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점프 김결 매니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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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결은 오랜 세월 야구라는 삶을 살았다. 그런 야구를 그만하기로 결심한다는 것은,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사단법인 점프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지금 점프에선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점프의 정부협력팀에서 경기도와의 협력을 담당하고 있어요. 지금은 경기도민을 강사로 교육하고 양성해 경기도 내 학습센터 아동/청소년들과 매칭시켜 주는 사업을 진행 중이에요.
점프에 입사는 언제 하셨어요?
17년 9월에 했으니까, 1년 반 정도 되었네요.
지금 일은 어떠신가요?
‘일’은 기본적으로 즐거운 요소보다는 즐겁지 않은 요소가 많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즐겁지 않은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이유가 중요한데, 저는 3가지로 봐요. 회사의 비전, 같이 일하는 사람들, 처우. 셋 중에 두 개 정도만 만족스러우면 일할 수 있어요. 점프에서는 이 요소들이 골고루 잘 채워져서, 잘 다니고 있습니다.
야구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어요. 야구는 언제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초등학교 4학년 겨울에 시작했어요. 그 때 저희 동네(방이동)에서는 야구가 핫했어요. 친구들이랑 모여서 동네야구를 거의 매일 했어요. 실제 야구장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테니스공과 방망이 정도는 갖추고 했죠.
그리고 아버지도 중학교 때까지 야구를 하셨어요. 제가 어릴 때는 사회인야구 감독도 하셨고요. 그 영향도 많이 받았죠. 그러다 어머니 친구분의 아들이 야구를 정식으로 시작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어머니께서 제가 야구를 워낙 좋아하는 걸 아니까 한 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하셨고, 그렇게 시작했죠.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하지 말아야겠다, 라고 했어야 했는데. (웃음)
기숙사 생활을 하셨나요?
지역마다 조금 다른데,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는 집에서 다녔어요. 대학 가서 처음으로 기숙사 생활을 했어요.
그럼 등하교 시간이 다른 학생들과 달랐겠어요.
등교는 똑같이 했어요. 그리고 제가 다녔던 중학교는 6교시 수업도 다 들었어요. 보통은 3교시까지만 듣는 경우가 많은데, 좀 달랐죠. 연습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야간까지 했어요. 야간 연습까지 하고 집에 가면 보통 10시 정도였던 것 같아요. 주말에도 토요일은 연습하고 일요일만 쉬었어요. 우리나라는 운동 시작하면 무조건 ‘프로’를 바라봐야 하는 시스템이어서, 개인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후회를 하신 적도 있을 것 같은데.
두 번 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초등학교 때 시작하고 딱 일주일 정도 됐을 때였어요. 너무 많이 뛰었어요. 동네에선 순전히 재미로 했었는데. 아, 그만할까?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죠. (웃음)
두 번째는 대학교 3학년 때요. 처음으로 부모님께 그만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고등학교 때까지 항상 주전으로 뛰다가, 그 무렵에 주전으로 뛰지도 못하고 내가 잘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동기부여도 잘 안 되고.
그래도 대학까지는 쭉 하셨어요.
초등학교 때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했고요. 중고등학교 때는 계속 선발로 뛰니까, 내가 그래도 좀 하나보다 싶고 재미도 있었어요. 그리고 고등학교 때는 구체적으로 ‘프로’라는 유일한 목표가 생기기도 했고요. 확실한 목표와 확실한 내 자리(주전멤버)가 있었죠.
일찍부터 주전이 아닌 친구들도 많았죠?
많죠. 그 중에는 일찍부터 코치나 부모님과 상담하고 다른 길을 찾는 경우도 있고, 지금까지 한 게 너무 아쉬워서 계속 매달리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하루하루 일어나서 무슨 생각하셨어요?
진짜 너무 힘들고 어려우면, 저희는 ‘그냥 한다’고 하거든요. 일과는 너무 루틴하니까. 6시 반 기상해서 밥 먹고 운동하고 나면 밤 9시가 넘어요. 그럼 잠깐 쉬고 11시 쯤 자서 다시 반복. 저학년들은 그 시간에 빨래나 청소도 해야되고요.
무슨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프로’를 목표로 하는거니까, 그냥 해야 되는 것들을 한거죠.
포지션이?
외야수였어요.
야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홈런을 친 순간이요. 야구하는 사람들끼리, 담장 넘어갈 정도로 정타로 공이 방망이에 맞으면, 순간 손에 아무런 느낌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데요. 정말 딱 그 느낌이었어요. 생생하게 기억이 나요.
그만하겠다고 완전히 결심한건 언제였나요?
제가 특기자로 대학에 들어가서 학비를 면제 받았는데, 야구부를 그만두면 그 혜택도 없어지는 구조였어요. 그래서 우선 대학교 졸업까지는 계속해야 했고, 졸업 후에도 바로 그만둔 것은 아니에요. 일본과 미국의 독립리그에 도전했었어요. 여기서 잘 하면 프로의 기회가 한 번 더 있거든요. 일본까지 직접 가서 독립리그 테스틀 보기도 했고, 최종적으로는 한국인들끼리 팀을 꾸려서 미국 독립리그에 가려던 프로젝트가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서 잘 안되고,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5살이었죠.
그 때 어떤 느낌이셨어요?
굉장히 아쉽기도 하고, 한 편으론 시원하기도 했어요. 해볼 수 있는 거는 다 해봤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까요.
그만하기로 결심한 다음 날, 기억이 나시나요?
네, 나요. 나는 뭘 해야 밥을 먹고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가장 컸어요. 14년 동안 야구만 했는데, 그 외에는 꾸준히 배운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도 들었죠.
고등학교 이후로는 수업은 거의 못 들었겠어요.
고등학교 때는 3교시까지 듣는데, 거의 자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훈련을 하고, 아침 일찍 등교를 하니까요. 대학교 때는 계절학기로 몰아서 듣게 해 주는데, 실질적으로 많은 걸 배우기는 어려워요.
진로 관련해서는 어떤 준비를 시작하셨나요?
거의 바로 군입대였어요. 25살 4월에 그만두고 11월에 군대를 갔으니까요. 그 때 너무 감사하게도 KOICA에서 캄보디아 야구 코치를 뽑았어요. 2년 2개월 동안 야구와 체육을 전달하고 왔어요.
외국에 체류하신 건 처음이시죠?
네, 장기로 체류한 건 처음이었어요. 예전에는 해외에 6개월 산다고 하면 너무 길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직접 살아보니까 2년도 너무 짧았어요. 스치듯 지나가더라고요.
느낀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개발도상국도 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고, 그 안에도 빈부격차는 크구나 많이 느꼈어요. 잘 사는 사람들은 잘 살더라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내가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그래도 좀 잘하고, 그 일에 흥미를 느끼는구나 알게 되었어요. 그 때부터 지금 하는 일에 대한 그림을 희미하게 그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음식은 잘 맞았나요?
네, 고수 빼고는 괜찮습니다. (웃음) 쌀국수를 많이 먹었어요.
2년을 살아도 고수는 난이도가 있군요. (웃음)
먹긴 먹는데, 굳이 찾지는 않아요.
전역후에 구체적인 방향은 어떻게 잡으셨어요?
2주 정도 한국에 휴가를 와서 기사를 봤어요. 월 25만원이 없어서 미술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아이들에 대한 기사였어요. 나는 도전을 해 보고 포기했지만, 실력과 무관하게 환경 때문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런 친구들을 위해서 내가 무언가를 했으면 좋겠다 싶었죠. 전역하고 ‘교육, 스포츠, 사회적기업’ 이 세 가지 키워드로 검색을 많이 했어요. 2014년만 해도 별로 검색에 뜨는 게 많지는 않았어요. 그 때 점프도 알게 되었구요.
바로 점프에서 일을 시작하셨나요?
휴브라는, 비슷한 일을 하는 회사에 있었어요. 그러다 임팩트 커리어를 알게 되고, 기회가 되어 점프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야구 관련 진로는 생각 안 하셨어요?
코치나 트레이너 되고 싶지는 않았어요. 가장 흔하게 선택하는 길인데, 뚜렷한 목표는 없었지만, 다른 선택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야구를 오래 하다가 일을 시작해서 갖게 된 특징이 있나요?
늘 짜여진 시간과 계획 속에 살다 보니까, 그렇지 않으면 조금 불안하고 불편해요. 좋은 점도 있지만, 어떨 땐 함께 일하는 사람을 조금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도 없진 않은 것 같아요. 좋은 팀원들과 일하고 있어서 다행이죠.
5년 후엔 뭘 하고 있으면 좋을 것 같으세요?
저는 원래 먼 미래의 계획을 잘 세우지 않는 편이에요. 그냥 하루를 충실하게 살고자 하는 스타일이라. 그래도 그냥 상상을 펼치자면 작은 책방을 열고 있다면 좋겠네요. 사람들이 와서 소모임도 하고요. 방문한 분들과 이야기를 하고 처방처럼 책을 추천해주고 싶어요.
사적인 서점이랑 비슷한 컨셉이네요.
아, 역시 비슷한 걸 누군가 하고 있군요. 늘 제가 생각한 건 누가 하고 있더라고요. (웃음)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인상깊은 책은 뭔가요?
[어떻게 일할 것인가]라는 책이에요. 성실하다는 것에 대해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정말 일에 도움이 되려면 제대로 성실해야 한다는 내용이 와 닿았어요. 제대로 성실하려면 계속해서 깨어 있고,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그래야 유의미한 성실함이라는 이야기에요.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틀이 있다면?
‘왜?’와 ‘다르게’인 것 같아요.
점프 직전에 다닌 휴브라는 회사에서 늘 어떤 문제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했던 친구가 있었는데요. 처음엔 일들을 치고 나가기도 바쁜데 왜 자꾸 물어보나 싶었는데, 일을 하다 보니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왜 하는지 생각해야 기계적으로 하는 걸 피할 수 있고 본질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다르게 더 잘 해볼 수 있을 지도 고민하게 되고요.
야구할 때 적용했다면 좀 달랐을까요?
네, 달랐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때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주어진 시간을 보냈어요. [1만 시간의 법칙]에 나오는 것처럼 의식적인 노력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했다면, 달랐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에 배포까지 있었다면 정말 더. 저는 삼진 당하거나 하면 꽤 신경이 많이 쓰였어요. 그런데 어떤 프로 선수는, 삼진을 당해도 웃으며 들어온다고 하더라고요. 일희일비 하지 않는거죠.
운동만 바라보다 그만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전공보다는 경험이 그 사람의 인생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아마 지금 엄청나게 힘들거에요. 밥을 먹고 살 수 있을지 생존에 대한 고민도 앞설거고요. 그래도 다양한 경험을 해 보면 좋겠어요. 하루 종일 운동을 하던 관성은 있으니까, 알바나 생계유지를 하고도 시간을 더 내서 무언가 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소모임을 가 보거나, 책을 보거나, 어떻게든 여행을 가 보거나. 그 동안 한 가지만 깊게 보고 살았으니까, 의식적으로 삶을 넓혀 보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뜻 밖의 좋은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고요.
Editor : 김와이, 황단단
Photo : 이형우
점프는 저소득층 및 이주배경 청소년의 교육기회를 확대하고, 미래 청년인재를 양성하여 나눔과 다양성의 가치를 실현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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