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토리얼 대표 이지은님 인터뷰
Hey Listen은 성수동 체인지메이커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헤이그라운드팀의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Hey Listen 인터뷰는 팟캐스트와 그를 요약한 텍스트로 발행됩니다. 생생한 목소리로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누르시면 풀버전 청취가 가능합니다.
이번 주 헤이리슨에서는 모레상점을 운영하는 임팩토리얼의 대표 이지은님을 만났습니다. 지은님이 풀고 싶은 환경문제와 그간 쌓아온 경력을 통해 쌓인 역량이 만나는 지점을 고민하여 만든 모레상점의 이야기, 그리고 일의 의미를 찾아 소셜벤처 창업까지 오게 된 지은님의 이야기 모두 재미있게 나누었어요. 내일 그 다음을 생각하는 지속가능 합리소비 플랫폼 모레상점과 지은님의 이야기, 많이 듣고 읽어 주세요!
임팩토리얼 대표 이지은
*지은님의 자세한 프로필이 궁금하다면? 문제적 프로필 듣기
임팩토리얼은 어떤 일을 하나요?
지속 가능한 소비를 위한 플랫폼 모레상점을 운영합니다. 모레상점은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덜 주는 방향으로 구현된 제품들을 모아 놓은 편집샵이기도 하고, 특정 제품이나 행위가 환경에 주는 영향을 고민하는 콘텐츠들이 담긴 콘텐츠 플랫폼이기도 해요. 동시에 1% for the planet에 가입되어 있는 기부 플랫폼이기도 하고요. 아직 플랫폼의 정체성을 한 가지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방향성은 확고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지속 가능하고 책임 있는 소비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하게 하기 위한 플랫폼이에요.
모레상점, 이름이 재미있어요.
미국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체 기부금 중 환경/동물을 위한 기부금이 3%밖에 안 된다고 해요. 저희가 요즘 체감하는 시급함과 갭이 있다고 느꼈어요. 당장 오늘이나 내일 도움이 필요한 곳도 물론 많겠지만, 미래를 위한 준비도 필요하잖아요. 심지어 그 미래가 아주 먼 미래도 아니죠. 그래서 ‘모레'라는 단어를 떠올렸어요. 어릴 때 우스갯소리로 물과 공기를 사서 마시는 세상을 얘기했는데 지금 눈앞에 와 있어요. 먼 미래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절대 그렇게 멀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영어로는 more로 쓰는데, 조금 더 멀리 내다보고 조금 더 의미 있는 소비를 하자는 뜻도 담았습니다.
모레상점은 어떤 기준으로 제품들을 고르나요?
네 가지 기준을 갖고 선정해요. 첫 번째로 기능에 충실한 지, 두 번째로 소재와 성분, 제조 과정이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지를 보고요. 세 번째로 디자인도 중요하게 봅니다. 오래 쓰고 싶은 마음이 들려면 쓰기 편하고 예쁜 디자인도 중요하니까요. 거기에 마지막으로 사회 환원을 하고 있는 지도 보는데요. 마지막 기준의 경우, 제품 자체가 사회 기여적 의미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어서 환원 활동을 필수적 조건으로 적용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모레상점 내에 제품을 큐레이션하는 방식이 흥미롭습니다.
이 제품을 어떻게 사고 싶게 만들까 이전에 해당 종류의 제품들과 관련해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저희에게는 우선순위가 더 높아요. 지속 가능한 소비를 위해서는 소비를 하기 전에 왜 필요한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지금의 쇼핑은 그 고민을 할 시간을 주지 않는 방향이죠. 최저가를 검색하고 너무 간단하게 결제가 돼요. 다른 행동을 끌어내려면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문제점을 쉽게 잘 설명하고, 이해와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조금 비싸거나 조금은 불편할 수 있는 지속가능 제품 소비로 대체할 여지가 생기니까요. 그래서 콘텐츠 위주의 큐레이션이 되어 있어요. 다른 커머스 플랫폼처럼 인기상품이 첫 화면에 뜨지 않고요. 언젠가 이용자 편의성을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 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이 방식이 모레상점의 존재 이유와 더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모레상점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면 무작정 매출을 내는 것과 상충되는 측면도 있겠어요.
콘텐츠 만들고 제품 소개할 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우리가 더 잘 알리고 더 팔면, 결국 또 불필요한 소비를 더 만들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고요. 그런데 저희가 가만히 있는다고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제품들이 가만히 있지 않죠. 지속가능성을 담은 제품들로 더 빨리 대체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야겠다고 결론 내렸어요. 현대 사회에서 소비 자체를 없앨 수는 없죠. 다만 그 과정에서 만드는 사람과 사는 사람 모두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봐요. 서로의 고민이 충분하다면, 소비는 죄책감보다는 즐거움을 줄 거고요. 최근에 채용을 했는데, 저희가 더 빨리 커서 저희 생각에 동의하는 더 많은 분들과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1% for the planet에 가입되어 있으시죠? 어떤 단체인가요?
매출의 1%를 환경 단체에 기부하기로 한 회사들을 인증하는 단체예요. 미국 홀푸즈 매장에 가보면 화장품 섹션에 특히 유기농, 지속가능 제품이 많은데 1% for the planet 인증 마크가 많이 붙어 있어요. 한국에서 저희가 가입했을 때 한국에 10곳 정도가 있었는데 점점 늘어나는 걸로 알고 있고요. 이 단체에서는 회원사들이 실제로 매출의 1%를 기부하는지 점검해요. 그리고 기부 대상이 될 각 환경 단체들이 실제로 환경을 위해 일하는지 검증하고 인증을 해요. 그 인증을 받은 단체 중 한 곳에 기부를 하면 되는 시스템이에요.
소셜 벤처 창업의 씨앗은 MBA에서 공부하면서 처음 생겼다고요.
전공은 경영학인데 어려서부터 패션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어요. 미련이 계속 남아 학부 한 학기를 남기고 프랑스에 디자인 공부를 하러 갔어요. 그러다 프랑스 로레알 본사에서 인턴을 하게 되고 한국 로레알에서 일을 시작했죠. 일도 많이 배웠고 좋았는데 일의 의미 측면에서의 고민이 한편에 계속 있었어요. 다시 공부를 더 해보러 MBA에 갔는데 거기서 소셜 임팩트 생태계에 대해 처음 알게 됐어요. 인도 농부들을 위한 마이크로 인슈어런스 프로젝트도 해 볼 수 있었고요. 기업이 이윤뿐만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을 미션으로 삼고 움직일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 했어요.
그 후 전략 컨설턴트와 할리스 CMO를 거쳐 창업까지 오셨어요. 할리스에서 나오고 창업 전까지 고민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저는 살면서 늘 하고 싶은 게 많았던 쪽인데요. 처음으로 제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던 때였어요. 이번에는 잘 고민해서 가장 의미 있다고 느낄 만한 일을 하자고 마음먹고 나니, ‘뭐가 의미 있지?’라는 질문부터 시작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왜 존재해야 하나, 의미 있다는 것은 뭘까, 인간은 왜 살까 하는 철학적 질문도 해 보고 성경을 읽어보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겠다 정도는 얻었는데 여전히 그래서 뭘 할까 하는 것은 정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과거에 제가 어떤 것에 더 예민하게 반응했는지, 관심이 더 갔는지를 정리했는데 결국 환경이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그동안 해 왔고 잘할 수 있는 건 좋은 제품들을 사람들에게 잘 알리는 일이니 그걸 잘 융합해 보자는 생각에서 모레상점 아이디어가 나왔죠.
그 무렵 또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죠?
네,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있었어요. 전 국민이 충격을 받은 사건이죠. 집에서, 그것도 아이들을 위해 많이 사용하는 제품인데 그렇게 만들면 안 되는 거잖아요. 적어도 사람한테 위협이 되는 제품을 만들면 당연히 안 되는 거고요. 너무 상식적인 일인데 사회 시스템에서 걸러지지 않았다는 것이 안타까워요.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화두를 던질 수 있는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기업에서 큰 팀을 리드하실 때와 지금, 좀 어떻게 다른가요?
예전에 일하면서 알게 된 분들을 만나면 좋아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전날 밤새서 일하고 만났는데도. (웃음) 원래도 일을 좋아하고 재미있게 하는 스타일이긴 한데 그래도 좀 다르긴 한 것 같아요. 물론 재미있는 일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추구하는 무언가를 목표로 가는 과정이잖아요. 재밌어요. 보람도 좀 더 느끼는 것 같고요. 아무래도 아주 기초부터 모든 구조를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짜서 시작한다는 것이 달라요. 예를 들면 돈 벌기 전부터 1% for the planet에 가입부터 하고 본다, 이런 것들이요. (웃음)
그리고 크게 ‘환경 문제’라는 영역 내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도 좋습니다. 물론 전에도 늘 재능 있는 분들과 함께 일했는데요. 제가 풀고 싶은 문제와 연관된 분들이 주변에 많아지니까 거기서 오는 또 다른 종류의 만족감이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요?
‘모레’라는 이름을 달고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 수도 있다고 봐요. 지속 가능한 소비를 실천해 가는 과정에서 과거에 있던 제품들을 다른 소재로 대체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죠. 다른 행태를 위해 새로운 형태에 제품들이 필요해질 텐데요. 모레의 이름으로 그런 제품들을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그 제품들이 저희를 더 널리 알려줄 거라고 기대하고요.
결국은 세상의 모든 제품들이 지속가능성을 담아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것이 저희 바람인데, 이건 결국 저희가 정말 시장 1위 플랫폼이 되거나 아니면 모든 커머스가 지속가능성을 추구해서 저희가 사라지거나 둘 중 하나 아닐까요. (웃음) 그렇게 되고 나면 임팩토리얼은 또 다른 문제에 도전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 분이 이 이야기를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름이..?)
모레상점을 자주 가는 사이트에 저장해 두고 자주 찾는다.
모레상점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주위에 널리 알린다.
물건을 사기 전에 꼭 필요한지 점검하는 시간을 가진다.
Interview 헤이리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