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고양이하라

by HOON

이스탄불을 걸어 다니게 된다면 만나게 될 고양이들의 간식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벤치에 앉아도, 화장실을 갔다 와도, 케밥을 사와도 옆에 같이 있어 줄 것이다. 쉴 틈 없이 만나게 될 고양이와 강아지들을 보고 있으면 휴대폰 갤러리는 곧 가득 차게 된다.


몇 천 년 세월을 보낸 하기야 소피아 박물관 창문에서,

길고 긴 세월을 보낸 소피아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발길이 멈췄다. 창문 옆에서 자고 있는 고양이를 보고 놀랐다. 거대한 유적지에서 맘 편하게 자고 있는 고양이에 놀랐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건드리지도 않는 것에 또 놀랐다. 사실 고양이가 너무 귀여워서 스쳐 지나가기에는 아쉬웠다. 고양이를 몇 분 동안 가만히 서서 조심스럽게 보고 있던 나는 또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찍고 말았다.


하루에 몇 개씩 먹던 아이스크림을 파는 마트 입구에서,

터키 사람들은 아무리 더워도 차가운 것을 찾지 않는다. 에어컨이나, 시원한 물도 잘 마시지 않는다. 그렇기에 난 당연히 아이스크림이라는 것을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과일을 사러 간 마트에서 우연히 아이스크림을 찾았다. 수많은 고민 끝에 산 아이스크림은 이스탄불에서의 최고의 선택 중 하나가 되었다. 겪어보지 못했던 고소함과 쫄깃한 아이스크림을 처음 맛본 순간이었다. 행복하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마트 출구로 나가던 중 귀여운 생물체를 발견했다. 아이스크림이 녹아가는지도 모른 체 쪼그려 앉아 멍하니 고양이를 바라보았다.


트램(Tram) 옆이라도, 누군가를 기다리진 않아도.

이스탄불을 걸어 다니면서 고양이나 강아지와 함께하지 않았던 곳은 거의 없었다. 길을 걸어가고 있으면 어느새 고양이는 내 옆을 따라오고 있었다. 앉아서 사진이라도 찍으려 하면 앞다리를 내 다리에 걸치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몇 분을 같이 있다 보면 어느새 사라져있다. 참 신기한 도시에 신기한 고양이들이다. 터키의 길고양이들은 대부분이 주인이 없다. 그러다 딱 한 번 밥을 주면, 그 고양이는 시간에 맞춰서 항상 밥을 먹으러 온다고 한다. 이렇게 고양이의 주인이 생긴다. 이스탄불에서 걷다가 힘이 들면 잠시 앉아 고양이랑 이야기도 해보고, 빵도 던져주고, 사진도 찍어보자. 혹시 모른다. 내가 그 고양이의 주인이 될 수도.


#16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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