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패밀리랩 대표 하이수님 인터뷰
Hey Listen은 성수동 체인지메이커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헤이그라운드팀의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Hey Listen 인터뷰는 팟캐스트와 그를 요약한 텍스트로 발행됩니다. 생생한 목소리로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누르시면 풀버전 청취가 가능합니다.
이번 주 헤이리슨에서는 엄마 운동 앱 헤이마마를 운영하는 더패밀리랩의 대표 하이수님을 만났습니다. 아주 경미한 교통사고만 나도 다들 후유증 이야기를 많이 하죠. 출산은 당연히 그보다 훨씬 큰 몸의 변화를 야기하는 일인데도 사회적인 공론화는 참 부족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경험했던 다양한 분야의 일들이 지금 이 일을 하려고 그랬던 것 같다고 하시는 이수님의 커리어 이야기도 재미있었어요. 산후 여성들의 필수 앱이 되고 싶은 헤이마마와 이수님의 이야기, 많이 듣고 읽어 주세요!
더패밀리랩 대표 하이수
*이수님의 자세한 프로필이 궁금하다면? 문제적 프로필 듣기
더패밀리랩은 어떤 일을 하나요?
엄마들의 가뿐하고 활기찬 하루를 위한 엄마 운동 앱 ‘헤이마마’를 운영합니다. 6월 중순에 안드로이드 앱을 출시했고 곧 아이폰도 출시 예정이에요. 처음엔 엄마들이 운동을 못하는 이유가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일 거라고 생각하고 아이 동반이 가능한 오프라인 산후 운동 스튜디오 사업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운영하다 보니 애당초 집에서 나오지 못하는 이슈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집에서도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더 많은 엄마들이 운동을 시작할 수 있다고 봤어요. 온라인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면서 헤이마마를 출시했습니다.
이름이 왜 헤이마마인가요?
출산하고 나면 아이의 안부는 모두가 묻지만 엄마의 안부를 묻는 경우는 점점 줄어요. 엄마들에게 ‘헤이’ 하면서 말 걸어주고 싶었어요. ‘엄마들 안녕’ ‘엄마 몸은 괜찮아?’ 라고요.
헤이마마는 어떤 서비스입니까?
운동 학습지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은데요. 앱에 들어가면 다양한 목적의 운동 플랜들이 있고 원하는 플랜을 구매해서 구독하는 개념이에요. 플랜의 목적에 따라 매일 2-3개의 영상 콘텐츠가 앱으로 제공되는데, 운동 호흡, 자세 등 맥락에 맞게 큐레이션 해서 나갑니다.
저희는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우는 것이 먼저라고 봐요. 잘 배워서 결국엔 스스로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헤이마마의 목표입니다. 내가 내 몸 안에서 평생 살아가야 하는데 조금 안 좋을 때마다 병원이나 트레이너를 찾을 수는 없잖아요. 지속 가능하게 자신의 몸을 관리해 갈 수 있는 방법을 습득하도록 돕고 싶어요.
산후 운동은 왜 중요합니까?
보통 산후 6개월을 골든타임이라고 부르는데요. 몸이 출산이라는 엄청난 일을 겪었기 때문에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어요. 산후 6개월 내에는 각종 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교정이 더 잘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골반 등을 바르게 돌려 두고 필요한 근육을 만들면 오랫동안 많은 도움이 돼요. 만성 통증도 미리 예방할 수 있고요. 나중에 해도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는 타이밍입니다.
좋은 운동 플랜을 만들려면 전문성이 중요할 텐데요. 어떻게 확보했나요?
국내 산후 운동 전문가를 찾아봤는데 잘 없더라고요. 앞서 말한 것처럼 아이들 데리고 운동을 나가기가 힘들다 보니 시장 자체가 잘 안 생기는 거죠. 그러다 ‘맘스핏'을 알게 됐어요. 오랜 시간 산후 운동을 연구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는 브랜드였어요. 지도자 코스를 운영해서 그분들이 마트나 문화센터 등에 가서 수업을 할 수 있게 활로를 뚫는 과정을 혼자서 하고 계시더라고요. 가볍게 협업 논의를 할까 하고 헤이그라운드에서 만났는데, 만나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같이 울었던 기억이 나요. (웃음) 동지를 만난 반가움이었죠. 아예 저희 팀에서 맘스핏을 인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어요. 그러면서 전문성을 확보했습니다. 공부하고 연구하시는 걸 워낙 좋아하셔서 여전히 열심히 운동 연구를 하고 계십니다.
가격이 정말 합리적입니다.
8주 코스로 보면 하루 천 원 정도죠. 살 빼는 유산소 운동은 유튜브에도 정말 많아요. 하지만 일상의 움직임, 걷기-서기-앉기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만들어 몸을 바로 잡는 운동 프로그램은 희소합니다. 일상의 움직임을 제대로 해 나가면 필요한 근육들이 조금씩 생기고 통증도 많이 사라져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살이 빠지는 효과가 따라오기도 합니다. 저희는 살 빼는 것을 목표로 하진 않지만, 후기 중에 농담처럼 ‘살 빠지는 부작용이 있다'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웃음) 꼭 출산 후가 아니라도 좋은 운동들입니다. 저도 저희 부모님께도 꼭 하시라고 권해요.
직접 하셨던 한 조사에서 산후 우울 수치가 높게 나와 충격받으신 적이 있으시다고요.
출산 3년 이내 엄마들 300명을 대상으로 에든버러 산후우울증 지수를 조사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저희 생각보다 지수가 너무 높게 나오더라고요. 놀랐어요. 전체의 평균값이 ‘상담받는 것을 고려해야 함' 수준이었어요. 평균이 그 정도니 정말 심각한 분들도 많이 있었죠. 통증 관련된 설문도 함께 진행했는데 그 둘 사이에 상관관계가 높았어요. 통증이 더 많을수록 우울감도 더 높았습니다.
멘탈 문제가 있을 때 당연히 전문적인 심리 상담 등을 통해 멘탈 솔루션을 받는 것이 중요한데요. 저는 몸 건강을 챙기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봐요. 몸이 일상을 잘 받쳐주고 있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몸의 기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면서 오는 심리적 문제도 많고, 어쨌든 매일이 좀 덜 힘들어야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잖아요. 만성 통증이 있으면 멘탈을 굉장히 지치게 할 수 있어요. 산후 우울증의 경우 몸과 마음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프랑스에서는 산후 회복 치료가 복지로 제공된다고요.
아이를 낳고 나면 골반을 받쳐 주는 코어 근육과 아랫배 쪽 코어 근육이 약해지는데요. 프랑스에서는 출산 후에 골반 쪽 근육이 회복될 수 있게 10번의 물리치료를 무상으로 제공해요. 산부인과 의사가 처방전을 써 주게 되어 있고 그걸 가지고 전문적인 클리닉에 가면 됩니다. 골반저근 회복 후에 복직근 회복도 필요하다고 의사가 판단하면 또 해당 치료를 무료로 받습니다. 의사가 잘 회복이 됐다고 판단할 때까지 계속돼요. 그래서 보통 프랑스 엄마들은 6주 정도가 지나면 빠르게 몸을 회복한다고 해요. 영국 가디언지에서는 프랑스 여성들이 요실금이 없다는 기사를 낸 적도 있고요. 이 제도가 무려 1985년부터 있었다고 해요.
한국에선 산후 후유증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접하진 못한 것 같아요.
엄마들에게 제대로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어요. 연예인들이 금방 날씬해져서 다시 나오는 걸 보고 바로 다이어트를 하고 한약을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시기에 제대로 된 운동으로 회복을 하는 것이 남은 평생의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사회에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조리원에 가 보면 대부분 아이를 보는 법만 교육합니다. 수유 콜이 시도 때도 없이 있어요. 저희는 오롯이 엄마 몸을 챙겨주고 싶어요. 수유 콜이 아니라 운동 콜을 하고 싶어요.
대기업 - MBA - 전략 컨설팅 - 대기업, 흔히 말하는 패스트 트랙을 순항 중이셨습니다. 그러다 소셜 섹터로 이직을 하면서 모든 것이 시작됐는데요. 고민은 없으셨나요?
큰 회사는 어느 정도 선 이상으로 올라가려면 결국 관계 형성이나 네트워크에 많은 리소스를 써야 합니다. 물론 필요한 부분이지만, 당시에 아직은 제 역량의 많은 부분을 관계 형성에 쓰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스스로 문제 해결자로서의 정체성을 강하게 갖고 있는데요. 아직은 한창 더 실무를 하고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간과 역량을 쏟고 싶었습니다. 육아 휴직 중이라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많던 때였고요. 주어지는 목표를 따르는 삶과 제가 목표를 만들어 가는 삶 사이에서의 고민이요. 그러다가 채용 공고를 봤고, 좋은 기회라고 확신을 갖고 움직일 수 있었어요.
팀 구성원들도 대부분 엄마들이시죠?
네 70% 정도가 엄마입니다. 엄마들이 겪는 몸과 마음의 문제를 겪어본 구성원들이 많다는 뜻이죠. 아이 개월 수에 따른 엄마들의 일상적 어려움도 잘 알고요. 그렇다 보니 어떻게 하면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엄마들을 운동하게 만들까, 어떻게 더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을 더 깊이 고민할 수 있어요. 최근에 다른 홈트레이닝 앱들도 엄마들을 많이 타깃 하는데요. 한 서비스에선 50kg이 넘으면 그냥 살 빼는 운동을 추천하더라고요. 사람마다 니즈는 너무 다양하고 입체적일 수 있는데 살을 빼야 되는 존재로 단순화되어버리는 거죠. 디테일의 차이가 있다고 봐요. 헤이마마를 통해서 엄마들의 건강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관점에 대한 화두도 계속 던지고 싶어요.
앞으로의 헤이마마는 어떻게 그리고 계신가요?
우선은 출산 초기 엄마들의 필수 앱이 되는 것이 목표예요. 그 후에는 완경기나 노년기 등 여성이 겪어 가는 생애 주기에 필요한 운동들을 큐레이션 할 수 있도록 타깃의 확장도 고민하고 있고요.
그리고 많은 보험사들이 예방적 헬스케어나 건강 관리 서비스를 만들고 있기도 하고 관심도 많은데요. 협력해서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보고 있어요. 어떻게 좋은 협업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는, 아시아권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을 생각하고 있어요. 서양의 경우는 산후 전문 물리치료사나 클리닉 등 서비스가 발달해 있는데 아시아권은 거의 전무한 상황입니다. 헤이마마가 진출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생각해요.
나는 왜 회복이 잘 안 될까 혼자서 고민하고 힘들어하고 계신 엄마들이 많을 것 같아요.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혼자가 아니에요. 다 그래요. 괜찮아요. 이런 말들을 해주고 싶어요. 실제로 저희 서비스에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다들 그렇다니 위안이 된다는 코멘트를 써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희 영상에서도 늘 어떤 동작들이 안 되는 것이 당연하고 괜찮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요. 괜찮다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 위안받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집에 혼자 단절되어 있다 보면 다른 엄마들은 살도 빼고 회복하는데 왜 나만 안 될까, 다들 행복해 보이는데 나는 왜 찌들어 있을까 스스로에게 원인을 찾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 악순환에서 빠져나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서비스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면서 위안을 얻으시면 좋겠어요.
엄마, 아이를 낳는 존재가 아니라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존재잖아요
헤이마마 서비스를 둘러보고 원하는 플랜을 구독한다.
헤이마마 웹 | 안드로이드 앱 | 아이폰 앱 (곧 출시 예정)
주변에 헤이마마가 필요한 지인들에게 플랜을 추천, 선물한다.
Interview 헤이리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