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위한 문화예술 오대우 대표 인터뷰
Hey Listen은 성수동 체인지메이커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헤이그라운드팀의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Hey Listen 인터뷰는 팟캐스트와 그를 요약한 텍스트로 발행됩니다. 생생한 목소리로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 분들은 글 아래의 링크를 누르시면 풀버전 청취가 가능합니다.
요즘 <조승연의 탐구생활>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즐겨 봅니다. 스스로를 ‘역사 덕후'라고 말하는 만큼, 모든 영상은 역사라는 키워드 위에 다양한 다른 주제들을 얹습니다. 문화생활 x 역사, 길거리 x 역사, 취미 x 역사 이런 식으로요.
문화생활 x 역사 시리즈에서는 넷플릭스 미드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다룹니다. 그 중 영화 <조커>에 대한 영상을 재미있게 봤는데요. <조커>의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뉴욕 브롱스 지역에 대한 역사적 맥락도 쉽게 풀어주고요. 또 거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장면에서 뉴스 앵커인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Gotham is burning”이라는 대사를 하는데, 과거 실제로 “Bronx is burning”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는 설명도 흥미롭습니다. 브롱스 지역이 점차 망해가자, 집주인들이 보험금이라도 타기 위해 스스로의 집에 불을 지르면서 나왔던 말이라고 해요.
영상의 마지막엔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 대한 조승연 작가의 해석을 담았습니다. 지금도 곳곳에서 벌어지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것이죠. 영상을 보고 나니 <조커>를 한 번 더 보고 싶어졌습니다. 좀 더 풍부한 맥락 안에서 저는 또 저만의 질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다른 사람들은 또 어떤 맥락에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면 제 세계가 한 뼘 정도 넓어질 지도 모르잖아요?
이번 주 Hey Listen에서는 ‘예술의 재미는 예술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다’라고 말하는 [널 위한 문화 예술]의 오대우님을 만났습니다. 많이 읽고 들어 주세요!
문화예술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 영상으로 만드는 오대우님
널 위한 문화예술(이하 널위문), 팀 이름에 ‘예술’이 들어갑니다. 예술은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왜 그럴까요?
저희가 창업한 계기 중 하나이기도 한데요. 미디어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해요. 예술과 관련한 미디어들이 고상한 표현을 많이 쓰고 못 알아듣게 만든 것은 아닐까 합니다. 그들만의 리그처럼 느껴지게 만든거죠. 그런 장벽을 낮추는 미디어가 생기면 예술이 좀 더 삶의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저희는 문화예술 미디어입니다. 유튜브 구독자가 11만, 다른 채널들 합치면 22만의 구독자가 있고요. 예술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는 팀이에요. 주력 콘텐츠 포맷인 영상에 예술에 대한 담론, 메시지 등을 쉽게 담으려고 합니다. 용어 설명, 색이나 폰트에 대한 질문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룹니다.
예를들면요?
<굴림체가 구려 보이는 이유>라는 영상이 있는데요. 당시에 넷플릭스에서 예고편을 공개했는데 자막이 굴림체였어요. 디자인을 잘 모르는 제가 봐도 구려보이더라고요. (웃음) 그걸 보고 저희도 궁금해서 다양한 근거를 찾아서 영상을 만들었더니 많이들 공감하고 좋아해 주셨어요. 바이럴이 많이 됐죠.
<당신이 몰랐던 파란색의 비밀?>이라는 영상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색 관련 시리즈들도 조회수가 높더군요.
결국 사람들이 예술을 보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호기심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삶과 밀접한 주제 중에 궁금증을 갖는 것들을 해소해 주다 보면, 그 안에서 작품이나 작가, 색깔의 존재 이유도 풀어낼 수 있어요. 그걸 본 누군가가 납득이 되면, 그게 또 관심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널위문에 가벼운 주제의 영상만 있는 것은 아니죠? 고흐나 마티스도 다루시잖아요.
다룰 수 있는 콘텐츠의 깊이감도 중요하니까요. 그런데 그런 예술가들을 다룰 때도 저희의 타겟은 매니아가 아닌 일반 대중입니다. 누구나 클릭해볼 수 있기를 원해요. 최근에 가장 반응이 좋았던 영상이 ‘바스키아'라는 아티스트를 다룬 영상인데요. 국내에선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예요. 그런데 그의 ‘왕관 그림'은 많이들 알아요. 패션에도 많이 쓰였고 아이콘으로도 많이 쓰였거든요. 그러면 저희는 제목을 <바스키아 그림에 왕관이 많은 이유>, 이렇게 짓는거죠. 최대한 일상적으로 접하는 소재와 결합하고 싶어요.
소위 말하는 ‘떡밥’을 잘 던지는 것처럼 보여요. 비결이 있나요?
(목소리로 듣기) 예술을 어떤 텍스트라고 보면, 그걸 보는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콘텍스트로 보는 거잖아요. 그 말은 예술에 답이 없다는 거죠. 그러니까 사실 예술의 영역에서 ‘안다'라는 말은 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저희가 궁금한 것은 저희와 비슷한 사람들도 궁금해 할거라는 생각이 있어요. 그 질문을 풀어내면 그게 저희의 포인트가 되는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질문과 맥락’을 던진다는 뜻인가요?
어떤 작품을 볼 때 ‘이게 답이야'가 아니고, 이런 것들까지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올 수 있어 라고 얘기해주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어떤 작가나 작품에 대해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들을 전달하고, 그걸 보는 사람들 각자 자기의 생각을 만들어 갈 수 있게 하고 싶어요.
그래서인지, 댓글이 활발하게 달리는 것 같아요.
장문의 댓글들이 많아요. 감상이나 이해를 적어 주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댓글이 길다는건, 지적 담론을 즐기고 싶다는 욕구일 수도 있겠네요. 특히 한국에선 그런 자리가 잘 없잖아요.
네, 저희도 댓글을 길게 남겨주시는 걸 보고, 이 분들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외국 사례도 찾아봤는데,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는 전시 도슨트 한 회차가 끝날 때마다 미술관 앞 카페가 꽉 찬다고 해요. 예전의 살롱처럼요.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전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작가가 직접 거길 돌아다니기도 한다고 해요. 댓글들을 보고 한국에도 니즈가 충분히 있겠다 싶었죠.
그와 유사한 오프라인 프로그램도 진행하신다고요?
처음엔 ‘오프 더 레코드'라는 이름으로 저희 영상에서 다룬 주제로 오프라인 토론 모임을 진행했어요. 예를 들면 저희 영상 중에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도 예술일까?>라는 영상이 있어요. 이 주제로 진행했었는데 정말 다양한 분들이 오셨어요. 인공지능 연구자, 예대생, 고등학생 등등요. 12명이 두 시간 반 동안 했는데 너무 짧다고 할 정도로 즐거워하시더라고요. 저희 입장에선 사업적 가능성을 본거죠. 지금은 ‘애프터 뮤지엄'이라는 이름으로 실제 갤러리들과 협업하고 있어요.
오프라인으로의 확장은 커뮤니티 빌딩의 수단으로 봐도 되나요? 요즘은 콘텐츠를 통해 결국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하는 브랜드가 많잖아요.
(목소리로 듣기) 저희 콘텐츠의 목표가 커뮤니티는 아니에요. 오프라인 모임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오프라인 콘텐츠 사업으로 보고 있어요. 다만 미디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커뮤니티에 대한 생각은 갖고 있어요. 저는 곧 국가 경계가 무너질거라고 생각하는 쪽이에요. 그리고 그 자리를 미디어가 차지하는 때가 올 거라고 보는데요. 요즘도 사실 내가 좋아하는 크리에이터로 내 여권에 도장이 찍히는 것 같은 느낌이 있죠. 나의 정체성은 내 국적이 아니라 내가 소비하는 콘텐츠인 세상이 오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가 하는 일은 ‘널 위한'이라는 미디어 국가를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뱃지로서의 가치를 갖는 미디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거죠. 그게 곧 커뮤니티 빌딩이기도 하고요.
학부 때 교내 극장에서 무대 관련 활동을 하셨다고요?
어릴 때부터 음악을 워낙 좋아했어서 처음에 밴드활동을 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백스테이지가 익숙했죠. 군대 다녀오고 바로 학교의 극장에서 학부 조교 모집하는데 지원했어요. 그러면서 음향, 조명, 무대를 골고루 배울 수 있었어요. 연극이나 무용 같은 공연예술도 그 때 많이 접했고요. 기술을 배워두니 대학로 유료공연에서도 자주 불려서 현장에서도 일했어요.
그러다 어떻게 ‘영상'이라는 포맷으로 넘어 왔나요?
어릴 땐 음악피디나 라디오피디를 꿈꿨었는데요. 군대에서 선임이 다큐멘터리를 너무 좋아해서 계속 다큐만 봤어요.(웃음)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시사교양 피디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당시 스브스 뉴스 카드뉴스 구성작가 인턴으로 지원했어요. 그런데 입사했더니 ‘촬영을 잘하게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바로 ENG 카메라 들고 투입됐어요. 첫 한 달은 아무것도 몰라서 콘텐츠도 못 내보냈죠. 촬영 기자분들이나 모션 그래퍼분들에게 압축적으로 배웠어요. 6개월 인턴이었는데 나올 땐 하루에 한 편정도는 만들 수 있게 됐죠.
방송국 입사가 아니라 창업을 선택하셨습니다. 이유가 있었나요?
(목소리로 듣기) 당시에 미디어 환경이 워낙 빠르게 변해서 방송국들 고민이 많을 때였죠. 아 지금이 춘추전국시대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 때도 계속 주말엔 대학로 무대 일을 병행했었는데요. 공연계에 ‘월간 객석'이라는 잡지가 있었거든요. 문득 ‘나는 왜 월간 객석을 한 번도 제대로 읽지 않았지?’하는 의문이 생겼어요. 그러다 20대를 위한 문화예술 미디어가 없구나 라는 생각으로 확장됐죠. 그러면서 한 번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어요.
지금의 팀원들은 어떻게 합류했나요?
처음으로 꾸렸던 팀이 고민과 논의 끝에 한 번 정리되고, 회사에 한 달치 월급 정도만 남아있었어요. 상황이 그렇게 되니 그 간 꼭 모셔오고 싶다고 생각했던 리스트에서 제일 위에 있던 두 분을 차례로 만났어요. 원래는 돈을 많이 벌면 꼭 같이 일해야지 생각했던 분들이었죠. 만나서 정말 간절하게 설명했습니다. 우리가 존폐위기라는 것도 말했고, 두 분이 꼭 필요하다고 했어요. 두 분 다 즉석에서 시간을 조금 달라고 하시고는, 모두 오케이해 주셨어요. 그 두 분이 지금 방송에 나오는 정우님과 지현님이세요. 그 때 대답을 기다리던 시간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나요. 두 분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예요.
널위문의 목표는 뭔가요?
앞으로 멤버십이나 구독모델도 검토 중이고, 동시에 수평적 확장도 생각하고 있어요. 인문학이나 철학, 공연 예술 등으로 주제를 넓히는 것이요. 그러면서도 지금처럼 계속 콘텐츠를 잘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신뢰를 받으면서 예술이야기를 제일 잘 하는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고 싶습니다. 우리가 해주는 예술 이야기가 제일 재밌다는 평가를 전국에서, 전세계에서 받고 싶어요.
Interview 헤이리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