문제는 나도 잘 모르겠더라.


그리고 상담이 다시 시작되었다.

"샘"은 내가 체크해 놓은 것을 쭈욱 보시고는. IT업계의 스타트업 UI/UX디자이너에 대한 설명을 하셨다.

IT업계의 스타트업 UI/UX디자이너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UI/UX디자이너는 아니라는 말로 시작하셨다.


내가 생각했던 UI/UX디자이너는 뭐였을까? 디자인을 작업하면서 코딩하는 디자이너? 프런트엔드에 좀 더 가까운 디자이너? 디자인만 하는 디자이너?


프로덕트디자이너는 상품에 대한 설명이 가능한 직업으로 하나의 예시를 들어주셨다.

어떤 운동 앱이 있는데 이 앱을 보면서 유저는 어떤 생각으로 이 앱에 왔으며 그 안에 들어가서 어떤 버튼을 누르려고 할 때 왜 이 버튼을 누르게 될까? 이 버튼을 눌러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이 버튼디자인은 편리한가? 아니라면 어떻게 바꾸는 게 좋을까? 왜 이 앱을 찾을까? 방문하는 사람들에 대한 통계를 하고 분석을 하고.


이런 서술을 장문으로 써나가면서 UI와 UX에 대한 생각을 해나가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뭔가 심리학을 알아야 하나? 인간 행동심리학 같은 거 말이다. 그만큼 생각할게 더 많은 일인데 이 쪽 일을 하는 유명한 이들 중에는 유명한 대학에 해외 유학파 출신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가?


IT업계의 스타트업은 수평적인 구조에 괜찮은 연봉을 준다고. 하지만 여기서 생각할 것은 진짜 실력이 높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오로지 실력주의라는 것이다. 어느 곳이든 실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곳은 더욱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평적인 구조가 꼭 좋은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하셨다. 왜? 내가 어떤 작업을 하면서 모르는 부분이 있어서 옆 사람에 묻는다고 해도 난 몰라 이렇게 말하면? 스타트업의 구조상 사수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라 자신의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사수가 있어도 알아서 하라고. 다른 회사라면? 무언가 가르려 주는 게 그나마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수평적인 구조라면? 그런 게 없다. 그게 꼭 좋지는 않을 거라는 것이다.


이런 부분은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맞는 말이기는 한데. 수평적인 구조에 대한 것을 나는 서로 존중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리고 또 회사 이직이 많은데.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른 곳에서 프로젝트를 하러 가는 게 어느 정도 일상이라 이직이 당연하다는 말을 했다. 나도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데. 이쪽 일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이직을 자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샘"은 현재 나는 나이도 있고 좀 더 안정적인 일을 원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물론 그렇기는 하다. 안정적인 일을 원한다. 그러니 기존 경력을 좀 더 살려서 웹디자이너로 좀 더 디벨로프 해서 좀 더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눈을 돌려서 들어가는 게 좋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스타트업 UI/UX디자이너로 가기에는 나에겐 무리가 있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셨다.


내 개인적으로 이번에 웹을 준비하면서 UI/UX디자이너가 돼보고 싶었다.


내가 20대 중반이나 후반이었으면 어쩌면 "샘"은 도전해 보자고 했을지도 모른다.

30대 후반 지금.


결국엔 나는 "다시"웹디자이너가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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