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나는 아빠의 이야기를 꽤 재밌다고 생각한다. 아빠에게 글로 써 보라고 권유했지만 퇴짜를 맞았다. 아빠가 글쓰기를 귀찮아하니, 틈틈이 나라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
나는 그때 몸이 아파 집에 와 있었다. 그토록 떠나려 발버둥 쳤던 집이었으나 아프니 아무런 조건 없이 나를 돌보아줄 집도 여기뿐이란 걸 알았다.
아빠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었다. 아빠는 부서에서 가장 높은 직급에 있었다. 한가로운 듯했다. 원래도 출근하면 회사에서 한 번은 꼭 전화를 했지만, 더 이상 눈치 볼 사람이 없는지 통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내가 이렇게 반문할 정도였으니까. 근데 아빠, 이렇게 길게 통화해도 돼?
집에 오면 아빠는 파스텔 톤의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마우스를 움직였다. 당시 아빠의 목표는 시골집을 구하는 거였다. 새로운 시골집.
사실 부모님은 내가 돌이었을 때, 경상남도 밀양 무릉리 산골의 작은 흙집을 구매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들러 잡초를 베고 텃밭을 정리하고, 아궁이에 장작을 때어 하룻밤을 묵었다. 밀양에 거대한 고압 송전탑이 세워지고, 할머니와 주민들은 투쟁을 벌였다. 차를 타고 송전탑 옆으로 난 도로를 지나가곤했다. 고압 송전탑은 거대했다. 아빠는 밀양을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흙집이 있는 동네는 송전탑과는 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아빠는 계속 송전탑 핑계를 댔다. (사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미 밀양에서 마음이 떠난 듯 보였다.
아빠는 떠남에 있어 거리낌이 없다. 자신의 손 길이 묻은 마당과 정원, 그리고 집에 이상하게 별 미련도 없어 보였다. 그러나 엄마는 달랐다. 불편하지만 정든 집인데, 또 새로운 곳에 가서 다시 시작한다고? 엄마는 거실 밖으로 나와 이불을 펴놓고 누워, 안방에 들어가지 않겠다며 시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