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햇살에 녹아질 그날이 외로움에서 해방될 유일한 탈출이다.원하는 자유를 얻기 위해 녹아 없어지길 원한다. 자신을 녹일 그날만이 희망이다.
아무도 없는 빙하기의 지구에서 그는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눈사람의 존재는 살아있는 것일까?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눈사람의 지옥 같은 삶이 과연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희망이 존재하지 않는 존재자로서의 고통
그 고통을 녹여버릴 단 한 가지의 희망인 융해
그렇게 눈사람은 순백의 눈꽃으로 내려와 인간의 손에 굴려져 타인에 의해 눈사람이 되고 지구의 마지막을 홀로 지새운다. 존재 자체를 원망하며.
인간 또한 왜 태어난 건지 알지 못한 채 벌거숭이의 모습으로삶이라는 지구에 던져진 존재들이다. 그 누구도 나라는 한 존재의 생각과 경험을 직접적이고 객관적으로 공유할 수 없기에 타인이 존재하는 세상을 살더라도 각자 짊어진 삶을꾸리고 버텨야 한다는 점에서 눈사람에게동질감을 느낀다.
우리가 눈사람을 굴리는 이유는외로움을 뭉쳐 내 옆에 서있어 줄 친구를 만들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외로움의 상징이자 외로움의 친구가 될 수 있는 눈사람.
최승호 시인은 나 자신이자 유일한 친구인 외로움으로 뭉쳐진 눈사람의눈으로 세상을 이야기한다.
삶의 끝에 놓여있는 인간의 모습을 닮은 그를 빗대어 생의 고독과 냉정함을 아무 색채가 없는 순백의 눈사람으로 표현하며 알록달록 할 것만 같던 삶의 허상을 눈으로 뒤덮어 삶의 무의미성을 이미지화시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